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천만 관객에 돌입한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 포스터

21일 천만 관객에 돌입한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 포스터 ⓒ 리얼 라이즈 픽쳐스


9월 13일 개봉한 <광해, 왕이 된 남자>(이하 <광해>가 지난 21일 1004만 1566명(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을 돌파하며 <도둑들>에 이어 천만관객 영화에 이름을 올렸다.

<광해>가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주연 배우 이병헌의 몰입 연기와 등장  인물 의 긴장감이 돋보이는 섬세한 연출, 시대정신이 드러나는 메시지 등으로 꼽힌다. 하지만 <광해>는 대한민국 영화의 그림자로 꼽히는 멀티플렉스 독과점의 수혜를 톡톡히 입었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 시대에 부합하는 메시지, 관객들을 열광시키다

<광해>는 실존 인물이자 조선 15대 왕 광해군의 일기 속에 15일간 기록이 사라진 것을 토대로 상상력이 가미된 영화이다. 연산군과 더불어 조선 왕조에서 종, 조 칭호를 받지 못한 비운의 왕 광해군. 영화 속의 광해군은 그를 반대하는 신하들로부터 폐위 압박을 받고 있었다. 심지어 광해군을 독살하려는 음모도 있었다. 그래서 광해군과 허균은 잠시 왕과 똑같이 생긴 자를 임시로 왕의 역할을 대리하고자 하는 계획을 세운다. 따라서 광해와 똑같이 생긴 하선이 왕 대리 역할로 낙점되고 허균의 지시에 따라 잠시 왕 노릇을 수행하게 된다.

광대였던 하선은 정치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그러나 사리를 분별하는 능력만큼은 탁월했던 하선은 궁 안에서 펼쳐지는 정치놀음에 의문을 느낀다. 인간, 백성, 나라 중심으로 사물을 보던 하선과 달리 궁 안의 신하들은 허상에 불과한 대의명분만을 앞세운다. 하선의 눈에 대부분의 신하들은 백성과 나라보다 자신의 이익과 정치적 이해관계를 중시한다. 결국 하선은 자신과 광해를 옥 조르던 신하들과 팽팽하게 맞서고, 조선의 실리보다 명과의 의리를 강조하는 신하들을 엄중히 꾸짖는다.

영화 속에서 잠시 왕 노릇을 하였던 하선은 정치적 감각은 부족하지만, 지극히 상식적인 판단력을 가진 지도자의 품성을 지니고 있었다. 천한 광대였기 때문에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었던 조선에서 하선이 진정한 왕이 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럼에도 진짜 왕을 대신하여 15일 간 조선을 다스렸던 하선은 차라리 그가 계속 왕이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게 한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권력, 재물에 큰 욕심이 없었기에 소신껏 백성의 편에 설 수 있던 하선은 대선을 앞둔 2012년 대한민국 국민들이 꿈꾸는 인간적인 지도자 상이다.

어느 때보다 정치에 관심이 높아진 시기. 2012년 대한민국이 원하는 지도자를 하선을 통해 명확하게 보여준 <광해>는 수많은 관객들의 지지를 한 몸에 받았다. 작품 완성도도 높으면서 시대에 부합하는 메시지를 지혜롭게 담아낸 <광해>가 관객들에게 큰 호응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영화 <광해 : 왕이 된 남자>의 주역들. 제 17회 부산국제영화제 오픈토크 행사에 참여한 마친 배우 장광, 류승룡, 이병헌, 추창민 감독의 모습이다.

영화 <광해 : 왕이 된 남자>의 주역들. 제 17회 부산국제영화제 오픈토크 행사에 참여한 마친 배우 장광, 류승룡, 이병헌, 추창민 감독의 모습이다. ⓒ 이정민


어둠: 영화 완성도를 반감시키는 무리한 <광해> 띄우기 

하지만 <광해>가 천만관객이란 대기록 수립이 가능했던 것은, 공동 제작과 배급을 맡은 CJ 엔터테인먼트의 전폭적인 지지가 한 몫 했다. 애초 <광해>는 9월 19일로 개봉 날짜를 잡았으나, 주연 배우 이병헌의 해외 촬영과 시사회에서 관객들의 평이 좋았다는 이유로 13일로 개봉일을 옮긴다. 때문에 13일로 개봉일을 잡았던 중소 영화들은 연달아 개봉 날짜를 뒤로 미루는 해프닝도 있었다.

개봉 전부터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던 영화이기에 다른 영화에 비해 <광해>를 찾는 관객들이 많았다. 하지만 하나의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무려 3~4개관 이상의 개봉관을 차지하고 있는 <광해>는 다른 영화에 대한 선택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거센 비판을 받기도 했다.

또한 이름에 '광', '해', 쌍둥이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을 제한하긴 했지만, <광해>의 프로모션 중 하나인 1+1 이벤트는 '끼워팔기' 논란을 부추기며 <광해>가 수립한 1천만 관객에 작은 오점으로 기록됐다.

<광해>는 상업 오락 영화임에도 불구, 개봉 직후 평론가, 관객 모두에게 극찬을 받았던 완성도 높은 작품이다. 스토리 구조도 촘촘하고 배우들 간의 앙상블이 돋보이던 <광해>는 흥행할 수 있는 자격이 충분하고, 올 한해 최고의 상업 영화로 꼽는데 아무런 손색이 없다.

하지만 개봉 직후 <광해>에게만 몰아갔던 상영관 독점은 영화의 완성도를 저해하는 아쉬움으로 남는다. 비단 <광해>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형 멀티플렉스 체인점을 운영하는 대기업의 배급을 받는 블록버스터급 영화가 상영관을 독점하고, 중소 영화들이 설 자리가 갈수록 줄어드는 시대. <도둑들>, <광해>의 잇단 천만관객 수립에 마냥 기뻐할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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