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분토론>에 출연한 노영호, 이재교 변호사와 유지나 교수

<100분토론>에 출연한 노영호, 이재교 변호사와 유지나 교수 ⓒ MBC


"그럼 사법부는 그 교수 노모의 눈물을 한번이라도 헤아려 봤나?"

31일 방송된 MBC <100분토론> '부러진 화살, 과녁은?'편에 대한 어느 누리꾼의 일성이다. 이 항변은 서울 고법 부장판사 출신인 패널 노영보 변호사의 발언에서 비롯됐다. 이날 <100분토론>은 '석궁 테러' 사건을 극화한 영화 <부러진 화살>에 대한 사회적 논란을 주제로 삼았다. 

노영보 변호사 "석궁 맞아 보셨습니까?"

방송 말미, 한 시민논객은 "<부러진 화살>에 대해 자꾸 국민들이 속아서 봤다, 선동에 넘어갔다고 하는데 이게 다 사법부의 엘리트주의적인 사고방식 아닌가. '사법부 불신'이 불필요하다고 하는데 사법개혁이 요구되는 이때 법조계의 반성이 부족한 것 아니냐"고 질문했다.

이에 노 변호사는 "법관이 테러를 당했다"며 "석궁 맞아 보셨습니까? 평생 금이야 옥이야 키운 아들의 피 묻은 와이셔츠를 세탁하는 노모의 심정을 헤아려 봤느냐"고 답했다. 이어 노 변호사는 "리더십이 실종된 한국사회 분위기에서 법원이 비난을 당하고 있지만, (박훈) 변호사부터 반성해야 한다"고 사법부를 두둔하는 인상을 보였다.

방청석에서 즉각 웃음이 흘러나왔고, SNS에서는 "석궁 맞아 봤어? 안 맞아 봤으면 말을 하지 말어, 끝" "백분토론의 활발한 참여를 위해서 석궁 맞기 운동을 제안합니다"와 같은 촌철살인의 비판들이 줄을 이었다.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꼽사리다>를 진행하는 우석훈 교수 또한 "석궁 맞아보셨습니까?... 이 아저씨의 기묘한 공감 능력, 그것도 능력은 능력이다. 아주 특이한 공감 능력이 있네"라고 말했다.

"광우병 사태를 보라" VS "리얼리티가 뛰어날 뿐"

이날 방송에서 법조계 출신 패널인 노영보 변호사와 이재교 변호사(시대정신 상임이사)는 전반적으로 사법부 입장에 서는 한편, <부러진 화살>의 사실 왜곡을 비판하는 공세를 취했다.

노영보 변호사는 "허구로 사실이 아닌 영화를 만들고, 이것은 사실입니다라고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은 것 아니냐"며 "바깥에 나와서 재판이 잘못됐다, 변호사가 사법부를 과격한 언어로 비판하는 건 옳은 것이냐. 이제는 교통정리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교 변호사는 "사실 오도가 얼마나 위험한 가는 광우병 사태 때 보지 않았느냐"며 "왜곡된 정보와 선동의 위험을 알기 때문에 대법원이 나선 것이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고 얘기할 순 있지만 잘못된 이해로 사회적 문제가 발생되기 때문에 문제다"라며 <부러진 화살>과 관련된 논란의 위험성을 제기했다.

또 이 변호사는 "팩트는 다양할 수 없고 진리는 하나다"며 "법정영화라면 상반된 양쪽 증거를 다 제시해 관객으로 하여금 납득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한 쪽만 보여주며 재판 당사자들을 매도하는 것은 옳지 않다. 다 우리 사회가 잘 되자고 하는 건데, 이런 식으로 법원을 허위로 무너뜨리는 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영화평론가 유지나 교수는 "<부러진 화살>은 리얼리티에 기반해서 잘 만들어진 영화다"며 "노 변호사도 처음과 달리 사실임직하다고 한 걸로 봐서 영화가 100만이 더 들지 모르겠다. 감독의 말대로 영화를 보는 게 아니라 국민들도 다층적으로 영화를 보고 있다. 대법원장도 사법부 또한 자성할 부분이 있다고 하지 않았나"고 반박했다.

"노 변호사님 덕분에 관객 한 명 늘었어요"

누리꾼들과 SNS 사용자들은 대체로 "오늘의 한국 사회에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군요"와 같은 의견이 주를 이뤘다. <100분토론>이 <부러진 화살>의 홍보를 톡톡히 했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반전해석. 1. 법조계의 정보가 폐쇄적이지 않았다면, 국민은 픽션에 가까운 이 영화를 두고 다큐와 팩션과 픽션사이에서 우왕좌왕하지 않았을 것이다.  법조계의 폐쇄적 조치가 오히려 그들을 답답하고 억울하게 만든 것이다." (avrill)

"<100분토론> 노영보 변호사는 재판에 지고 나서도 '공정한 재판관이 했으니까, 의뢰인 당신이 잘못한 거요' 라고 할 판국이구나. 물론 절대 그렇게 안 하겠지."(@hangulo)

"<100분토론> 보니깐 영화 <부러진 화살> 보고 싶어짐ㅎ. 다 노변호사님 덕분이에요~ 관객들을 무시하시더니 오히려 관객 1인 늘렸네요. 엘리트의식에 쩔어 계시는 분들에게는 그영화가 불편한 진실이겠죠. 하지만 공감하는 관객이 늘어난다는 것은 스스로 돌아봐야 할 때라는 거!"(@azalea1225)

한편 <부러진 화살>의 허구, 사실 논쟁에 불을 붙인 진중권 교수의 출연 여부를 궁금해 하는 누리꾼들도 다수였다. 진 교수는 '섭외 전화를 한 제작진에게 필리핀으로 해외촬영을 오라고 건의는 했다'는 농담조의 트위터 글을 올렸으나 지금은 삭제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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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및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취재기자, 현 영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서울 4.3 영화제' 총괄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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