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방송된 < SBS 스페셜 > '동물, 행복의 조건 1부- 고기가 아프면 사람도 아프다'는 평소 동물의 권리에 대해 관심이 있었던 작곡가 정재형이 내레이션을 맡았다.

지난 10일 방송된 < SBS 스페셜 > '동물, 행복의 조건 1부- 고기가 아프면 사람도 아프다'는 평소 동물의 권리에 대해 관심이 있었던 작곡가 정재형이 내레이션을 맡았다. ⓒ SBS


불편할 수밖에 없는 다큐멘터리였다. 미국 여러 농장에서 2년간 일했던 코디가 잠입 취재한 영상이 가장 난코스였다. 사람들은 마취 없이 소의 뿔을 뽑고, 돼지의 꼬리를 잘랐으며, 거세를 하다가 피범벅이 돼 상품가치가 떨어지면 버렸다. 젖소에게서 태어난 수송아지는 우유를 생산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대로 버려져 굶어죽는다. 암탉은 부리가 잘린 채 일어설 수도 없는 비좁은 케이지에서 평생 달걀을 낳다가, 도계장으로 갈 때 비로소 햇빛을 보게 된다.

< SBS 스페셜 > '동물, 행복의 조건 1부- 고기가 아프면 사람도 아프다'는 고기가 되기까지 가축이 사육되는 과정을 담았다. 대량생산을 위한 공장식 밀집 사육 방식 안에서 동물이 생산품처럼 다뤄지는 모습들은 자연스럽게 보기 불편한 장면들을 포함했다. 대개 사람들은 자신이 먹을 '음식'이 한 '생명'이었음을 알고 싶지 않아 한다.

하지만 이날 방송은 "동물이 불쌍하니 육식을 하지말자"는 동물애호가들의 연민이 아니라, 고기를 생산하기 위해 수반될 수밖에 없는 동물의 고통을 최소한으로 줄여보자는 논의였다. 결국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고기에서 유해 단백질이 형성돼 아무리 가열해도 사라지지 않고 사람에게 전해진다는 연구 결과는 이 논의가 비단 동물만을 위한 것이 아님을 설명했다.

그 중, 가장 현실적인 제안은 콜로라도 주립대학 교수 템플 그랜딘이 고안한 '소를 덜 고통스럽게 이동시키는 농장 시스템'이었다. 그는 "인간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소를 도축장으로 보내야 한다면, 최소한 공포에 질려 이동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생명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했다.

경상남도 하동군에서 2만 마리의 닭을 방사 사육하고 있는 정진후 씨의 농장도 소개됐다. 물론 넓은 땅과 더 많은 노동력이 필요하고 산란율도 공장식 양계장보다 떨어지지만, '닭이 본성대로 살게 하고 건강한 달걀을 얻는다'는 것이 이 농장의 원칙이다. 

채식과 육식은 개인의 선택일 뿐

이 다큐멘터리가 방송되기 전, 가수 이효리가 해당 내용과 관련해 "불편하다고 외면하지 말고, 진실을 보라"고 올린 트위터 글은 적지 않은 누리꾼들의 뭇매를 맞았다. 이 짧은 글이 육식에 대한 비난으로 여겨진 것은 '육식 일침'으로 제목을 통일한 언론 보도 탓도 있지만, 아마도 그가 채식을 실천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생명의 존엄성'과 '동물의 권리'라는 메시지가 '육식 비난' '채식 강요'와 같은 단편적인 텍스트로 해석되는 것은 그만큼 모르기 때문이다. 알고 싶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방송 후, 시청평은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는 감상부터 "고기를 줄여야겠다"는 의지까지 다양한 효과를 내포하고 있었다. 물론, 이 방송을 보고 채식을 결심하거나, 고기를 줄이거나,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자라 도축되거나 생산된 고기를 먹겠다는 노력을 하는 것은 본인의 선택이다. 동물을 위해서든,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든 거기까지 생각하게 만드는 불편함이 다큐멘터리의 역할이다. 그래서 간밤에 불편함을 느낀 후 아침 밥상에 올라온 고기를 다시 집어먹더라도, 진실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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