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AV 아이돌> 시사회에 참석한 배우 여민정

영화 시사회에 참석한 배우 여민정 ⓒ 골든타이드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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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배우의 드레스가 '심각하게' 흘러 내렸다. 포털 검색어 1위에서 내려올 줄 모르는 이 '노출 사고'를 인터넷 기사로 접하면서, 어떤 '심각한' 사회·정치면의 사건·사고를 마주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심지어 한 '경제' 매체에서는 이 '심각하지 않은' 사건을 '심각하게' 심층보도하고 있었다. 헤드라인을 보자.

"여민정, 어깨 끈 풀리는 대참사 그 현장… 시민들 탄성과 함성 '와~'"
"노출 사고 주인공, 여민정은 누구?"
"노출 사고 주인공 여민정, 현장에선 고의성 놓고 '티격태격'"
"여민정 노출 사고 논란, 피판(Pifan) '의도한 것 아니다'"
"노출 사고 여민정, 1년전도 역시나 과감한 포즈 '비교하니 재밌네'"
"노출 사고 여민정, '가식0% B형… 최종 꿈은 사회복지가'"
"노출 사고 여민정 집에 도착, '썰전 보려고 부랴부랴… 정신없다'"
"여민정 대형 노출사고 '벗기 위한 레드카펫인가'"

이렇게 길게 모두 소개한 이유가 있다. 포토뉴스를 포함하면 한 매체에서 총 19건의 기사가 포털로 쏟아져 나왔다. 배우 여민정이 18일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식 레드카펫을 밟은 이후 오후 7시 30분 경부터 무려 오후 11시 30분 경까지 '후속' 기사가 이어졌다.

내용은 가관이다. 현장을 전달하는 단순한 스트레이트 기사부터, 시민들 반응, 배우 소개, 영화제 측 반응, 1년 전 영화 시사회 당시 포토타임 사진 비교, 배우의 트위터 프로필 소개, 여민정의 당일 트위터 소감이 이어졌다. 그리고 마지막은 노출 사고를 '일으킨' 당사자에 대한 준엄한 질타로 이어진다.

관련 기사들은 이튿날인 19일 오전 7시까지 이어졌고, 이 기사 대장정의 말미는 연예전문 대기자의 '여배우 벗기 위한 레드카펫인가'란 칼럼으로 장식됐다. 자, 그래서 물어보자. 과연 선정적인 노출 사진을 여과 없이 내보내는 것도 모자라 말 그대로 '기사 대량 방출'로 '클릭 장사'를 한 매체들이 그렇게 준엄한 죽비를 내리 칠 '언론의 품격'을 갖췄는가.  

여배우와 매체, 포털과 네티즌의 고착화된 공생관계

자, 이게 다 '먹고사니즘'의 발로라는 변명이 돌아올 것도 잘 안다. '네이버 캐스트'도 사라졌다. 그 이전에 그 안온한 전쟁터 안에 끼지도 못했던 군소매체들의 밥벌이 수단 중 중요한 부분이 '검색 기사'라는 사실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먹잇감을 물고 달려드는 하이에나 같이 달려들 때와 달리 정색하고 기자 본연(?)의 자세로 표변해 면을 세우는 건 도리가 아니지 않나.

강도가 센 '여배우의 노출 사고'가 포털 검색어 위주로 돌아가는 매체 환경에 최적화된 '떡밥'이란 사실을 부인할 생각은 없다. 이튿날까지 지칠 줄 모르고 500여 개가 훌쩍 넘는 기사를 양산해 내야 하는 현 '포털 위주'의 환경도 고착화 된지 오래다. 물론 그 해법이나 탈출구 역시 쉬이 찾을 수 있는 성질의 문제가 아니다(다수의 매체는 찾을 생각이 있는지도 심히 우려된다).

웃기고도 슬픈 것은 이 '해프닝'에서 '공범'의 혐의를 모두가 짊어 지고 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의도적인 노출'로 의심받는 여배우나 누리꾼을 넘어 패션관계자의 의견까지 물으며 분 단위로 기사를 쏟아내는 관련 매체들, 그리고 이 떡밥에 클릭으로 동조하며 '듣보잡' 여배우에게 근엄한 질타를 던지는 누리꾼들 역시 공범이긴 마찬가지다(물론, 그 중에서도 면죄부에서 가장 거리가 먼 집단은 '윤리'따위는 상관없이 기계적으로 기사를 '대량 생산, 대량 복제' 해내는 매체들일 것이다).

여배우들의 패션을 통한 인정욕구야 '스타'가 탄생하던 시기와 맞물려 있을 것이다. 한때 '청룡영화상의 김혜수'로 대변되던 영화제 노출 패션은 레드카펫을 통해 업계가 주목하는 '포털 검색어 1위'에 입성한 여배우들 하나 둘 늘어가면서 그 수위가 점차 높아져만 갔다.

자극적인 것에 먼저 반응해야 사는 매체들과 이를 모아 검색어를 완성시키는 포털, 그리고 이에 화답하는 누리꾼의 욕구에 부응해 자신의 인지도를 높이려는 배우의 홍보 행위(그것이 노출사고든 패션이든).

이번 여민정 배우의 해프닝은 이 꾸준히 단련되고 완성되어 온,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는 비교도 안 될 공생관계들이 그 끝을 향해가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결론적으로, 누가 누구에게 돌을 쉽사리 던질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 궁금한 것은, 이병헌, 전지현 등 예년에 비해 스타들의 얼굴을 풍성하게 만날 수 있었던 개막식 잔치를 차렸던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측은 이 해프닝으로 인해 득을 볼까, 실을 볼까 하는 점이다. 부디, 28일까지 여정을 계속할 '사랑, 환상, 모험'의 페스티벌에 '여배우 노출 사고'보다 큰 관심이 이어지기를.  

여민정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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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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