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부터 방송 중인 'KBS 특별기획' <대선 유력 주자에게 듣는다>.
KBS
KBS1은 지난 18일부터 'KBS 특별기획' <대선 유력 주자에게 듣는다> 시리즈를 방영 중이다. 오후 10시부터 1시간 동안 진행되는 생방송 대담 프로그램이다. KBS 보도본부 박영환 취재주간이 진행하고, 패널로 KBS 기자 한 명이 배석한다. 여전한 KBS1의 기본 시청률과 고정 시청층을 감안하면 '대선주자'로 분류된 정치인들에게 꽤나 유용한 홍보 방송이 아닐 수 없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를 시작으로 20일까지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과 이재명 성남시장 편이 방송됐다. 일요일인 22일부터 박원순 서울시장,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 안희정 충남지사 순으로 방송 일정이 잡혀 있다.
20일 방송의 경우, 이재명 시장이 다소 차분하게 자신의 공약과 평소 이미지, 향후 과제를 설명했다. "사이다"와 "싸움꾼"이란 별명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앞으로 실천가로 불러줬으면 좋겠다"라는 훈훈한 답변이 대표적이었다.
식상하거나 관례적이거나. 모범적인 질문에 파격적인 답이 나올 리 만무하다. 이재명 시장의 대담이 그랬다는 얘기가 아니다. 이 대담의 형식이나 톤이 그 자체로 '보수적'이란 얘기다. 공격적인 질문보다는 각 대선주자의 품위를 지켜주는 선에서 오고가는 문답으로 해당 정치인의 진면목을 판단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더욱이 KBS1은 지난 19일 대선 출마선언을 한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출연 명단에 포함시키지도 않았다. 8명 중 아직 출마선언을 하지 않은 정치인들이 즐비하다. 이들 중 정당 경선을 완주하리라 예상되지 않는 인물들도 다수다. 심지어, 최근 더불어포럼 공동대표를 맡은 황교익씨의 <아침마당> 출연 금지 통보를 두고, 문재인 전 대표 측은 출연을 고사할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보낸 상태다.
출발부터 소소한 잡음이 들려온 <대선 유력 주자에게 듣는다>는 이렇게 공영방송의 이점을 살려 지상파를 비롯한 여타 방송보다 좀 더 긴 방송 시간을 대선주자들에게 할애한다. 반면 SBS는 집중도를 높이는 효과를 줄 수 있는 <8시 뉴스> 내 앵커와의 인터뷰를 활용한다. 특히나 메인뉴스 언급 빈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대선주자의 경우 기회로 여길 수밖에 없는 것이 이러한 뉴스와 대담 프로그램 출연일 것이다.
헌데, 꼭 메인뉴스나 대담 형식을 고집해야만 할까. 이른바 '올드보이'들에게 더 친숙할 전통적인 매체와 장르만을 선호할 필요가 있을까. 그렇지 않다. 최근 SBS 모비딕 <양세형의 숏터뷰>에 출연한 안희정 충남도지사 편을 보면 생각이 달라질지 모른다. 전통적인 정강정책과 비전을 발표하고, 상대 정치인과 상호 토론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차고 넘친다. 대신 좀 더 유연하게 자신의 이미지를 노출시키는 동시에 일상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프로그램도 병행돼야 한다. 아니, 더 필요하다.
안희정의 '이상형 월드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