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원태인
삼성 원태인삼성 라이온즈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의 프로 3년 차 투수 원태인은 현재 KBO리그 최고의 투수다. 원태인은 올시즌 현재 7경기에 모두 선발 등판하여 6승 평균자책점 1.00으로 다승과 평균자책점 선두를 달리고 있다. 탈삼진은 총 47개로 앤드류 수아레즈(51개·LG 트윈스)에 이어 2위에 올라있으며 9이닝당 탈삼진은 9.40개로 국내 투수 1위(전체 4위)에 올라있다.QS(퀄리티스타트, 6이닝 3실점 이하)는 6회로 고영표(kt)와 공동 1위다.

프로야구 역사상 시즌 개막 후 7경기에 모두 선발등판해 평균자책점 1.00 이하를 기록한 투수는 2019년 LG 타일러 윌슨(평균자책점 0.57)과 2020년 NC 구창모(0.75)에 이어 역대 3번째다. 원태인은 개막 4월에 4승 1패 평균자책점 1.16으로 생애 첫 월간 MVP에 등극했다. 5월에 들어서도 상승세가 꺾이기는커녕 2경기에서는 2승 평균자책점 0.64로 오히려 점점 더 발전하고 있다. 최대한 많은 이닝을 최소한의 실점으로 봉쇄하는 에이스급 선발투수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경북고를 졸업하고 2019년 삼성의 1차 지명으로 프로에 뛰어든 원태인은 2000년생의 아직 어린 선수다. 데뷔 첫해 선발과 중간을 오가며 4승 8패 2홀드 자책점은 4.82. 지난 2020시즌에는 풀타임 선발로 활약하며 27경기에 등판해 6승 10패 자책점은 4.89를 기록했다. 입단 당시부터 삼성이 미래의 에이스로 기대했던 유망주이기는 하지만, 올시즌 그야말로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여주며 선두를 질주중인 삼성의 '현재'를 대표하는 선수가 되어가고 있다.

삼성 팬들에게 원태인의 존재가 더욱 각별한 것은 성적도 성적이지만 오랜만에 등장한 연고지역출신의 '성골' 스타라는 점도 빼놓을수 없다. 대구 출신의 원태인은 양준혁-이만수-이승엽같은 역대 지역 출신 레전드들은 물론, 투수로만 국한해도 김상엽-배영수에 이어 삼성의 '고졸 토종 에이스' 계보를 잇는 선수다.

예상을 뛰어넘는 원태인의 빠른 성장세는 본인의 노력과 구단의 꾸준한 믿음이 모두 있었기에 가능했다. 원태인은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좋은 구위에 비하여 경험부족으로 인하여 체력과 경기운영 능력에 약점이 있었다. 그러나 허삼영 삼성 감독은 원태인이 지난 시즌 슬럼프에 빠져있던 시기에도 흔들리지않고 계속 기회를 부여했다. 리빌딩을 위해서는 성적 부담에 연연하지 않고 유망주를 키우는데 인내할줄 알아야한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낙천적인 성격의 원태인 역시 주눅들지 않고 씩씩하게 공을 뿌려가며 경기운영에 대한 자신만의 노하우를 쌓았다. 전문가들도 원태인의 최대 장점으로 패스트볼같은 구속보다 타자들에게 얻어맞더라도 흔들리지않는 강인한 멘탈을 꼽을 정도다. 지난 시즌 후반기의 부진은 원태인에게는 오히려 더 강한 정신력과 동기부여를 갖추게 하는 전화위복이 됐다.

원태인이 올시즌 눈에 띄게 향상된 부분이 바로 위기관리능력이다. 13일 KT전에서 6회까지 순항하다가 7회에 힘이 떨어지며 2사 1·2루의 위기에 처했지만 강타자 강백호를 좌익수 뜬공으로 잡아내며 스스로 위기에서 벗어난 장면이 대표적이다.

자칫 승패가 엇갈릴 수 있는 위기상황에서 원태인을 교체하지않고 스스로 경기를 풀어가는 방법을 터득할수 있게 믿고 기다려준 벤치의 뚝심이 없었더라면 역시 불가능했을 장면이다. 시즌 개막 전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집고 당당히 리그 1위를 달리고있는 삼성은 원태인과 함께 6년 만의 가을야구는 물론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한편으로 원태인의 놀라운 시즌 초반 활약을 바라보며 기대반 걱정반으로 비교대상에 거론되는 선수가 바로 구창모(NC)다. 2020시즌 전반기 구창모는 13차례 선발 등판해 9승 무패 평균자책점 1.55의 놀라운 성적을 기록하며 잠재력을 폭발시켰고 NC는 그해 창단 첫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구창모는 팔꿈치 통증으로 후반기에 장기간 결장하며 끝까지 상승세를 이어가지는 못했다.

구창모는 후반기 시즌 막바지에야 복귀하여 최종성적은 9승 자책점 1.74, 93.1이닝 소화를 기록했다. 11월 열린 한국시리즈에서는 두 차례 선발로 나와 압도적인 구위를 뽐내며 팀의 통합우승에 기여했다. 하지만 올시즌도 초반부터 부상으로 장기결장하며 이닝이터로서 필수요소인 내구성에 대한 불안감은 현재진행형이다.

공교롭게도 원태인도 지난해 전반기 13경기 5승 2패 자책점 3.56으로 선전했으나 후반기 14경기 1승 8패 자책점 6.15로 극악의 난조를 보이며 롤러코스터같은 모습이 두드러졌다. 원태인은 프로 데뷔후 지난 2년간 112이닝-140이닝을 각각 던졌고, 현재의 페이스대로라면 최초의 규정이닝 소화를 뛰어넘어 자신의 최다이닝과 투구수 기록을 대거 경신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원태인이 시즌 초반에 기대를 뛰어넘는 놀라운 피칭을 선보이며 상대팀들에게는 집중적인 분석대상이 됐다. 체력으로나 구위면에서 시즌 초반의 페이스를 계속 유지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쉽지만은 않아보인다.

또한 원태인에게는 도쿄올림픽이라는 변수도 있다. 오는 7월 열리는 2020 도쿄 올림픽을 준비하는 야구대표팀 김경문호에서 원태인이 승선할 가능성은 매우 높아졌다. 대표팀이 가뜩이나 선발 투수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는데다 오랫동안 대표팀을 지탱했던 김광현, 류현진, 양현종 등 국내 정상급 투수들이 모두 메이저리그에 진출하여 올림픽 출전이 어려워진 상황이다. 소형준, 이의리 등 최근 두각을 나타내는 KBO리그의 젊은 선발자원들 중에서도 원태인이 현재로서는 대표팀 에이스 계보를 적임자에 가장 가까운 것이 사실이다.

류현진과 김광현 등은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을 통하여 병역혜택까지 얻으며 KBO를 넘어 세계적인 선수로 발돋움할수 있는 전환점을 마련했다. 당시 그들도 지금의 원태인과 마찬가지로 20대 초반의 나이에 대표팀의 1,2선발 역할을 맡아 일본,캐나다 쿠바같은 강팀들을 상대로 호투하며 자신의 몫을 다했다.

원태인이 남은 기간 부상이나 슬럼프없이 대표팀에 승선하고 올림픽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제2의 류현진-김광현을 잇는 한국야구의 에이스로서 확고한 입지를 굳힐수 있다. 현재의 짧은 상승세에 안주하지말고 냉철한 평정심과 자기관리를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 관건이다. 과연 원태인이 오랫동안 차세대 에이스에 목말랐던 야구팬들의 갈증을 풀어줄 진정한 해답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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