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전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열린 영화<설국열차>기자회견에서 배우 고아성이 배우 크리스 에반스와 틸다 스윈튼에게 아자를 제안하는 사회자의 말을 전하고 있다.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열린 영화<설국열차>기자회견에서 배우 고아성이 배우 크리스 에반스와 틸다 스윈튼에게 아자를 제안하는 사회자의 말을 전하고 있다.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이언혁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영화 <설국열차>에 탑승한 배우들은 하나같이 '칭찬'을 달고 살았다. 틸다 스윈튼과 크리스 에반스는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 고아성을 두고 "전 세계적으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국제적으로 지위가 높은 분들"이라고 추켜세웠고, 송강호는 "작업하는 내내 많은 자극을 받으며 배웠다"고 했다. '영화'라는 하나의 목적 앞에서 국적의 다름은 의미가 없었다.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서울에서 영화 <설국열차>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연출을 맡은 봉준호 감독과 배우 크리스 에반스, 송강호, 틸다 스윈튼, 고아성이 참석했다. 한국을 찾은 틸다 스윈튼은 "(<설국열차>) 가족과 재회하게 돼 기쁘다"고 미소 지었다. 입국 당시 공항에서부터 팬들의 환대를 받았던 크리스 에반스는 "집에 온 것 같은 기분"이라고 운을 뗐다.

송강호 "한국이나 국외나, 배우는 똑같다"

<설국열차>는 빙하기를 맞은 지구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이들이 모여있는 '설국열차' 속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커티스(크리스 에반스 분)로 대표되는 꼬리칸 사람들이 열차의 보안설계자 남궁민수(송강호 분)와 그의 딸 요나(고아성 분)와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2인자 메이슨(틸다 스윈튼 분)은 1인자 윌포드(에드 해리스 분)와 열차를 지키고자 고군분투한다.

송강호는 "한국 배우나 세계적인 배우나 열심히 하는 것은 똑같다"면서 "평소 좋아했던 배우들과 작업하며, 평생 잊지 못할 소중한 경험을 했다"고 털어놨다. "<설국열차> 캐스팅 소식을 듣고 믿기지 않았다"고 밝힌 고아성은 "같이 일하면서도 정말 행복했다"면서 "국적 상관없이 굉장히 행복하게 촬영했다"고 말했다.

 영화<설국열차>에서 열차의 2인자 메이슨 역의 배우 틸다 스윈튼이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영화<설국열차>에서 열차의 2인자 메이슨 역의 배우 틸다 스윈튼이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이정민


틸다 스윈튼과 크리스 에반스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국' 배우, 스태프와 작업한 소감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설국열차>에 합류하게 된 계기를 묻는 질문도 이어졌다. 이에 "'봉준호' 때문"이라고 답한 틸다 스윈튼은 "국적에 대한 질문이 그저 신기하다"면서 "예술을 하는 데 국적은 중요하지 않다. 봉준호 감독과 2년 전 친구가 됐고, 같이 놀자는 마음으로 촬영에 임했다. 봉 감독은 덩치 큰 어린이 같은 가장"이라고 했다.

"틸다 스윈튼에 동의한다"고 전한 크리스 에반스는 "미국 아닌 다른 나라 배우들과 작업한 것은 처음"이라면서 "봉준호 감독을 통해 내 세계관을 넓힐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영화를 택할 때, 감독을 가장 우선시한다"고 한 크리스 에반스는 "내용이 좋은 시나리오는 많지만, 영화화되었을 때 좋지 않을 때도 있다. 시나리오는 종이의 그림자에 불과하고 이것을 살리는 것은 전적으로 감독의 몫"이라고 봉 감독을 향한 신뢰를 드러냈다. 

 영화<설국열차>의 봉준호 감독, 배우 크리스 에반스, 틸다 스윈튼, 고아성, 송강호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영화<설국열차>의 봉준호 감독, 배우 크리스 에반스, 틸다 스윈튼, 고아성, 송강호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이정민


"'설국열차' SF이지만 우리의 이야기와 닮았다"

크리스 에반스와 틸다 스윈튼, 송강호, 고아성 외에도 에드 헤리스, 존 허트, 옥타비아 스펜서 등과 <설국열차>에서 만난 봉준호 감독은 "같은 목적을 갖고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자체가 즐겁다"면서 "현재 국내외 영화 촬영 현장에서는 다양한 국적의 스태프들이 얽혀서 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자연스러운 현상이 될 것 같다"며 "내가 가장 좋아하는, 팬이었던 배우들과 함께 일한다는 즐거움을 만끽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설국열차>를 계급 간의 투쟁으로 해석하는 이들도 많다. <설국열차>는 원작인 프랑스 만화를 살린 SF 영화다. 하지만 기차 안에서 바둥거리는 인간의 모습을 보면서 '어쩌면 우리도 저렇게 살고 있을지 몰라' 이런 상상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영화를 만드는 이유다. <설국열차>는 허황된 공상을 즐기는 SF 영화가 아니라, 알고 보니 우리의 이야기와 닮아 있는 영화다." (봉준호)

 영화<설국열차>에서 반란의 리더 커티스 역의 배우 크리스 에반스이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영화<설국열차>에서 반란의 리더 커티스 역의 배우 크리스 에반스이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이정민


2년 전, 칸 국제영화제에서 봉준호 감독을 만난 틸다 스윈튼은 "다시는 영화를 찍지 않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고. 다만 가능성은 있었다. "다시 작업한다면 재밌어야 한다. 즐거워야 한다"고 단서륻 달았던 것. 틸다 스윈튼은 "메이슨을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하다가 봉 감독에게 '들창코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면서 "캐릭터의 모티프나 목소리에서 판타지적인 요소를 갖췄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봉준호 감독은 촬영 내내 윌포드 같은 존재였다. 엄청난 리더십으로 배우들을 이끌었고, 배우들은 감독님을 무한 신뢰했다." (고아성)

"봉준호 감독은 매번 배우를 당황스럽게 만든다. 혼란의 구렁텅이에 집어넣어서 정신없고, 긴장하지 않으면 안 되는. 단 한 순간도 머리가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된다. 계속 작업하면 치매는 안 올 것 같다. 뇌를 끊임없이 돌려야 한다. 피곤한 스타일이다 사실. 그래서 좋다." (송강호)

당초 8월 1일 관객과 만날 예정이었던 <설국열차>는 오는 31일 전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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