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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진 화살> 정지영 감독이 작가적 양심으로 논란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부러진 화살>과 관련한 논란에 대해 "오히려 고맙다"는 입장을 보였다.

정지영 감독은 31일 오후 서면을 통해 "많은 분들이 감독의 시선과 의도에 대해 의심하고 질문하시기에 작가의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지 않는다는 자세를 보여주고 싶어 말씀드린다"면서 논란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이유를 설명했다.

"영화 관련 이슈들은 또 다른 화두들 만들어 낼 것"

정 감독은 "영화에 대한 지지 혹은 성원에도 고맙지만, 비판과 질책 역시 고맙다"면서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영화 <부러진 화살>은 우리 사회와 적극적인 소통을 하면서 함께 논의하고 함께 고민하는 가운데 또 다른 화두들을 만들어 내리라 생각된다"고 언급했다.

또한 정지영 감독은 "(현재 발생하는 논란에 대해) 문화이론에서는 '굴절현상'이라고 부른다"면서 "우리사회 성원들이 이 영화를 보고, 자기 위치에서 자신의 세계관으로 영화가 던진 의미를 해석하고 새로운 논의를 만들어 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 감독은 과거 자신의 작품인 <남부군>을 둘러싼 '빨갱이' 논란을 예로 들며 "(영화 관련한 여러 논란은) 왜곡이 아닌 일종의 굴절 현상"이라며 "왜곡은 굴절과 다르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 감독은 "사실과 허구의 문제, 진실과 거짓의 문제, 정의와 불의의 문제 등 모든 문제에 대해 시나리오 단계 때부터 깊이 고심했다"면서 "논란이 지금은 지엽적인 문제에 머물고 있지만 더 큰 담론에까지 이를 것이다"라고 생각을 밝혔다.

그 이유로 정 감독은 <부러진 화살>이 "단순히 사법부만 겨냥한 것이 아니라 사법부와 일반 국민 사이의 관계를 들여다 본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정 감독은 이번 서면 입장 발표를 통해 "(영화 관련 논란과 공식적 인터뷰 발언에 책임을 지면서) 이후 영화 관련 논란에 대해 당분간 말을 아낄 것"이라는 생각을 함께 밝혔다. 그는 "그것이 이 영화를 보고 논의를 펼치는 모든 분들에 대한 예의"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부러진 화살> 논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어...

한편 최근까지 <부러진 화살>과 관련하여 여러 논란이 터져 나온 상황. 지난 15일에는 <한겨레>의 한 기자와 문화평론가 진중권 교수 사이에 영화의 사실과 허구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진 교수는 "개그는 개그로 듣고, 영화는 영화로 보세요"라며 "굳이 픽션으로 팩트를 잠식시키려 드는 이들의 '의지'는 한 번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대법원 역시 지난 28일 공식성명을 통해 "<부러진 화살>은 흥행을 염두에 둔 예술적 허구에 불과한데, 사실을 호도해 사법 불신을 조장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공식 성명이 있기 전 25일 이정렬 판사는 법원 내부 게시판에 "재판부는 본래 원고(김경호 전 성균관대 교수) 재임용탈락 무효소송에서 승소 판결을 결정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 판결은 정반대의 결과였고 이것은 곧바로 '석궁사건'의 발단이 되기도 했다. 이정렬 판사는 당시 김 교수 재임용탈락 무효소송 항소심의 주심 중 한 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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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부러진 화살>에 대한 논란과 관련하여(공식 입장 전문)

안녕하십니까? 영화 <부러진 화살>의 감독 정지영입니다.

관객 여러분과 언론사 여러분의 뜨거운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한국 영화의 힘은 작품 자체도 당연히 중요하겠지만, 역시 관객에게서 나온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소통의 공간을 만들어내는 언론의 역할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영화가 감독의 손에서 떠나 관객과 만나는 순간, 그것은 사회적 자산으로 독자적인 위치를 갖게 됩니다. 그 시대, 그 사회와 함께 호흡하면서 새로운 의미와 맥락을 만들어 내고, 또 다른 차원의 변화를 이루어내기 때문입니다.

물론 모든 창작 예술이 그럴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니 그럴 수 있는 작품이 된다는 것은 작가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영광입니다. 작가, 예술가, 문화인이라면 누구라도 그런 기대를 마다하지 않을 것입니다. 작품으로 사회적 발언과 소통의 공간을 새롭게 만들어내는 것은 어떤 각도에서 논란이 된다 해도 기쁨입니다.

그 기쁨을 제가 누릴 수 있는 지점에 와 있는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그런 까닭에 제 영화에 대한 지지 혹은 성원에도 고맙지만, 비판과 질책 역시 고맙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영화 <부러진 화살>은 우리 사회와 적극적인 소통을 하면서 함께 논의하고 함께 고민하는 가운데 또 다른 화두들을 만들어 내리라 생각됩니다. 그것은 감독이 영화에 담아낸 내용과는 또 다른 우리 사회의 독자적인 토론의 산물일 것입니다.

따라서 이미 영화로 발언을 한 감독이 다른 말을 덧붙인다는 것은 사족(蛇足)이 될 위험이 있습니다. 감독이 논란에 직접 뛰어드는 것은 영화의 진실에 다가가는 일에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사회적 논의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방해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감독의 시선과 의도에 대해 의심하고 질문하시기에 작가의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지 않는다는 자세를 보여주고 싶어 한 가지만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영화뿐만 아니라 모든 미디어는(심지어 신문기사마저도) 그것과 소통하는 자의 인생관 혹은 세계관에 따라 다르게 읽히게 마련입니다. 그것은 냉철한 영화평론가든 순박한 시골 아낙네든 모든 이에게 적용되는 말입니다. 문화이론에서는 그것을 "굴절"이라고 부릅니다. 빛이 어떤 사물을 통과할 때 그 통과하게 되는 물질의 성질에 따라 빛은 그대로 통과하기도 하고 꺾이기도 하고 반사하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하나의 작품이 갖게 되는 메시지의 해석은 그것을 애초에 의도하고 만든 작가의 몫이기도 하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이의 세계관도 그대로 보여주게 됩니다. 창작자와 수용자 모두의 생각과 의식, 무의식이 작품의 해석과정에서 고스란히 드러나게 되는 것입니다.

22년 전 제가 영화 <남부군>을 발표했을 때 어떤 이는 '빨갱이를 대단한 휴머니스트들로 미화한 용공영화'로 읽고 어떤 이는 '강철같은 빨치산들을 나약한 감상주의자로 묘사한 반공영화'로 읽어내던 일이 기억납니다. 이십여 년이 지난 지금 다시 그 영화를 보면 그때와는 또 다른 반응과 논의가 생겨날 것입니다. "굴절"은 개인의 차원이기도 하지만, 사회와 역사의 차원을 담고 있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문화에서 "굴절"은 시간에 따라 유동적이 된다는 점에서 물리적 구조와는 다릅니다.

이번 '부러진 화살'에 대한 논란이 지금처럼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는 것은 바로 그 "굴절"의 적극적인 결과물들이라고 여겨집니다. 굴절은 왜곡과는 다릅니다. 우리사회 성원들이 이 영화를 보고, 자기 위치에서 자신의 세계관으로 영화가 던진 의미를 해석하고 새로운 논의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논의는 다른 논의를 가지처럼 펼쳐나가고 있습니다. 이것은 그 영화에서 제가 제기한 문제가 무엇인가와 관계없이 제 영화 속에 우리 사회가 공론화해야할 상당히 중요한 요소들이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생각되어집니다. 영화를 만든 감독으로서는 묵직한 책임감과 함께 뿌듯함을 느낍니다.

아쉽다면, 어떤 경우는 아직 영화도 보지 않은 채 감독을 나쁜 사람으로 만들고 있기도 하고 맡은 역과 연기자의 관계를 악의적으로 모독하는 경우도 있었다는 점입니다. 그것은 합리적인 토론의 기초가 아예 부재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마저도 고맙습니다. 그 덕분에 이 영화는 더더욱 관심을 얻게 될 것이며 그로써 이 영화를 보게 되는 관객들 중엔 보다 많은 이들이 감독의 진정성을 이해할 것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논란이 되고 있는 모든 쟁점, 즉 사실과 허구의 문제, 진실과 거짓의 문제, 정의와 불의의 문제 등 모든 문제에 대해 시나리오 단계 때부터 깊이 고심했습니다. 특히나 이 영화는 실재 사건을 바탕으로 한 법정 영화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이 예측되었고 관련 당사자들이 현실에서 여전히 실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영화 <부러진 화살>이라는 작품뿐만 아니라 제가 그동안 공식적으로 인터뷰하고 발언한 일체의 언급에 대해 모든 책임을 질 것입니다. 감독으로서 당연한 책임입니다. '그동안'이라는 단어를 쓴 것은 당분간은 말을 아끼고 싶어서입니다. 지금은 그쪽을 택하는 것이 이 영화를 보고 논의를 펼치는 모든 분들에 대한 예의라고 믿습니다.

논란이 지금은 지엽적인 문제에 머물고 있지만 더 큰 담론에까지 다다를 것이라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이 영화는 사법부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 사법부와 일반 국민의 관계를 들여다 본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비단 사법부만 해당하는 일이 아닐 것입니다. 영화가 사회적 성찰의 계기가 된다면 감독으로서는 큰 보람 아니겠습니까? 결국에는 제 영화를 떠나서 더욱 더 크고 중요한 문제에 대한 더욱 더 뜨거운 토론들이 생겨났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사회란 그런 논쟁을 통해 조금씩이나마 서로 사명감을 나누며 한발자국씩 건강을 '회복'하는 거라고 믿고 있는 사람입니다.

추운 겨울은 동면(冬眠)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봄을 그 안에서 이미 잉태하고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격렬하게 준비하고 있는 계절이라는 어느 시인의 말이 생각납니다.
감사합니다.

2012년 1월의 마지막 날 정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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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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