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넬울림엔터테인먼트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시작은 담담했다. 3년 9개월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이 지난 터라 일종의 '적응기간'이 필요했던 것이었을까. 다시 15분이 지나고 "생각보다 얌전하네요"라며 더욱 가열차게 즐겨줄 것을 당부한 이들은 2시간이 더 지나서야 비로소 속내를 털어놨다. "낯간지럽지만 보고싶었다"고.
5집 'Slip Away'(슬립 어웨이)를 내놓은 넬(Nell, 김종완 이재경 이정훈 정재원)이 햇수로 4년 만에 같은 공연장에 다시 섰다. 지난 14일과 15일 양일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내 올림픽홀에서 콘서트 < The Lines >(더 라인스)를 연 것. 오랫동안 그들의 감성을 기다렸던 음악 팬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공연장을 찾았다.
'그들만의 섬' 살짝 엿봤더니...
그곳은 김종완의 말처럼 '그들만의 섬'이었다. 주머니에 양손을 찔러넣은 누군가, 야광봉을 든 누군가, 한 손을 번쩍 들어 리듬을 맞추는 누군가, 또 까딱까딱 고개를 흔들며 박수를 치는 누군가가 있었다. 각기 다른 몸짓이었지만 그들은 눈 대신 귀를 열어 음악 그 자체를 즐기고 있었다. 스탠딩석이 아니었지만 대부분의 관객은 그 자리에 계속 서 있었다. 오랜만에, 더욱 성숙한 음악으로 돌아온 네 사람을 반기는 일종의 의식이었으리라.
5집 타이틀곡 '그리고, 남겨진 것들'의 전주가 흘러나오고, 넬은 연주에 몰두했다. 이윽고 무대를 비추던 조명은 모두 꺼지고 보컬 김종완만을 비췄다. 무대에 홀로 남은듯한 그, 그리고 끊어질 듯 이어지는 그의 목소리는 시간이 멈춘듯한 느낌을 전했다.
조명은 '기생충' 'Promise Me'(프로미스 미)에서도 빛을 발했다. 비트마다 달라지는 조명은 시리도록 아름다웠고, 음악에 '드라마틱함'을 더하는 하나의 장치로 작용했다. 무대 위 네 사람 또한 몽환적인 느낌을 받으며 연주에 푹 빠질 수 있지 않았을까.
앙코르곡이자 콘서트의 마지막을 장식한 '12 Seconds'는 처절한 몸짓에 가까웠다. 무대를 붉게 물들인 조명과 어우러진 거친 사운드는 폐허를 상징하는 듯하더니 이내 희망을 싹 틔워냈다. 12분이라는 긴 시간 혼신의 힘을 쏟아낸 연주에 관객들은 진심 어린 박수를 건넸다. 서로 손을 꼭 잡은 넬 역시 교감해준 관객에게 인사했다.
더 넓어진 음악적 스펙트럼...'이중성' 보였다
친절하진 않았다. 처음 넬의 공연을 접하는 관객이라면 '그 곡이 그 곡'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을 테고, 뛰지도 않으면서 2시간 내내 우두커니 서 있는 이들의 모습이 낯설었을 터. 심지어 "형, 사랑해요"를 외치는 남자 관객에게 "일분만 닥쳐달라"고까지 했으니.
그러나 클래식 악기들과의 조합이 주를 이뤘던 5집 수록곡과 기존 밴드구성의 곡들이 합쳐지면서 어쿠스틱한 음색과 록적인 사운드를 동시에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이번 콘서트의 최대 성과라고 볼 수 있겠다. 넬은 마치 '지킬박사와 하이드'처럼 이중적인 느낌을 전하며 음악적 영역의 폭을 넓혔다. 넬은 그렇게 또 다른 시작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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