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남쪽으로 튀어>에서 민주 역의 배우 한예리가 8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미소를 짓고 있다.

영화<남쪽으로 튀어>에서 민주 역의 배우 한예리가 8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미소를 짓고 있다. ⓒ 이정민


착하고 바르게 보인다. 아니 실제로 모난 곳 없이 침착하며 진지하다. 배우 한예리를 만났을 때의 느낌이다. 지난해 영화 <코리아>를 통해서 짐짓 가졌던 인상은 올해 <남쪽으로 튀어>를 통해서도 이어졌다.

정작 본인은 착하다는 표현에 의문을 갖고 있었다. "착하다는 평범하다는 말과 동의어 같아서요. 그래서 가끔은 제멋대로 살아야 하는 건 아닌가 생각해요"라며 대답하는 말에 공감했다. 실상 '착한'이라는 형용사는 곧 '매력이 없다'는 말의 다른 표현으로 종종 사용되는 요즘이지 않나.

"영화 속 민주 19세와 제 19세가 달랐기에 그 이후도 전혀 다른 인물로 성장할 거라 생각했어요. 서른이 된 진짜 제 모습과 민주의 서른도 또 다르겠죠. 실제 학창시절 당시엔 어른들이 시키는 것은 꼭 해야 했어요. 강박도 심했고요. 그래서 학생의 본분을 다했고 의문도 잘 안 품었었죠."

패션디자이너를 꿈꾸며 자신의 생각대로 쿨하게 살아가는 최민주 역할에 대한 대답이었지만, 한예리가 현재 갖고 있는 인생관이 느껴졌다.  지난 언론시사회 당시 기자회견에서 '삼포세대(연예·결혼·출산 세 가지를 포기할 만큼 여건이 어려운 요즘 세대를 일컫는 말)'에 대한 고민을 이미 털어놨던 한예리였다. 제 나이에 맞게 고민하던 민주만큼 한예리 역시 자신의 현재에 대해 그만큼 알맞게 고민하는 배우였다.

 <남쪽으로 튀어 속> 한예리.

<남쪽으로 튀어 속> 한예리. ⓒ 영화사 거미


<남쪽으로 튀어> 한예리, 이렇게 영화를 정의했다

<베를린>과 <7번방의 선물> 등 쟁쟁한 경쟁 작품에 정작 <남쪽으로 튀어>가 밀리는 모양새였지만 한예리는 "상업 영화기에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당연하지만 일단 이 영화를 만난 자체만으로 소중한 인연이 됐다"며 차분하게 말했다.

"정말 심플하게 말한다면 유쾌·상쾌·통쾌란 표현을 쓰고 싶어요. 하지만 동시에 절대 웃을 수만은 없죠. 요즘 현실과 비슷한 점이 있기도 하고 오히려 더 안 좋은 부분도 있기에 마냥 웃을 수만은 없어요. 저 역시 영화를 보며 그랬고요."

원작이 된 오쿠다 히데오의 동명소설보다 <남쪽으로 튀어>는 우리 사회에 대한 직접적 문제의식이 직접적으로 담겨있다. 홍보를 하는 과정에서 그 부분이 살짝 가려진 점이 있지만 오히려 한예리는 그 부분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도 마냥 심각하진 않잖아요. 어쩌면 현실에서 있을 수 없는 행동들을 주인공들이 하고 있죠. 영화에 등장하는 국정원직원마저 귀엽잖아요(웃음)." 



소중한 인연 김윤석·오연수, 그리고 임순례 감독님

흥행 여부보다 개인적으로 한예리가 <남쪽으로 튀어>를 통해 얻은 건 배우 김윤석, 오연수와 함께 호흡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여기에 사석에서의 인연 이후 늘 동경해왔던 임순례 감독과 작업했다는 점도 큰 경험이었다.

"두 선배님을 만나는 거 자체로만으로 설렜어요. 시나리오를 받고 그냥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함께 촬영을 하는데 한신 한신이 아쉬운 거예요. 보다 치열하게 만나보고 싶어요.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영화 속에서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상대 배역이 되고 싶어요.

김윤석 선배와 오연수 선배가 정 반대셨어요. 사실 김윤석 선배는 상남자 마초에 상남자일 줄 알았는데 섬세하시고 디테일하면서도 부드러운 사람이었어요. 역시 배우는 가까이 가봐야 알 수 있는 거 같아요. 오연수 선배는 외모와 달리 솔직하고 시원한 모습이 또 반전이었죠. 오연수 선배가 (영화 속 배경이 된) 섬 촬영에 힘들어 하셨는데 사실 이동하는 자체부터 힘들었어요. 서울에서 10시간 거리니까 체력적으로 대단한 소모가 있었죠.

임순례 감독님과는 같이 작업할 기회가 올까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기회가 빨리 왔어요. 함께 작업하는 게 신나더라고요! 감독님은 현장에서 오히려 제게 질문을 많이 해주셨어요. '예리는 어때? 뭐가 좋아', '어떤 거 같아?' 이렇게 물으셨죠. 좋은 경험이었어요. 서로 얘기를 많이 하면서 더 웃으며 촬영한 거 같아요."


선배 배우와 감독님에 대한 이야길 했지만 한예리 스스로도 이번 촬영이 쉽지만은 않았다. <남쪽으로 튀어> 당시 또 다른 영화인 <동창생>과 <스파이> 촬영이 맞물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촬영 종반 내부 문제로 임순례 감독이 현장을 떠났을 당시도 힘든 순간일 법했다.

"그때 제 상태도 그렇게 좋진 못했어요. 다들 안타까워 하셨지만 돌아오실 거라고 생각했던 거 같아요. 저 역시 문제가 해결될 거라고 믿었어요. 임순례 감독님의 빈자리가 굉장히 크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었죠. 사실 제 자신에 대해 걱정을 하고 있었어요. 영화에서 내가 잘 해내고 있는 건가 자문도 했고요. 그땐 연기를 제가 어떻게 했는지 기억을 못하겠는 거예요. 정신 차리자고 다짐했죠. 동생들(백승환, 박사랑)도 챙기면서요."

치열했던 2012년을 보냈던 덕일까. 올해 한예리는 보다 활발한 활동을 예고하고 있다. 한창 상영 중인 <남쪽으로 튀어>를 비롯해 영화 <동창생>과 <스파이> 그리고 독립영화 <환상 속의 그대>가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독립영화라지만 연인들이 사랑 이후 어떻게 이겨내고 사는 지에 대한 작품이란다. 한예리의 또 다른 면모가 보일 작품에 기대감을 가져도 되겠다.

<한예리 인터뷰2탄> '남쪽으로 튀어' 한예리, "이제훈은 폭발적, 난 이제 시작!"


한예리 남쪽으로 튀어 김윤석 오연수 김성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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