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솔로 곡 '나쁜 기집애'를 발표한 2NE1의 리더 씨엘

첫 솔로 곡 '나쁜 기집애'를 발표한 2NE1의 리더 씨엘 ⓒ YG엔터테인먼트


|오마이스타 ■취재/이미나 기자| 중간은 없다. 카리스마 넘치는 2NE1의 리더 씨엘과 스물 셋 자연인 이채린을 오가는 그는 자신의 삶을 두고 "흑과 백을 오가고 있다"고 말했다. 스물 셋 이채린은 "밥은 무쇠 솥에 해야 윤기가 돌고 촉촉해 맛있다"고 말할 정도로 일가견이 있는 요리 마니아에 번잡한 분위기가 싫어 술도 클럽도 사양하고 집에만 있는 인물이지만, 씨엘이 되면 일단 눈빛부터 달라진다. 무대를 집어삼킬 듯 카리스마를 내뿜는 모습에 '나쁜 기집애' 속 가사처럼 '언니야~'라는 말이 절로 나올 기세다. 흑과 백, 음악과 삶, 그리고 씨엘과 이채린. 이 양 극단에 숨겨진 그는 누구일까.

'나쁜 기집애'에 숨겨진 상징은? '나를 표현하려던 것'

씨엘의 표현을 빌려 보자면 그의 첫 솔로곡 '나쁜 기집애'는 "내가 좋아하는 것, 멋있다고 생각하는 것, 하고 싶은 걸 하는 것"이었다. 데뷔 전 YG패밀리 콘서트에서 '더 배디스트 피메일'(The Baddest Female)로 소개됐던 것의 연장선상에서 우연히 테디가 '나쁜 기집애라는 노래가 있으면 재밌겠다'는 이야기를 꺼냈고, 그렇게 노래가 하루 만에 자연스럽게 완성됐다. "만들어내려고 해서 만들어진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얘기하다 탄생한" 노래라는 것이다.

그래서 '나쁜 기집애'는 그에게 "아기 같은 곡"이다. 곡 구상부터 세상에 나오기까지, 그의 손길이 담기지 않은 것이 없다. 씨엘은 "나에게 충실하면 나라는 사람이 전달되지 않을까 했다"며 "특히 '씨엘'을 확실히 담은 곡"이라고 말했다. 이어 "뮤직비디오나 아트워크 같은 것에서도 다 개인적인 의미를 두고 싶었다"며 앨범과 뮤직비디오, 의상 등에 담긴 의미를 설명하기도 했다. 일종의 '이스터 에그'(제작자나 프로그래머가 자신의 창작물에 몰래 숨겨놓은 여러 가지 메시지나 기능)인 셈이다.

 첫 솔로 곡 '나쁜 기집애'를 발표한 2NE1의 리더 씨엘

첫 솔로 곡 '나쁜 기집애'를 발표한 2NE1의 리더 씨엘 ⓒ YG엔터테인먼트


"앨범 재킷에 보시면 양이랑 벌이 있어요. 그건 제가 양띠라서 그렇고요. (웃음) 또 제가 벌을 정말 좋아해요. 벌이 가장 깨끗한 곤충이라고 하더라고요. 또 꽃에 생명을 주고요. 뮤직비디오에 흰 벽에 그려진 얼굴도 저를 상징하는 거고요.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91'이라는 숫자도 제가 1991년생이기 때문이에요. 참, 제가 갑옷을 입고 깃발을 들고 랩을 하는 건 잔 다르크에서 영감을 받은 부분이에요. 그와 같은 여성성을 대표하기 위해서였죠."

덕분에 '씨엘'에 충실한 '나쁜 기집애'는 연신 파격적이었다. 씨엘은 "나쁘다는 게 진짜 나쁘다는 건 아니었다"며 "내가 말하려던 '나쁜 기집애'는 '멋있는 여자'였다"고 설명했다. '나쁘다' '멋지다' 등에 절대적인 기준을 두고, 일률적인 잣대를 들이댈 수는 없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는 말이다. 씨엘은 "2NE1으로 활동할 때부터 여성을 대표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했다.

"여성의 목소리가 강해졌으면 좋겠어요. 아시안 여성이라고 하면 소극적이라든지 부끄러움이 많다는 이미지가 있잖아요. 외국인 학교에 다녀서 그런지 그런 걸 깨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했어요. 패션 디자이너 제레미 스캇을 처음 만났을 때 저에게 '아시안 여자가 이렇게 옷을 입는지 몰랐다'고 하더라고요. 외국에서는 아직까지 이런 모습이 놀랄 일이구나, 하는 걸 깨닫고 나서 제가 조금이나마 그런 이미지를 깨고 싶다는 생각을 한 거예요."

뿐만 아니라 '나쁜 기집애'는 뮤직비디오 속 화제의 아이템 '금이빨'부터, 음악 방송에 입고 나왔던 옷까지 시선을 모았다. 씨엘은 이에 대해 "금이빨을 보고 '이걸 끼면 내가 과연 시집을 갈 수는 있을까' 하는 고민을 했지만, 씨엘에 충실하기 위해 꼈다"며 "그것 말고는 곡에 자연스럽게 어울려서 고민하지 않았다"고 했다.

 첫 솔로 곡 '나쁜 기집애'를 발표한 2NE1의 리더 씨엘

첫 솔로 곡 '나쁜 기집애'를 발표한 2NE1의 리더 씨엘 ⓒ YG엔터테인먼트


"아직 정상 아냐…씨엘도, 2NE1도, 최선 다하는 게 목표"

씨엘에게 '나쁜 기집애'는 그의 첫 솔로 프로젝트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지만, 2NE1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할 것이라는 미리 예고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2NE1은 7월경 새 앨범을 내고 활동을 시작할 예정. 씨엘은 "원래 '아이 러브 유'(I Love you) 때 앨범을 낼 예정이었지만, 글로벌 투어를 하면서 미뤄졌다"며 "'아이 러브 유'를 통해 2NE1의 색다른 매력을 보여드리려 노력했다면 이번엔 다시 2NE1스러운 모습을 선보일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렇게 2NE1의 리더이자 힙합 뮤지션으로, 씨엘은 숨 가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정작 그는 "급하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손을 내젓는다. 이유는 명확하다. "한계를 두지 않고 천천히, 다양하게 하고 싶다"는 것. 주위의 시선에 연연해 할 생각도 없다. 씨엘은 "백이면 백이 모두 한 사람을 좋아할 수는 없고, 세상엔 다양한 취향이 있다"며 "나는 나 자신일 수밖에 없으니 남들의 눈에 맞추기보다 내 자신에게 최선을 다하는 게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

 첫 솔로 곡 '나쁜 기집애'를 발표한 2NE1의 리더 씨엘

첫 솔로 곡 '나쁜 기집애'를 발표한 2NE1의 리더 씨엘 ⓒ YG엔터테인먼트


또 하나, 목표가 있다면 가요계에서 '멋있는 선배'가 되는 것이란다. "후배 분들이 봤을 때 창피하지 않은 선배가 되고 싶다"는 그는 "앞으로도 강한 여성상을 대표하는 분들이 가요계에도 많이 나와 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이렇게, YG 사무실을 찾아가 당당히 '나를 선택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이라고 말했던 16세 소녀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대중의 '워너비 아이콘'이자 자신의 목소리를 내려는 여성으로 무르익어 가고 있었다.

"YG에서 '만들어진 것'은 하나도 없어요. 어떤 곡을 만들어 녹음을 하고, 이런 이미지를 주고…, 그런 게 아니라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작업해요. 그래서 재밌고요. 정말 오랫동안 제가 사랑하는 이 일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무대도 늘 하고 싶고요. 정말 관객들과 호흡하는 게 너무 좋아요. 작년에 글로벌 투어를 하면서 '이만큼 중독성 있고 아찔한 게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직 '정상'에 오르지 못했으니, 열심히 해야죠."

씨엘 나쁜 기집애 2N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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