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닥터>에서 팜므파탈 박순정 역의 배우 배소은이 18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미소를 짓고 있다.

영화<닥터>에서 팜므파탈 박순정 역의 배우 배소은이 18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미소를 짓고 있다.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이언혁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공포나 스릴러 영화, 대체 왜 보는 거야?"

늘 궁금해했던 이 배우, 정작 자신이 스릴러 영화에 출연할 줄은 정말 몰랐다. 영화 <닥터>에서 성형외과 의사 최인범(김창완 분)의 아내 박순정 역을 맡은 배우 배소은은 "평소에 공포나 스릴러 영화를 본 적이 한 번도 없다"면서 "시사회 때까지도 못 본 장면이 있다. 이야기의 전개를 아니까 미리 가릴 정도였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시나리오가 무섭지는 않았다. 배소은은 "웃으면서 재밌게 봤다. 굉장히 흥미로웠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첫 상업영화 <닥터>로 많이 크고 단단해졌다" 

<닥터>는 배소은의 첫 작품이다. 학생(한국예술종합학교 연기과)이었던 그는 <닥터>의 시나리오를 보고, 가장 먼저 쓴 사람을 궁금해 했다고. 다른 남자와 불륜을 저지르고, 이 사실을 알게 된 최인범은 순정을 영원히 소유하려고 한다. 베드신도, 잔혹한 장면도 모두 있다. 배소은은 "신인 배우가 소화하기엔 힘들 수도 있고,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면서 "극 중 다른 배우들과 상처를 주고받기가 쉽지는 않더라"고 전했다.

"찍기 전엔 노출에 대해 많이 고민했어요. 주변에서 많이 흔들었던 것 같아요. 그러나 막상 (서건우와의 베드신을) 찍을 때는 정신이 없더라고요. 지금 생각해보면 촬영 중에 마음가짐을 바로 잡지 못했던 것 같아요. 현장이라는 곳을 만나본 적이 없으니까 흔들림도 있었고요. 또 촬영장에서 막내이다 보니 제 이야기를 잘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저를 믿어줄까 싶어서요. <닥터>를 통해 많이 큰 것 같아요. 더 단단해진 느낌이랄까요?"


배소은은 극 중 부부의 연을 맺은 '대선배' 김창완을 처음 만났을 때, 대뜸 "여보라고 부를게요"라고 말했다. 대본 리딩 때부터 '대담하게 해야지'라고 되뇌었던 그는 "다행히 선배님이 편안하게 대해주셔서 나 역시 편안했다"면서 "선배님도 내게 '자기야, 자기야' 해주시더라. 매번 똑같이 대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배소은의 어머니는 김창완의 팬이라고. 배소은은 "엄마가 내 기사가 아니라 김창완 선배님의 기사를 캡처해서 프린트하더라. 얄미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노출에 쏠린 시선들 "상처 받아도 이겨내려고 한다" 

영화가 첫선을 보인 뒤, 배소은이 가장 겁났던 것은 엄마의 반응이었다. 노출 때문이었다. 오히려 그의 친구들이 노출에 대해 말을 꺼내자, 배소은의 어머니는 "너네, 왜 이렇게 촌스럽니. 그게 소은이처럼 보이니? 박순정처럼 보이지. 당연한 거야"라고 했다고. 배소은은 "영화를 봤던 남자 친구들도 '기억도 안 난다'고 하더라"면서 "이런 반응들이 되게 고마웠다"고 노출에만 관심이 쏠리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토로했다.

"(배소은은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 과감한 의상을 입고 등장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다.) 노출에 부각이 많이 되어 있어요. 이미지 때문이겠죠. 영화에도 많이 미안해요. '하려는 말이 이게 아닌데, 보러 오는 분들이 기대하면 어떡하나' 싶어요. 억울해 할 일은 아니죠. 이해하고 있어요. 전 원래 흔들림이 많았던 사람이에요. 다행히 지금은 많이 단단해졌죠. 예전엔 '나 상처 안 받아' 이랬는데 이제는 상처를 받아도 이겨내려고 생각해요. 부산국제영화제 때부터 많이 노력했던 것 같아요."

<닥터>를 촬영하기 전, 배소은은 스스로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배우로 데뷔한 뒤, 두려움과 책임감, 부담감을 동시에 느꼈다. <닥터>는 배소은에게 처음으로 현장을 경험하게 한 작품이기도 하지만, 부담감을 이길 힘도 가져다준 고마운 영화다. "할 말을 다 하고 사는 성격"이라 순종적인 극 중 순정과는 많이 달랐지만, <닥터>는 배소은 자신도 알지 못했던 내면의 모습을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단편영화 연출까지 도전! "오래 하려면 밑바탕 단단해야"


2012년 부산국제영화제 이후 학교를 졸업한 배소은은 다음 작품에 출연하지 않고, 공부하는 시간을 가졌다. 독립영화에 출연하기도 했고, 연출 욕심도 있어서 스태프로 참여하기도 했다. 학창 시절, 영화 <레옹>을 보다 문득 '마틸다가 되고 싶다'는 생각에 연기자의 꿈을 키우게 된 그는 "어떻게든 연극이나 영화를 했을 것 같다"면서 "작품이 내게 많이 가르쳐 준다. 작품을 통해 좋은 사람이 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고 미소 지었다.

스스로 "계획적인 사람이 아니다"고 밝힌 배소은은 "연출 전공으로 대학원에도 진학하고 싶고, 카메라에도 관심이 많은데 그에 대한 공부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오는 7월 초부터는 장편 독립영화에 배우로 출연할 예정이며, 단편영화의 연출도 경험해볼 계획이다. 배소은은 "영화가 좋아지니까 연기뿐만 아니라 다른 것도 하고 싶다"면서 "점점 욕심이 생겨서 주제넘게 영역을 넓혀가려는 것 같다"고 했다.

"이왕 주제넘었으니 책임을 져야겠죠.(웃음) '영화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잖아요. 전 영화가 만드는 좋은 사람, 좋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음...목표는 오래 하는 배우? 짧게 본다면, 조금씩 사람들이 알아봐 줄 때 활발히 활동하는 게 맞아요. 잊히면 어떡하겠어요. 그래도 저의 궁극적인 목표는 오래 하는 거니까요. 그것을 위해 밑바탕을 단단하게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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