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리맨  초한지>의 마지막 장면. 진시황의 유서를 위조해 회장 자리에 앉았던 모가비를 끌어내고, 유방과 여치가 천하그룹의 총수 자리를 되찾았다.

<샐러리맨 초한지>의 마지막 장면. 진시황의 유서를 위조해 회장 자리에 앉았던 모가비를 끌어내고, 유방과 여치가 천하그룹의 총수 자리를 되찾았다. ⓒ SBS


전쟁이 끝났다. '거악' 모가비가 쓰러졌다.

SBS <샐러리맨 초한지>는 13일 마지막회에서 모가비에 대한 총 공세를 퍼부었다. 욕심을 동력으로 삼아온 모가비의 '모가지'를 꺾는 일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라고 했다. 결국 넘치는 욕심은 본인도 해쳤다. 천하그룹은 부도 사태를 맞았고, 모가비는 진시황 살인죄에 우희를 죽이려 했던 살인미수까지 덧붙여 KO패 당했다. 그리고 실성까지 했다. 완벽한 파멸이다.

1980~90년대 방영된 KBS 드라마 'TV 손자병법'이 직장인들의 생활을 '싸움의 기술'에 비유했듯, <샐러리맨 초한지>는 총칼 없는 전쟁서사시나 다름 없었다. 샐러리맨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 드라마가 방송 전 만든 뮤직비디오가 왜 전장의 모습을 담았는지 알 수 있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각자의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봉급생활자. 이를 대표하는 캐릭터 유방은 대기업 취업이 꿈인 백수에서 안간힘을 다해 천하그룹 총수까지 올라섰다.

평범한 개인이 권력계층의 썩은 부분을 들춰내며 일어선다는 이야기는 이 드라마의 제작진의 전작이라 할 수 있는 <자이언트>를 닮았다. <자이언트>가 독재정권 하에 개인이 감당해야 할 역경을 담았다면, <샐러리맨 초한지>는 대기업 안에서의 비리를 고발했다. 결국 밑바닥에 깔리 것은 돈과 권력을 손에 쥔 사람들의 끝없는 집착과 욕망이라는 점에서는 분모가 같다.

 SBS <샐러리맨 초한지>는 13일 마지막회에서 모가비(김서형 분)의 파멸을 그렸다. 시청률조사회사 AGB닐슨미디어리서치 전국기준 시청률에 따르면 21.7%를 기록했다.

SBS <샐러리맨 초한지>는 13일 마지막회에서 모가비(김서형 분)의 파멸을 그렸다. 시청률조사회사 AGB닐슨미디어리서치 전국기준 시청률에 따르면 21.7%를 기록했다. ⓒ SBS


때문에 자연스럽게 <샐러리맨 초한지>는 윗선의 알력 다툼 외에도 여기에 희생당하는 가장 하위 계층 노동자의 사정에도 집중했다. 뉴스에서도 잘 다루지 않았던 쌍용차 등 해고 노동자들의 분투는 이 드라마를 통해 꽤 비중 있게 그려졌다. 천하그룹을 상대로 유방이 차렸던 '팽성실업'은 대기업의 횡포에 맞선 중소기업이 건강한 경영방식으로 승리하는 대목도 보여줬다.

중국 역사서 <초한지>를 모티브로 하며 이야기를 다양한 사자성어에 비유했던 이 드라마의 마지막 사자성어는 결국 '권선징악'이었다. 아쉬움은 닳고 닳은 결말을 택했다는 것 외에 있다. 모가비를 파멸하는 데에 모든 공력을 쏟아 부은 후에 남는 찜찜한 의문이다. 모가비만 없어지면 끝인 것인가?

<샐러리맨 초한지>의 마지막 장면은 총수가 된 유방과 여치의 당당한 행차로 장식됐다. 주인만 바뀌었을 뿐인 이 대기업이라는 배경 안에서 들려온 마지막 대사는 결국, "회장님 만수무강하십시오". 과연 전쟁은 끝난 것일까?

샐러리맨초한지 초한지 모가비 자이언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