|오마이스타 ■취재/이언혁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김조광수, 김승환 커플의 청계천 광통교 결혼식이 불발됐다.

8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교동 한 카페에서 영화제작자이자 감독인 김조광수와 (주)레인보우 팩토리 김승환 대표의 '당연한 결혼식' 하객 발표 기자회견이 열렸다. 결혼을 앞둔 두 사람과 이들을 지지하는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상임이사, 이동연 문화연대 소장, 임보라 섬돌향린교회 목사, 정혜신 박사 등이 참석했다.

김조광수, 김승환 커플은 오는 9월 7일 결혼한다. 결혼식의 연출을 맡은 이동연 문화연대 소장은 "얼마나 용기 있고 당당한 선택이냐"면서 "연출을 맡기로 한 뒤, 대여섯 차례 미팅을 했는데 사랑하는 사람들의 결혼식이기 때문에 운동적이거나 의미를 부여하기보다 두 사람이 평생 기억할 만한 결혼식을 준비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두 사람의 결혼식 콘셉트는 '로맨틱'이다. 이 소장은 해가 질 무렵, 청계천 광통교에 T자로 런웨이를 쌓고 결혼식을 하려고 했다고 털어놨다. 이 소장은 "사안이 민감해서인지 종로구청과 청계천시설관리공단이 서로 (허가를) 떠넘기는 형국이었다"면서 "종로구청에서는 '광통교를 행사의 장소로 제공한 적이 없다. 민원이 제기되면 모든 집기를 철거하겠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안전한 결혼식이 1순위"라고 설명한 이 소장은 광통교 결혼식 불발 소식을 전하며 "결혼식 전까지 서울 시내 공개된 장소에서 결혼식을 치른다는 입장에는 큰 변화가 없다"면서 "4~5군데의 야외 장소를 열심히 알아보고 있다. 결정되는 대로 알리겠다"고 했다.

결혼식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일몰 전 3~4시간 동안 1천여 명의 하객과 시민들이 두 사람의 결혼식을 상징하는 설치물을 만들고, 결혼식 직전에는 밴드, 가수가 축하무대를 꾸밀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진행되는 결혼식은 20~25분이 소요되는 '뮤지컬'로 준비된다. 이 뮤지컬은 김조광수, 김승환 커플이 함께한다. 국내 최초 게이 합창단 지 보이스도 참여한다.

이 소장은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를 풀어가고 만들어가는 의미의 결혼식이다. 축제이면서 문화적인 의미를 가진다"면서 "즐거운 축제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조광수, 김승환 커플의 결혼식에는 이미 1천 명이 넘는 이들이 하객으로 참여할 뜻을 밝혔다.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과 홍세화 전 진보신당 대표, 국회의원 진선미·배재정·김재윤, 표창원 전 경찰대학교 교수, 정혜신 정신과 박사, 소설가 공지영·방현석, 영화감독 봉준호·변영주·장선우·류승완·김태용·임순례, 영화배우 예지원·소유진·연우진·김꽃비 등이 하객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두 사람은 결혼식 축의금에 모금을 더해 성 소수자 커뮤니티 '신나는 센터(가칭)'와 이를 운영할 '성 소수자 인권 재단(가칭)'을 설립할 예정이다. 인권재단 사람의 박래군 상임이사는 "동성이 결혼한다고 해서 주목받지 않는 사회를 위한 행보이며, 우리 사회의 편견과 싸워가는 이야기"라면서 "성 소수자가 많은 권리를 획득할 수 있고, 우리 사회가 좀 더 풍부해지고 다양해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미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