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하면 안 돼" "늘 겸손해야지" 등등. 꼭 어느 위인이 한 말이 아니더라도 나의 부모, 나의 친구, 나의 누이, 내 지인들이 나에게 던진 작은 메시지 하나가 내 삶에 큰 교훈 혹은 삶의 지표가 되기도 합니다. 꼭 화려한 스타들의 삶이 아니더라도, 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나만의 숨은 사람, 그들을 <오마이스타>와 함께 찾아가 보아요. <편집자말>

 기타리스트 권정구

"국악기와 기타의 조합으로 우리음악의 세계화에 열심히 뛰고 있고요, 앞으로 이집트·인도 음악과의 앙상블도 계속 해나갈 예정입니다" ⓒ 권정구


|오마이스타 ■취재/조경이 기자|  "국악과 기타가 어떻게 어우러질 수 있는지 함께 많은 이야기를 나눴던 친구예요. '바람이 전하는 말'이라는 곡을 고등학교 때 만들 정도로 타고난 재능과 실력이 출중한 분입니다" (명창 이주은)

판소리 명창 이주은은 다음 숨은사람으로 기타리스트 권정구(41)를 추천했다. 서울대학교 기악과를 졸업한 권정구는 연주단체 '베르디아니' 대표이기도 하다. '베르디아니'는 한국 전통악기의 고유한 소리와 기타 소리의 조화에 관심을 갖고 음악을 만들어 내고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피아노를 가까이 했던 권정구는 10살 때 우연히 기타를 잡았다. 피아노보다 기타가 자신의 손에 더 가깝게 다가오고, 남들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습득하는 것을 보면서 기타를 손에서 떼지 않고 평생 친구처럼 연인처럼 함께 해오고 있다. 그렇게 기타리스트 권정구는 어릴 때부터 기타 신동으로 불렸다.

"중고등학교 때 본격적으로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고, 대학교에 와서 스무 살 때부터 우리나라 기타 유학파 1세대인 배철희 선생님을 만나 10년 동안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지금은 많은 아티스트들이 해외 유학을 갔다 오지만 제가 학교 다닐 때만 해도 유학 다녀온 사람은 거의 없었거든요. 배철희 은사님은 기타뿐만 아니라 멘토로서 음악적인 부분과 삶에 대해서 많은 가르침을 주셨습니다."

"다른 나라 악기와 앙상블 위해 죽을 때까지 여행"

 권정구

권정구는 서울대 음대 및 대학원에서 클래식 기타를 전공한 연주자겸 작곡가다. ⓒ 권정구


30년이 넘게 기타를 손에서 떼지 않았던 권정구. 그를 사로잡은 기타의 특별한 매력은 무엇일까. 특히 올 봄 가요계에서도 포크풍의 기타 반주가 돋보이는 노래들이 대중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기도 했다. 

"'로망스' 같은 노래에 사용되는 클래식기타는 아무래도 소리가 영롱해요. 줄 자체가 나일론 줄이라서 시끄럽지 않고 영롱합니다. 포크기타인 통기타는 줄 자체가 쇠줄이에요. 메탈이니까 찰랑찰랑한 소리가 나요. 사물놀이에서 꽹과리와 같은 찰랑찰랑한 소리요. 치면 사람의 마음을 흥분시킵니다. 클래식기타는 부드럽고 자극적이지 않고, 통기타는 좀더 자극적이죠."

권정구는 서울대 음대 및 대학원에서 클래식 기타를 전공한 연주자겸 작곡가다. 서양 음악을 전공한 그는 한국학 중앙연구원(옛 한국정신문화연구원)에서 한국음악학 박사과정을 수료하기도 했다. 특히나 요즘 그는 국악과 서양 음악을 접목하며 한국전통음악의 세계화를 위해 활발히 활동을 하고 있다. 

"저는 주로 클래식 기타와 한국악기를 결합해 연주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우리 국악기가 우리의 정서를 표현하는데 좋은 것 같아요. 기타와 조합했을 때 소리도 굉장히 아름답습니다. 2010년에 한·러수교 20주년 기념 때 러시아 초청 방문도 했었고요. 그때 러시아 악기와도 앙상블을 했습니다. 기타는 어느 악기와도 잘 어울려요. 다만, 기타 자체의 연주력이 좋아야지 협업을 했을 때 좋은 소리가 나올 수 있습니다."

 공연 중인 기타리스트 권정구

"저는 죽을 때까지 매년 여행을 다니면서 악기를 배우고, 느끼고, 그리고 음반을 내고 싶어요" ⓒ 권정구


기타리스트 권정구는 기타 연주뿐만 아니라 작곡에도 출중한 실력을 자랑한다. 작곡과 편곡 실력으로 서양악기와 국악을 접목시켜 곡을 만들고 연주한다. 또한 클래식기타와 남미 음악과의 앙상블에 있어서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다.

"기타 연주뿐만 아니라 작곡도 같이 하고 있어요. 창작 쪽으로 가다보니까 기타와 다른 악기와의 앙상블, 창작을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저는 클래식을 전공한 사람들이 이제 21세기에 브람스와 베토벤만 가지고는 경쟁력이 없다고 봐요. 본인만의 창작이 필요한 것 같고, 본인만의 색깔이 있어야 합니다.

브라질 토속 음악을 공부하다 보니, 이 브라질 사람들은 나름 서양음악과 인디오들의 음악을 조화시켰더라고요. 그게 '보사노바' '삼바' 같은 것들입니다. 그게 미국의 거대 자본의 힘을 빌어서 세계화가 된 것이죠. 저도 지금은 국악기와 기타의 조합으로 우리음악의 세계화에 열심히 뛰고 있고요, 앞으로 이집트·인도 음악과의 앙상블도 계속 해나갈 예정입니다."

기타와 다른 나라의 악기와의 앙상블을 위해서 해외여행을 다니면서 꼬박꼬박 악기를 배우고 있다는 권정구 기타리스트.

"외국에 다니면서 다른 나라 악기를 하나라도 배워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실 나라마다 악기의 모양은 다르지만 소리가 나는 원리는 거의 유사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죽을 때까지 매년 여행을 다니면서 악기를 배우고, 느끼고, 그리고 음반을 내고 싶어요. 다양한 앙상블의 기획 연주도 하고 싶고요. 살아갈 수 있는 생명력이 있으니 게으르지 않게 꾸준히 열심히 하고 싶습니다."

"기타 잘 치는 사람은 많지만, '감동'이 있는 사람은 적어" 

 기타리스트 권정구

"우리나라 기타 유학파 1세대인 배철희 선생님을 만나 10년 동안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 권정구


권정구 기타리스트는 창작곡을 만들고, 공연 기획을 하는 것은 물론 대학교에서 강의도 하고 있었다. 현재 백제예술대학교에서 '공연 기획'을, 성결대학교에서는 전통과 월드뮤직 등과 관련한 '음악 이론'을 가르치고 있다. 후학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음악을 하는데, 이론과 연습이 잘 병행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론이 빠지면 알맹이가 없거든요. 연습은 아무래도 기타를 연주하는 자체가 몸을 이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하루도 빠짐없이 연습을 해야 해요. 저도 많이 할 때는 10시간, 적게는 5, 6시간씩 연습을 합니다. 왼손 연습, 오른손 연습 계속 해야 해요.

김연아도 어릴 때부터 매일 빠지지 않고 체계적인 훈련을 받고, 먹어야 하는 것만 먹으면서 세계 정상에 섰잖아요. 무대에 선다는 것은 정말 그 위에서 그만의 영향력을 단박에 발휘해야하는 것입니다. 수십 년 간 매일 같이 쌓인 노력들이 그 위에 응집돼 완벽하게 선보여야 하는 것이죠. 오랜 시간 동안 프로의 세계에서 제대로 활동을 하고 인정을 받고 싶다면, 음악적 사고뿐만 아니라 연습도 체계적으로 해야 합니다. 근육 사용도 논리적으로 하면서 몸에 베이는 것이죠."

또한 그는 연주를 잘 하는 사람은 많지만 '감동'이 있는 사람은 적다며, 연주가는 음악을 한다는 자체가 대중들에게 '감동'을 전해야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다양한 악기를 연주하고, 다양한 음악적 경험을 하라고 조언하고 싶어요. 너무 편협한 레퍼토리를 가지고 음악을 한다는 것 자체가 우문입니다. 또한, 유투브를 보면 기가 막히게 기타를 잘 치는 사람들은 많아요. 하지만 그런 식으로 흥미를 유발하는 것과 감동은 다른 것 같아요. 감동이 있어야 합니다.

음악은 감동을 추구하는 방법이에요. 자기만의 성찰의 시간을 가지고, 창의성을 발휘해야합니다. 또한 그것의 정점은 '감동'으로 마무리해야 한다는 겁니다."

 기타리스트 권정구

"아무래도 전자악기를 쓰지 않고 자연의 소리를 넣으니까 시끄럽지 않은 것 같아요" ⓒ 권정구


권정구 기타리스트의 곡 중에서 대중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곡은 '바람이 전하는 말' '고백' '풍경속으로' 등이다. 그의 팬들은 그의 음악을 들으며 "마음이 안정 된다" "편안함을 느낀다" 등의 평을 많이 내놓는다. 권정구 기타리스트는 특별히 그의 음악이 '힐링 음악'으로 손꼽히는 이유에 대해 "전자 악기를 쓰기보다 자연의 소리를 넣으려고 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아무래도 전자악기를 쓰지 않고 자연의 소리를 넣으니까 시끄럽지 않은 것 같아요. 보통 전자악기를 안 쓴다고 하는 사람들도 신디사이저를 꼭 넣거든요. 요즘에는 그게 트렌드라서 그 정도는 깔아 줘야지 음악이 안정적으로 채워진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반대입니다.

요즘에는 볼륨 스피커도 크게 사용하고, 컴퓨터로 곡을 조합하다보니까 과거에 교향곡 정도에 들어갈 악기들을 많이 넣어요. 장비도 좋아지고 볼륨이 약하면 흥이 안 나니까 가득 가득 소리를 채우려고 하죠.

하지만 저는 단출한 밥상 같은 것도 존재해야 한다고 봅니다. 소리를 꽉 채워서 들으면 귀가 아파요. 많은 현대인들이 귀와 눈에 시달려 있는데요, 음악까지 그래야만 할까요. 저는 과장된 것들을 다 제거시키고 필요한 악기만으로 해서 그 소리만이 들리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기타 하나랑 국악기 하나의 구성 정도를 대부분 많이 합니다."

 기타리스트 권정구

권정구 기타리스트의 곡 중에서 대중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곡은 '바람이 전하는 말' '고백' '풍경속으로' 등이다 ⓒ 권정구



[숨은사람찾기⑨] 연극배우 김현


권정구 기타리스트는 아홉번째 숨은사람으로 배우 김현(42)을 추천했다. 김현은 연극 <라이어2탄><달빛속으로 가다><누가 연극을 두려워하랴><소포모어 징크스><폐희><칼잡이> 등에 출연했으며, 영화 <살인의 강> 드라마 <신의 퀴즈> 시리즈에 출연했다.

권정구는 "20여년 넘게 연극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라며 "연극을 오랜 시간 하면서, 한길을 걷기가 참 쉽지 않은데 기복 없이 꾸준히 자신의 길을 가고 있다. 20여년을 그곳에서 버틴 그녀의 생명력은 참 존경할 만하고 늘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아름답다"고 추천한 이유를 설명했다.



권정구 이주은 명창 기타리스트 권정구 기타 바람이 전하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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