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에서 빌리 로러 역의 뮤지컬배우 이충주가 11일 오후 서울 신도림동 디큐브아트센터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마친 뒤 자신이 맡은 배역에 어울리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에서 빌리 로러 역의 뮤지컬배우 이충주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조경이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로 혜성처럼 떠오른 신예가 있다. 빌리 로러 역의 배우 이충주(28)다. 출중한 탭댄스 실력은 물론 안정되고 풍부한 성량으로 뛰어난 가창력까지 선보이고 있다. 여기에 잘생긴 외모까지 갖춰 여성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여성 관객들은 "빌리 역할의 남자 배우 누구야?"라고 궁금해한다.

이충주는 바이올린 전공으로 예고에 입학했다. 오랜 시간 바이올린을 했지만, 성악과 친구들을 보면서 노래를 갈망하다가 고3 때 성악과로 전과, 경희대학교 성악과에 입학했다.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했지만 오페라 가수를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다. 이충주는 대학교 2학년 때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하다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 음악 감독의 추천으로 오디션을 봤고, 2009년 <스프링 어웨이크닝>으로 데뷔했다. 

"뮤지컬 배우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을 못 했어요. 어릴 때부터 뮤지컬배우의 꿈을 향해 달려온 분들도 있는데, 저는 그렇지는 않아요. 주위의 권유로 오디션을 보고 작은 역할이지만 무대에 서게 됐죠. 그래서 오히려 갈등이었어요. 정말 재미있어서 이것을 하고 있는지, 오페라보다 더 재미있는 것은 맞는데 잘 할 수 있는지 고민이었습니다. <스프링 어웨이크닝>에서 연기를 처음 하게 돼 어려움도 많았습니다."

<스프링 어웨이크닝>에서 작은 역할로 무대에 올랐던 이충주는 연기에 대한 갈증을 느꼈다. 연극 <쉬어매드니스>(2010), 뮤지컬 <웨딩>(2012)까지 연이어 출연했지만 비중은 크지 않았고, 무대에 계속 서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계속됐다.

"노래만 했을 때는 제가 중심에 섰지만, 뮤지컬과 연극에서는 작은 역할이었어요. 거기서 오는 괴리감이 있었고요. 또 뮤지컬과 연극을 좋아서 하는 것인지, 잘 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았습니다. 내가 잘 하는 게 맞나, 좋아만 하는 건가에 대한 확신이 안 섰습니다."

확신이 서지 않는 시간이 지나갔지만 그래도 "작은 역할이지만, 무대에 섰던 것만으로도 행복했다"는 이충주는 "좋아하는 것과 잘 하는 것의 간극을 줄이며 끝까지 한번 있어 보자"는 심정으로 버텼다.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에서 빌리 로러 역의 뮤지컬배우 이충주가 11일 오후 서울 신도림동 디큐브아트센터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에서 빌리 로러 역의 뮤지컬배우 이충주가 11일 오후 서울 신도림동 디큐브아트센터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고민의 시간을 보내던 이충주는 <브로드웨이 42번가>의 오디션이 진행된다는 소식을 접하게 됐다. 놀라운 것은 오디션을 보라고 권한 지인이 100% 떨어질 것이라며 보라고 했다는 것. 그 연유가 궁금했다.

"한 지인이 오디션을 보라고 했습니다. 저는 춤을 춰 본 적이 없거든요. 그래서 <브로드웨이 42번가>는 도전하고 싶은 뮤지컬 리스트에도 올라 있지 않았습니다. 왜 내가 그걸 봐야 하냐고 물어보니, 그 지인이 '넌 그 오디션 보면 100% 떨어진다. 하지만 음악 감독님이 너의 음악을 좋아할 것이다. 우선 그 자리에서 너를 알리면 다음 작품에서 오디션 기회가 주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충주는 그렇게 오디션에 도전했다. 탭댄스가 나오는 줄도 모르고 연습복과 노래할 것들을 챙겨서 오디션장으로 향했던 것.

"정말 편안한 마음으로 갔어요. 당연히 떨어질 걸 알고 노래만 부르고 나와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오디션장에서 작품의 첫 오프닝 장면을 해야 했어요. 지원자들이 탭댄스를 하고 난리가 났습니다. 제게 오디션을 보라고 한 그 지인을 원망했어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에서 빌리 로러 역의 뮤지컬배우 이충주가 11일 오후 서울 신도림동 디큐브아트센터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에서 빌리 로러 역의 뮤지컬배우 이충주가 11일 오후 서울 신도림동 디큐브아트센터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에서 빌리 로러 역의 뮤지컬배우 이충주가 11일 오후 서울 신도림동 디큐브아트센터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에서 빌리 로러 역의 뮤지컬배우 이충주가 11일 오후 서울 신도림동 디큐브아트센터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지원자들이 탭댄스를 추는 상황에서 이충주는 가만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안무 감독은 그날 평가에 '이충주 움직이지 않음'이라고 기록했다. 이후 이충주는 음악 오디션에 들어갔다. 여기서 이충주에게 작은 희망이 비추기 시작했다. 노래에 대한 심사위원의 반응은 좋았던 것. 노래 실력을 알려주겠다는 목적을 달성하며 그렇게 오디션장을 빠져나왔다.

"저는 오디션장에 가서 빌리가 큰 역할이고, 솔로와 군무 탭이 많다는 것을 처음 알았어요. 노래도 잘 해야 하지만 춤도 잘 춰야 하는 역할이었죠. 제가 표현하기에 어렵다는 것을 알고 떨어졌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1차에서 떨어질 줄 알았던 그는 4차까지 올라갔고 이후에도 음악 감독과 다시 몇 차례의 개인 오디션을 봤다. 

"프라이빗 콜이라고 해서 빌리 역에 지원했던 사람들 중 다른 사람들은 다 떨어지고 저만 붙었어요. 아 그래서 정말 합격이 되나보다 했습니다."

그런데 이충주에게 '불합격되셨습니다'라는 최후통첩이 왔다. 그렇게 <브로드웨이 42번가>의 도전을 접고 뮤지컬 <웨딩2> 연습을 하던 중 갑작스럽게 <브로드웨이 42번가> 측에서 "당장 투입될 수 있겠느냐"고 요청이 왔다. 이충주는 우여곡절 끝에 막차를 타고 <브로드웨이 42번가>에 합류했다.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에서 빌리 로러 역의 뮤지컬배우 이충주가 11일 오후 서울 신도림동 디큐브아트센터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에서 빌리 로러 역의 뮤지컬배우 이충주가 11일 오후 서울 신도림동 디큐브아트센터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합격의 달콤함도 잠깐. 그는 <브로드웨이 42번가>에서 안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탭댄스를 배워야 했다.  

"2012년 12월부터 탭댄스 연습을 시작했어요. 춤도 춰 본 적이 없고, 탭댄스는 말할 것도 없이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어요. '이제 죽었구나'라는 심정으로 연습을 시작했습니다. 탭슈즈 하나를 얻어서 합정동 골방에서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탭댄스를 췄습니다."

짧은 시간에 무리한 연습으로 부상도 찾아왔다. 아킬레스건염이 와서 병원을 자주 갔던 것. 부상과 더불어 탭댄스가 늘지 않아 많이 울었다는 이충주는 실력을 갖추기 위해 5월까지 맹연습을 거듭했다.

"공연을 올리기 1, 2주 전이 되어서야 얼추 한 공연을 다 올릴 수 있을 정도가 되었어요. 이를 박박 갈면서 연습하고, 매 공연 열심히 하고 있는데 아직도 부족한 점은 많아요. 지금도 올라가서 발을 풀어야 합니다."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를 본 사람들은 모두 탭댄스의 매력에 빠져든다. 합이 짝짝 맞는 탭댄스의 경쾌한 소리를 들으면 어느새 발을 움직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관람을 마치고 나오면서 탭댄스를 한 번 배워보고 싶다고 하는 관객들이 다수다.

"탭댄스는 합이 맞고 소리가 딱 맞으면 짜릿함이 장난이 아니에요. 두드리는 정서가 한국 사람과도 잘 맞고요. 저도 재미있고 좋습니다. 다이어트도 많이 됐어요. 5개월 넘게 하면서 6kg 정도 빠졌습니다. 사실 저는 살이 많이 빠졌는데, 꾸준히 하시면 몸에 무리가 안 갈 정도로 다이어트가 되실 거예요."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에서 빌리 로러 역의 뮤지컬배우 이충주가 11일 오후 서울 신도림동 디큐브아트센터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에서 빌리 로러 역의 뮤지컬배우 이충주가 11일 오후 서울 신도림동 디큐브아트센터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브로드웨이 42번가>를 하면서 이충주는 배우의 삶이 행복하다는 것을 느낀다.

"이번 작품의 역할이 지금까지 했던 배역 중 가장 컸어요. 정말 치열하게 준비한 것들을 무대에서 마음껏 보여주고, 관객들도 행복해하고 신나 하시니까 행복합니다. 배우가 매력적이고 행복한 직업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동안 고민이 많았는데 이제 '여기서 잘 하는 사람이 되자'로 바뀌어 가는 중입니다."


"남경주·홍지민 선배님, 감사해요"


이충주는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에서 호흡을 맞추는 배우 남경주와 홍지민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이충주는 "저만 느끼는 건지 모르겠지만 남경주 선배님도, 홍지민 선배님도 예뻐해 주신다"면서 "남경주 선배님이랑은 20살 차이가 나는데 후배들에게 세세하게 문자를 보내며 챙겨주신다"라고 말했다.

"남경주 선배님은 연기하면서도 많은 도움을 주세요. 집중이 안 되는 날에는 많은 말씀을 해주세요. 연기에 방해가 안 되는 과하지 않은 선에서 많은 조언을 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홍지민 선배님도 저를 위해서 '도전 1000곡'에도 함께 나와 주시고, 감사합니다."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에서 빌리 로러 역의 뮤지컬배우 이충주가 11일 오후 서울 신도림동 디큐브아트센터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에서 빌리 로러 역의 뮤지컬배우 이충주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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