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K리그1 강원FC는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가장 주목받았던 팀 중 하나였다. K리그에서 지난 3년간 '병수볼' 신드롬을 일으킨 김병수 감독의 지도력을 바탕으로 고유의 팀컬러를 구축한 데 이어, 행정파트에서는 올 겨울 '한국축구의 전설' 이영표를 신임 대표이사로 깜짝 선임하면서 또 다른 변화를 예고했다.
행정가로 변신한 이영표는 K리그 최연소 대표이사에 이름을 올리며 구단의 혁신을 주도할 새로운 간판으로 자리매김했다. 또한 부임하자마자 선수 영입에서 적극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김대원을 비롯하여 마사, 실라지, 윤석영, 임창우, 황문기, 김정호 등이 강원 유니폼을 입으며 대대적인 전력 보강에 성공했다. 지난 시즌 7위(하위스플릿)로 조금은 아쉬운 성적을 기록했던 강원으로서는, 올해는 내심 상위스플릿 진출과 그 이상의 성적까지 바라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졌다.
하지만 시즌 개막 후 강원의 출발은 험난했다. 강원은 2경기에서 연패를 당하며 11위로 내려앉았다. 강원과 함께 아직 승점이 없는 광주FC와 비교하면 다득점에서 딱 1골차이로 순위가 앞섰을 뿐, 실점은 리그 최다인 무려 8골이나 내주며 내용면에서는 실질적인 최하위나 마찬가지다. 광주는 2경기에서 득점이 없지만 실점도 2골밖에 내주지 않았다.
강원은 최근 3시즌간 60실점(2018년)-58실점(2019년)-41실점(2020년)을 기록하며 연속으로 리그 최다실점 톱3 안에 이름을 올릴만큼 수비불안이 고질병으로 꼽힌다.지난 겨울에는 김병수 감독이 동계훈련에서 수비력 강화에 중점을 뒀다고 밝힌 것을 감안하면 더 실망스럽다.
굳이 변명거리를 찾자면 초반부터 대진운이 너무 나쁘긴 했다. 강원은 개막전에서 지난 시즌 리그-FA컵 준우승팀이자 ACL 챔피언인 홍명보 감독의 울산 현대를 만나 0-5로 대패했다. 사실 그 정도 점수차가 나올 경기는 아니었지만, 주장이자 수비의 핵심인 임창민이 카드 관리에 실패하여 첫 경기부터 퇴장당하면서 이후 후반에만 내리 4골을 내준게 뼈아팠다. 전반까지만 해도 흐름상 좋은 기회도 있었던 강원으로서는 준비했던 플랜을 제대로 다 펼쳐 보이지도 못하고 무너진 게 아쉬웠다.
2라운드에서 만난 상대는 포항 스틸러스였다. 이번엔 홈에서 포항에 먼저 선제골을 넣고도 기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1-3으로 역전패를 당해다. 한 번 실점을 허용하자 와르르 무너지는 모습은 울산과의 개막전과 똑같았다. 후반 25분과 33분에는 모두 세트피스 상황에서 수비수들이 상대 공격수들을 잇달아 놓치며 실점을 허용했다.
설상가상 강원의 다음 상대는 바로 디펜딩챔피언 전북 현대다. 강원은 9일 김상식 감독이 이끄는 전북을 그것도 원정에서 상대해야 한다. K리그 5연패에 도전하는 전북은 올 시즌부터 김상식 감독이 새롭게 지휘봉을 잡으며 현재 1승 1무를 기록중이다.
희망적인 부분은 강원이 전북에 통산전적(5승2무17패)에서는 열세지만 지난 시즌에는 리그에서 두 번(1-0,2-1) 모두 승리를 따내며 '강한 면모'를 보였다는 점이다. 반면 그래서 전북도 올시즌 강원전에 임하는 설욕의 각오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지난 라운드인 제주 유나이티드전에서는 로테이션을 가동했다가 아쉬운 무승부에 그쳤던 전북은 강원전에서는 휴식을 취한 베스트멤버들을 대거 투입할 가능성이 높다. 강원 입장에서는 개막부터 지난 시즌 2위-3위-1위팀을 잇달아 만나야 하는 최악의 대진운이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전북전을 마친 뒤에는 14일 수원 삼성과 원정경기를 치른다. 최근 몇 년간 주춤하기는 했지만 전통의 명문인 수원은 박건하 감독 체제에서 올 시즌 상위권 재도약을 노리며 울산-포항과 함께 나란히 개막 2연승으로 지난 시즌과는 확연히 달라진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수원은 지난해 대역전극으로 강원의 파이널A행을 저지하는 등 강원에 유난히 강한 면모를 여러 차례 보여준 바 있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이영표 대표이사와 김병수 감독의 만남에서 기대한 시너지 효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물론 경기장에서의 성적을 내는 것은 이영표 이사의 영역이 아니다. 아무래도 선수구성이 많이 바뀐 만큼 선수들도 김병수 감독이 요구하는 전술에 녹아들기 위해서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이영표 이사도 "장기적으로 역사와 전통과 스토리가 있는 팀을 만드는 것이 목표이고, 이런 것들은 한순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며 많은 인내와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프로는 결국 결과로서 말할 수밖에 없다. 장기적인 프로젝트나 아름다운 이상도 현재의 성과가 어느 정도 뒷받침이 되어야 추진력을 가질 수 있다. 강원 FC에게는 시즌 개막과 동시에 우려했던 위기가 다소 빨리 찾아온 셈이다. 초반 분위기가 중요한 K리그에서 강원이 빨리 팀전력을 추스르지 못할 경우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 빠질수도 있다. 과연 강원에게 시간이 해답이 되어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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