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피에로의 쐐기골 장면이 실린 대회 홈페이지(FIFAworldcup.com) 첫 화면.
ⓒ FIFAworldcup.com
현대 축구를 흔히 '토틀 사커'라는 말로 설명하기도 하지만 '4-4-2' 또는 '4-3-2-1'과 같은 포메이션이 팀 균형을 유지하는 것과 관련해 경기 내용과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당연하다. 그만큼 실제로 경기장에서 뛰는 선수들이 자신의 팀을 잘 알고 끝까지 균형을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 균형이 깨진 틈에서 골이 나오기 때문이다. 마르첼로 리피 감독이 이끌고 있는 이탈리아는 우리 시각으로 5일 오전 4시 도르트문트에 있는 베스트팔렌슈타디온에서 벌어진 2006 독일월드컵 준결승 첫 번째 경기에서 개최국 독일과 연장 접전 끝에 2-0으로 이겨 오는 10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결승전에 먼저 이름을 올렸다. 이탈리아의 균형 잡힌 움직임 많은 사람들은 이탈리아 축구를 '빗장수비'라고 부른다. 수비가 강하다는 것이다. 옳은 표현이다. 이번 대회에서도 그들은 여섯 경기를 치르는 동안 자책골 하나를 빼놓고 골을 내주지 않았다. 네스타가 대회 도중 다치는 바람에 가운데 수비에 걱정이 생기기는 했지만 주장 완장을 찬 칸나바로가 분전하고 있으며 키다리 수비수 마테라치가 네스타의 빈 자리를 비교적 잘 메워주고 있다. 이탈리아 축구는 수비보다 더 자랑할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균형 잡힌 공격 전개 능력'이다. 오른발의 마술사 안드레아 피를로가 공격 방향을 선택하는 임무를 맡았고 팀의 정신적인 지주라 할 수 있는 토티가 그 앞에서 과감한 공격적 움직임을 펼쳤다. 여기서 그 균형을 완성시키는 것은 양쪽 수비수와 미드필더의 움직임인데 왼쪽에서는 수비수 그로소와 미드필더 페로타가 번갈아가며 프리드리히, 메르테자커 등 독일 수비수들을 괴롭혔고 오른쪽에서는 수비수 참브로타와 미드필더 카모라네시가 그 역할을 맡았다. 카모라네시가 후반전 중반 이후 체력적인 문제를 드러내며 그 균형의 완벽함에 틈이 생기고 말았지만 이탈리아 축구는 그 짜임새로 볼 때 최고의 팀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반면 개최국 독일은 아르헨티나와 치른 8강전 직후 부끄러운 주먹다짐 때문에 핵심 미드필더 프링스가 나오지 못해 공격적 경기 운영에 차질을 빚었다. 그 자리에 제바스티안 켈이 나오기는 했지만 발라크의 중원 움직임을 만족스럽게 뒷받침하지는 못했다. 오른쪽에서 뛴 노련한 슈나이더도 분전했지만 반대쪽에서 뛴 보로프스키가 측면 균형을 제대로 이뤄내지 못했다. 독일은 후반전 중반 이후 체력적으로 흔들리기 시작한 이탈리아의 오른쪽 균형을 무너뜨리기 위해 보로프스키 대신에 슈바인슈타이거를 들여보냈지만 크로스나 전진 패스의 정확성이 모자라 뜻을 이루지 못했다. 연장전, 개최국 독일의 무너진 수비 균형 두 팀은 체력적으로 부담스러웠던 연장전에 들어가 수비 균형을 유지하기에 힘들었다. 결과도 그렇게 나왔지만 먼저 수비 균형이 크게 흔들린 것은 개최국 독일이었다. 연장전 시작과 동시에 오른쪽을 파고든 질라르디노는 재치있는 돌려차기로 골을 노렸는데 오른쪽 기둥을 때리고 나왔다. 골문 바로 앞 상황이었지만 독일 수비수는 그 자리에 없었다. 공격형 미드필더 발라크가 그를 막고 있었을 뿐이었다. 물론 이탈리아도 수비에 문제점을 드러내 포돌스키에게 두 차례나 결정적인 슛 기회를 내줬지만 운도 따랐고 문지기 부폰의 결정적인 방어에 가슴을 쓸어내릴 수 있었다. 120분간의 피말리는 승부는 야속하게도 2분을 남겨놓고 마무리됐다. 놀라운 발놀림으로 경기 내내 독일 미드필더들을 괴롭히던 안드레아 피를로가 멋진 왼발 중거리슛으로 얻어낸 오른쪽 코너킥(118분) 공격 상황에서 수비숲 사이로 기막힌 전진 패스를 보냈고 이탈리아의 행운아 그로소가 아름다운 왼발 돌려차기로 문지기 레만을 울렸다. 이탈리아는 그것도 모자라 균형이 완전히 무너진 독일 수비수들을 상대로 교체 멤버 두 선수가 잊을 수 없는 쐐기골을 함께 만들어 결승 진출을 자축했다. 질라르디노의 침착한 드리블과 완벽한 도움이 빛났고 노장 델피에로는 골키퍼가 도저히 손을 쓸 수 없는 곳으로 오른발 감아차기 슛을 꽂아 넣었다. 이탈리아는 월드컵 본선 독일전 무패 신화를 이어 나가며 두 대회 연거푸 개최국(1998년 프랑스, 2002년 한국)으로부터 쓴 잔을 받았던 아픔을 보기 좋게 씻어버렸다. 반면 독일은 도르트문트 베스트팔렌슈타디온에서 처음으로 무너졌다.

덧붙이는 글 ※ 2006 독일월드컵 준결승 첫 번째 경기 결과

★ 이탈리아 2-0 독일 [득점 : 그로소(도움-피를로), 델 피에로(도움-질라르디노)]

◎ 이탈리아 선수들
FW : 토니(74분↔질라르디노)
AMF : 토티, 카모라네시(91분↔이아퀸타)
MF : 페로타(104분↔델 피에로), 가투소, 피를로
DF : 그로소, 마테라치, 칸나바로, 참브로타
GK : 부폰

◎ 독일 선수들
FW : 클로제(111분↔뇌빌), 포돌스키
MF : 보로프스키(72분↔슈바인슈타이거), 켈, 발라크, 슈나이더(83분↔오동코어)
DF : 람, 메르테자커, 메첼더, 프리드리히
GK : 레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