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7번방의 선물>에서 부부 소매치기범 신봉식 역의 배우 정만식이 18일 오후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며 호탕하게 웃고 있다.

영화 <7번방의 선물>에서 부부 소매치기범 신봉식 역의 배우 정만식이 18일 오후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며 호탕하게 웃고 있다. ⓒ 이정민


2012년의 키워드는 단연 '힐링'이었다. 너도나도 힐링을 외치는 가운데 한해가 지났다.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사건들이 어느 순간 현실을 장악한 가운데, 2013년 새해에도 문화는 대중의 휑한 마음을 보듬으려 한다. 지난 23일 개봉한 영화 <7번방의 선물>은 이런 '힐링'의 테두리 안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죄지은 이들 덕분에 힐링, 유난히 아름다웠다"

<7번방의 선물>은 누명을 쓰고 교도소에 수감된 이용구(류승룡 분)가 7번방 죄수들의 도움으로 딸 예승(갈소원 분)을 교도소에 들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소매치기로 교도소에 들어와 7번방 식구가 된 봉식 역의 배우 정만식은 이 영화를 두고 "4월 같은 영화"라고 했다. 웃음과 눈물, 애틋함으로 유난히 추웠던 겨울을 녹일만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처음부터 대본이 잘 읽혔다. 앞부분이 빠른 템포로 설명된데다 에피소드가 짧았다. 완성작은 기대 이상이었다. 더 대단하고 예뻤다. 촬영하는 동안 배우들도 힐링이 됐는데, 영화를 보고 나서도 치유받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순하디순한 남자가 교도소에 오고, 뒤따라 아이가 오고. 온갖 죄를 지은 사람들 덕분에 힐링되는 모습이 유난히 아름다웠던 것 같다."


정만식은 대본을 처음 읽을 때부터 자신의 몫은 봉식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았다고 했다. 봉식이라는 인물에 만족했던 이유를 묻자 "인간적이라서"라는 답이 돌아왔다. 자신에게 해라도 미칠까 예승이 7번방에 들어오는 것을 반대하고, "쟤는 들어오는데 왜 내 자식은 안 되느냐"고 따지지만 그는 결국 예승 덕분에 아기를 낳은 아내와 통화하며 눈물을 흘린다. 

"캐스팅 후 다들 만났는데 배역에 느낌이 딱 오더라. 유난히 호흡이 잘 맞았던 것 같다. 난 캐릭터를 볼 때 '타당한 이유가 있는지'를 생각한다. 누구를 억압하든, 폭력을 일삼든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니까. 그다음엔 내가 잘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사실 많이 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작품과 잘 희석된다면 가장 좋다."

"<7번방의 선물> 힘없고 순수한 부녀의 해체 담겼다"


사회는 이들에게 '범죄자'라는 낙인을 찍었지만, 속은 더없이 따뜻한 7번방 식구들. 연기 잘하기로 소문난 오달수, 류승룡, 박원상. 김정태, 정만식, 김기천을 하나로 묶은 이는 예승 역을 맡은 아역배우 갈소원이다. 정만식은 "촬영장에 소원이가 등장하면 분위기부터 달라졌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말과 행동을 조심하는 것은 물론이요, 동심을 찾으려고 무던히 노력했단다.

"솔직히 아이들을 좋아하진 않는다. 하지만 소원이가 지치고 힘들어 보이면 신경이 쓰이더라. 자꾸 보니까 좋던데.(웃음) 극 중에선 나도 아빠가 된 설정이고, 몰입하다 보니까 아이가 보고 싶어졌다. 아무래도 (류)승룡 형이 아이를 가장 좋아했던 것 같다. 제일 많이 붙어 있었고, 아들만 둘이라 예뻐하는 것 같더라. (박)원상 형도 아들만 둘인데 아이들과 노는 방법을 알더라. 예상외로 동심도 있고.(웃음)"


정만식은 "(영화가) 잘되면 좋겠지만 안 되어도 후회는 없다"면서 "본 사람들이 행복하고 즐거웠다면 그걸로 됐다"고 했지만 <7번방의 선물>은 개봉 5일 만에 160만 관객을 돌파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에서 2013년 1월로 미뤄진 개봉 시기에 대한 아쉬움도 이제는 조금 덜 수 있을 듯하다. 정만식은 "민주주의, 법치 국가라는 곳에서 사는 어느 힘없고 순수한 가족의 해체에 귀를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2013년, "닥치는 대로 소처럼 일하겠다"고 각오를 다진 정만식은 마지막으로 "재미와 흥미가 있고, 세상에 나와 사람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작품이면 언제든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올해는 링거 좀 꽂아보겠다"고 너스레를 떠는 그의 활약을 기대해 보자.



정만식 7번방의 선물 류승룡 관객 흥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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