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최 대륙에서 우승팀이 나온다는 월드컵 징크스는 이번 월드컵도 비켜가지 않았다. 남미의 강력한 우승후보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나란히 떨어진 상황에서 유럽 팀만이 살아남아서 우승을 놓고 다투게 되었다.

이 중 포르투갈을 빼고는 모두 월드컵 챔피언을 해봤던 팀들이다. 이들의 가슴에는 별이 달려있다. 독일과 이탈리아가 3개씩, 프랑스는 하나를 달고 있다. 포르투갈이 월드컵에 우승한 8번째 국가가 될지 아니면 우승 경험이 있는 관록의 3팀이 별을 추가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전차군단 vs. 아주리군단

4강 첫 대결은 4개 팀 중 가장 강력한 공격력을 선보인 팀과 가장 강력한 수비력을 보여준 팀과의 맞대결이다. 독일과 이탈리아가 유럽에서 최초로 별 4개를 달기 위해 격돌한다.

이번 대회 독일은 당초 우려와 달리 화끈한 경기를 펼치며 개최국으로서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특히 클로제와 포돌스키가 8골을 합작하는 등 포워드 진의 골 감각이 초절정이다.
하지만 아르헨티나와의 8강전에서 집단 난투극이라는 꼴사나운 모습을 보여주면서 스타일을 구긴 것이 흠이다. 결국 그 사건에 가담한 프링스가 출장정지를 당하기까지 했다.

오동코어의 활약에 고무되어있는 독일이지만 클로제와 포돌스키가 이탈리아의 카테나치오를 풀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역대 전적에서 밀리는 것도 신경 쓰이는 대목이다. 하지만 독일이 개최국으로서 이점을 충분히 살린다면 경기는 그들에게 유리하게 돌아갈 것이다.

이탈리아는 특유의 빗장수비로 고비 때마다 집중력을 발휘하며 강팀으로서 저력을 발휘했다. 이탈리아는 수비의 핵 네스타가 빠졌어도 칸나바로를 위시하여 빗장들이 여전히 촘촘한 수비를 보여주고 있다.

이탈리아는 수비력이 막강한 팀이지만 공격진의 결정력 또한 무시할 수 없다. '골든 슈'를 노릴 만큼의 선수는 없지만 질라르디노, 토니, 토티, 인자기, 이아퀸타 등 대부분의 공격진이 골 맛을 본 만큼 공격전술의 선택의 폭이 넓다. 독일은 클로제와 포돌스키라는 카드에 한정되지만 이탈리아는 공격자원이 오히려 넘친다. 이에 상대팀은 누구를 염두에 둬야 할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또 이탈리아는 불리한 상황에서도 경기를 풀어나가는 능력을 보여줬다. 주전선수가 부상을 당하면 백업선수가 들어와서 완벽하게 대신하였고, 퇴장으로 수적 열세에 빠지더라도 역습을 노려서 끝내 승리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는 명감독 마르첼로 리피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레블뢰군단 vs. 자색군단

결승전의 남은 한 자리는 포르투갈과 프랑스의 대결이다. 포르투갈은 사상 첫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고, 프랑스는 2번째 별을 달기를 원한다. 역대전적에서 포르투갈에 진 적이 없는 프랑스는 한결 여유롭다. 반면에 단 한 번도 프랑스에 승리하지 못한 포르투갈은 역사를 바꾸기 위해 필사적으로 달려들 것이다.

포르투갈은 심리전에 능한 팀이다. 네덜란드와 잉글랜드 전에서 모두 상대팀에서 퇴장 선수가 나왔다. 16강전에서는 포르투갈도 나름대로 출혈이 있었지만, 경기를 거칠게 몰고 나감으로써 결국 네덜란드 선수들을 흥분시켰고, 이에 네덜란드는 자멸했다. 그리고 8강전에서도 루니를 흥분시켜 반칙을 유도했고 이내 퇴장시켜 버린 것이다. 그리고 4강전을 앞두고 주축인 피구와 호나우두가 부상으로 출장하지 못한다는 소리를 흘리고 있다.

스콜라리 감독은 정말 영악한 인물이다. 그는 축구란 실력뿐만 아니라 그 외의 요소에서 승패가 갈릴 수 있다는 것을 철저히 이용했다. 오히려 실력이 뛰어난 팀들은 오만한 태도로 임하다가 결국 자기 화를 참지 못하고 자멸해 버렸다. 월드컵 12연승이라는 대기록은 그냥 이루어지지 않았다. 승장은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카드를 이용하는 사람이다. 과연 프랑스는 네덜란드와 잉글랜드의 전철을 밟을 것인가.

프랑스는 예선전에서 '늙은 수탉'이니 '고성에 숨어있는 늙은 기사'라는 비아냥거림을 들어야만 했다. 월드컵 직전 평가전서부터 느린 경기속도와 터지지 않는 골 때문에 자국 팬들로부터도 우승하지 못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세계최강이라던 브라질을 꺾은 지금은 98년 영광 재현을 기대할 만큼 우승에 근접한 팀으로 거듭났다. 이는 튀랑, 갈라스, 아비달, 사뇰로 이어지는 막강 수비진 덕택이다. 여기에다가 비에라, 마켈렐레 30대 더블 볼란치 콤비까지 수비에 무게를 실어줬다. 이 수비라인이 막강화력을 자랑하던 스페인과 브라질을 무력화시켰다.

그리고 '위대한 선수' 지단이 현역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있고, 앙리의 부활이 시작되고 있는 지금, 프랑스는 트리플 크라운을 이룬 전성기의 모습을 회복하고 있다. 아직까지 체력에 대한 우려의 소리가 들리고 있지만, 평균연령을 무색케 할 만큼 지금까지 잘 해왔다. 오히려 그들의 경험과 노련미가 '젊은 스페인'과 '세계최강 공격력 브라질'을 잠재웠던 것이다. 프랑스가 당초의 예상을 뒤엎고 다시 한번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까.
2006-07-04 14:35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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