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아랑사또전> 이준기 신민아

MBC <아랑사또전> 이준기 신민아 ⓒ MBC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긴 한가 보다. 드라마 하나를 보더라도 주인공들의 대사 속에 숨겨진 정치적 의미를 해석하기 바쁜데, 의외로 그 재미가 쏠쏠하다. 

26일 방영된 <아랑사또전> 13회에서도 지금 우리 사회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몇 가지 상황과 대사가 특히 눈에 띄었는데, 생각해볼수록 그 여운이 깊은 걸 보니 아무래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겠다.

첫 번째는 홍련(강문영)과 주왈(연우진)의 대사에서 생각해볼 수 있다. 지난주 방송에서 주왈은 아랑을 죽이라는 홍련의 명을 거역한 바 있는데, 이날 방송에서 홍련은 주왈을 다시한 번 크게 나무랐다. 홍련을 위해 일하는 '혼 사냥꾼' 주제에 감히 아랑을 마음에 품었다는 것이 그 이유다. 현재 불사의 몸을 가지고 있는 아랑은 홍련이 영생의 삶을 위해 취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한데 말이다.

천상에서 내려온 홍련은 인간의 욕망(부, 명예, 복수 등)을 해결해주는 대신 그들로부터 처녀의 혼을 제공받아 왔는데, 그중에서 홍련이 주왈을 특별히 아끼는 까닭은 주왈이 홍련에게 부탁한 욕망이 그다지 어렵지 않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주왈은 처녀의 혼을 홍련에게 갖다 바치는 대신 그저 사람답게 살게 해 달라고 요청했던 것인데, 주왈이 생각했던 사람답게 사는 것이란 따뜻한 집에서 따뜻한 밥을 먹으며 남들에게 무시 받지 않고 사는 삶이이었다.

바로 먹고 사는 문제만 해결되면 남들이 죽든 말든 자신은 상관없다는 뜻으로, 주왈은 원없이 양반가 행세를 하는 대신 윤달 보름마다 홍련에게 처녀를 죽이고 그 혼을 봉해 갖다 바치곤 했다.

그런데 주왈은 아랑을 사랑하게 됨으로써 그 '사람답게 사는 것'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게  되었다. 계기는 사랑이지만, 나만 따뜻한 집에서 따뜻한 밥을 먹는다고 해서 그게 '사람답게 사는 것'은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할 것이다. 이런 주왈의 모습에서 '경제발전만 해결되면 무엇이든 괜찮다'는 지난 우리 모습을 떠올린다면 지나친 확대해석일까? 아마도 주왈은 아랑을 통해 따뜻한 집과 밥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으로 보이는데, 그 가치는 결국 '함께 사는 삶'이 아닐까 싶다.

 아랑을 통해 '사람답게 사는 것'의 진짜 의미를 깨달은 주왈(연우진). mbc <아랑사또전>의 한장면.

아랑을 통해 '사람답게 사는 것'의 진짜 의미를 깨달은 주왈(연우진). mbc <아랑사또전>의 한장면. ⓒ mbc


필자가 <아랑사또전>에서 느낀 정치적 함의는 은오와 돌쇠의 대화 속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돌쇠야, 너도 알지? 난 나밖에 모르던 놈이라던거. 근데 그런 내가 네 말처럼 변했어. 귀신처럼 홀린것도 아니고 아픈 것도 아니야. 난 처음으로 나 말고 다른 사람이 걱정이 되더라. 내가 요즘 느낀 게 있어. 돌쇠 네가 나보단 100배 낫다는 거. 낯 한번 본적 없는 이부사 딸을 목숨 걸고 지켜낸 너하고 난 출발이 달라."

무슨 말인지 잘 이해하지 못하는 돌쇠에게 은오는 다음과 같은 말을 이어나갔는데, 그 대사가 참으로 찰지다.

"실은 사또는 너같은 사람이 되어야 하는데 말이야. 누구를 아비로 둬서, 양반으로 태어나서, 그래서 실은 그것밖에 가진자들 말고, 사람을 측은하게 여길 줄 아는자. 그런 자들이 사또가 되어야한단 말이지..."

사또를 우리사회 리더로 치환하면 현재 우리사회에 필요한 리더십이 어떤 것인지 분명히 알 수 있다.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배경이나 조건이 아니라 타인을 대하는 마음이 어떤지가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은오의 이 대사는 기득권이 대물림 되고, 부모의 스펙에 따라 자녀의 미래가 정해지는 우리사회 현실에 보내는 경고와도 같았다. 사람을 측은하게 여길 줄 아는자가 사또가 되어야 한다는 말, 결국은 사람이 먼저라는 뜻이 아닐까?

 은오와 돌쇠의 대화 장면.

은오와 돌쇠의 대화 장면. ⓒ mbc


그러고보면 <아랑사또전>은 이전 회에서도 아랑의 대화를 통해 신분제를 비판한 적이 있었다. 서출인 은오를 최 대감이 무시하자, 사람이면 다 똑같은 사람이지 서출, 동출 그딴거 누가 정했냐고. (사실 이 부분은 작가의 개그였는데, 별로 웃기지는 않았다)

찬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몇 달 후면 대선이다. 정신 바짝 차리고 우리 사회에 필요한 리더십이 무엇이고 시대정신이 무엇인지 되새기지 않는다면 똑같은 오류를 다시 범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드라마를 보면서 깊이 생각하는 것은 꽤 피곤한 일이지만 그래도 당분간은  드라마든 뉴스든 예능이든 꼼꼼히 살펴보도록 하자. 왜?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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