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혼술남녀> 이한빛 PD의 죽음 이후, 오랜 기간 '관행'을 이유로 묵인되어온 방송 스태프들의 노동 환경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방송 스태프들은 주 100시간 이상의 노동을 하고 있습니다. 한 드라마 스태프는 이런 자신의 처지를 '염전 노예'에 비유했습니다.
누군가의 죽음으로 바뀌는 세상도 슬프지만, 누군가의 죽음에도 변하지 않는 세상은 더 슬픕니다. 오마이뉴스는 방송 스태프들의 더 나은 일터를 위해 이 기획을 준비했습니다.[편집자말] |
지난 8월 2일, SBS 드라마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 현장에서 일하던 스태프 김아무개씨의 사망 소식이 전해졌다. 건강하던 서른 살 청년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그의 근로 환경이 원인으로 지목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40도를 넘나드는 날씨, 사망 직전 5일간 노동시간 76시간. 과로사와 무더위로 인한 온열사가 의심됐고, 부검 결과 그의 사인은 '내인성 뇌출혈'로 밝혀졌다.
"드라마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 스태프 사망 원인은 과로사가 아니었다"
"'서른이지만' 스태프 사인... 과로사 아닌 내인성 뇌출혈"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 측 "스태프 사망 사인 과로사NO, 내인성 뇌출혈"
"드라마 스태프 사망, SBS 측 "사망 원인 '내인성 뇌출혈'... 과로사X""
"'서른이지만' 측 "스태프 사인, 내인성 뇌출혈... 과로사 아냐""
사인이 나오자마자 과로사와 온열사를 의심하던 언론들은 일제히 '과로사 사실무근'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쏟아냈다. 내인성 뇌출혈이 외부적 요인이 아닌, 본인이 가지고 있던 질병에서 발생하는 뇌출혈이라는 게 이유였는데, 마치 사망한 스태프가 가지고 있던 질병이 원인이 됐다는 식의 표현이었다.
'내인성 뇌출혈'과 과로는 정말 상관관계가 없는 것일까? <오마이뉴스>가 접촉한 의사들은 공통적으로 "외부 충격으로 인한 뇌출혈이 아니면 내인성 뇌출혈이다. 과로가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고는 할 수 없지만, 과로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도 볼 수 없다"고 답했다. '사실무근'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과로 때문에 사망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는 이야기였다.
의사들에게서 '과로'가 사망 원인이라는 이야기를 명확하게 들을 순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과로사'는 의학 용어가 아니라 사회 용어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과로사'는 부검으로 밝힐 수 있는 사인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