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저씨>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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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동생아, 난 이 세상에서 네가 제일 부럽다. 대기업 부장, 아침에 일어나 갈 데가 있는 놈. 그런데 그곳엔 자길 사모하는 어린 여직원도 있고. 내가 다 눈물나게 설레서 아침부터 눈이 일찍 떠졌다."첫째 형 상훈(박호산)을 보라. 그는 끊임없이 '영포티(Young Forty)'의 판타지를 상기시킨다. 사회적 지위, 경제적 안정을 손에 얻은 중년 남성은 언제든지, 그리고 얼마든지 '어린 여직원'과 사귈 수도 있다는 '아재'들의 환상을 말이다. 최대한 선의를 발휘해서 <나의 아저씨>에 멜로가 없(어졌)다고 믿어보자. 유력한 용의자인 박동훈이 계속해서 지안을 애 취급하며 부인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이제 그마저도 마냥 신뢰하긴 어렵다. 박동훈은 "내가 유혹에 강한 인간이라 여태 사고 안 친 거 같아? 유혹이 없었던 거야. 그러니까 모른 거야. 내가 유혹에 강한 인간인지 아닌지"라며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면서 <나의 아저씨>는 이지안이 박동훈에게 기습 키스를 시도하는 장면을 보여준다(물론 이는 박동훈을 위험에 빠뜨리기 위해 진행한 계획 중 하나다). 이제 분명해졌다. 45세 박동훈에게 21세 이지안의 존재는 명백한 '유혹'이다.
아저씨들 시선에서 아저씨들 처지를 '변명'방송 전부터 워낙 거센 비판에 직면했던 터라 <나의 아저씨>가 드러내 놓고 두 주인공을 멜로로 엮는 어리석은 짓은 하진 않을 것이다. 드라마는 어떻게든 동훈과 지안의 관계를 '사람 대 사람'으로 이끌어 가려 애쓸 테고, 그들을 나이를 뛰어넘은 친구처럼 포장해 낼 것이다. 마음씨 넉넉한 한 칼럼리스트가 이 음흉한 드라마를 '어쩌다 현실의 양 끝에 서게 된 중년 세대와 청춘 세대의 생존스릴러'라고 표현한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나의 아저씨>는 이미 중년 세대의 힐링에는 성공한 듯 보인다. 끊임없이 아저씨들의 시선에서, 아저씨들의 처지를 '변명'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들을 처량한 존재로 그려내고, 이해받아야 할 존재들로 표현한다. 또, 그 아저씨들은 어쩜 그리도 착하고 선량한지. 마치 평소에 아저씨들의 따뜻한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오해했던 우리들의 속좁음을 꾸짖는 것처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