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가슴배구단>의 한 장면

영화 <가슴배구단>의 한 장면 ⓒ ㈜케이앤엔터테인먼트


예컨대 이런 경우다. 기무라 타쿠야를 위시한 일본의 톱 배우가 한국영화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고 하자. 함께 연기하고 싶은 배우로 전도연, 손예진, 전지현 등등을 거론했는데, 그 날로 일본 인터넷 매체들이 우리 여배우들의 비키니 사진을 대놓고, 버젓이, 공공연히 게재한다면, 한국인들은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까. 

일본 여배우 아야세 하루카의 '가슴'이 문제였을까. 그의 이름이 어제(31일) 인터넷 검색 순위를 달궜다. 30일 일본 데뷔 싱글 앨범 <연애시대> 프로모션 기자회견에서 이승기는 함께 연기하고픈 배우로 아야세 하루카를 꼽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다수 매체들을 이 소식을 전하며 "아야세 하루카는 누구?" 같은 기사를 양산했다. 여기까진 정해진 수순이다. 이승기가 현재 일본의 톱 여배우를 거론할 수도, 이를 기사화시키는 연예매체들의 후속보도도 '팬심'을 자극하는 기삿거리일 수 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매체들이...

문제는 복수의 매체가 '그라비아 아이돌' 출신인 아야세 하루카의 '가슴'에 유독 관심을 기울였다는 점이다. 

한 보수매체는 31일자로 "'이승기의 그녀' 아야세 하루카, 과거 CF서 가슴노출?"이란 기사를 내보냈다. 예전 스포츠음료 CF 현장의 노출 사진을 몇몇 커뮤니티에 올라왔다며 버젓이 게재했다. 기자의 이름은 역시나 '연예뉴스팀'. 전형적인 검색어 기사에 자극적인 사진과 내용을 결합한 경우가 아닐 수 없었다.

아야세 하루카가 일본에서는 흔한 '그라비아 아이돌'(10대부터 20대까지 수영복 위주의 사진집이나 영상집을 찍는 연예인) 출신이라는 이유로 출처도 불분명한 비키니 사진을 게재한 매체도 여럿이었다.

아야세 하루카의 자극적 사진을 이용한 검색어 장사는 지난달 14일에도 있었다. 26일 개봉한 아야세 하루카 주연의 영화 <가슴배구단>의 제목과 연관, 역시나 '그라비아 아이돌' 운운하며 전혀 관계없는 사진이 포함된 기사들이 올라왔던 것. <가슴배구단>이 1979년 중학교 배구부 남학생들의 성적 호기심을 소재로 한 풋풋한 성장기를 그린 영화임을 감안한다면 어이없는 해프닝이 아닐 수 없다.

만약 우리 여배우라면?...행복하세요?

아야세 하루카가 누구인가.

곽재용 감독의 <싸이보그 그녀>의 여주인공으로 발탁하며 국내 내한하기도 했던 그녀는 제33회 일본 아카데미상 우수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촉망받는 일본의 톱 여배우다. 2009년 시청률 1위의 드라마 <진>을 비롯해 시즌2와 극장판 까지 개봉 예정인 드라마 <호타루의 빛>이나 작년 말 기무라 타쿠야의 <남극대륙>에도 출연할 만큼 일본에서 인기와 연기력을 검증받고 있다.  

매듭짓자면, 이름만 대면 알만한 매체들이 항의나 비난을 받을 여지가 적은 외국배우라고 '불펌'한 선정적인 사진으로 검색어 장사를 해도 괜찮은 걸까.

그러니까 중국의 송혜교, 전지현 보도, 일본의 소녀시대, 카라의 보도의 선정성에 과연 우리는 비난할 자격이 있을까. 아야세 하루카의 '가슴'에 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켜, 행복하신가?

아야세하루카 이승기 가슴배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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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및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취재기자, 현 영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서울 4.3 영화제' 총괄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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