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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의 시대로" 독립·지역영화 배제된 영진위 '영화제 지원심사'

국내 및 국제영화제 지원사업 심사 결과 발표에 영화계 반발

24.04.24 13:23최종업데이트24.04.24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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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식 ⓒ 전주영화제 제공

 
[기사 수정 : 24일 오후 5시 2분]

"지역영화와 독립영화는 암흑의 시대로 들어간다."
 
영화진흥위원회(아래 영진위)가 2024 국내 및 국제영화제 지원사업 심사결과를 발표한 23일 정성우 목포국도1호선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짤막한 한 줄 평으로 개탄의 심정을 나타냈다.
 
부산독립영화협회는 별도의 성명을 내고 "지역 영화를 위한 그간의 노력은 그것을 일궈낸 시간과 비교할 수 없는 찰나의 순간, 소수의 결정을 통해 소멸 직전에 있디"고 유감을 표했다. 이어 "지원사업의 결과는 예정된 것으로 설정한 예산과 규모에 지역 영화를 봉쇄하겠다는 의도가 명백했고, 결과는 예상을 빗나가지 않았다"며 "영진위의 지역 영화 봉쇄 정책"으로 규정했다.
 
40개에서 10개로 줄어든 영화제 지원
 
영진위에 따르면 올해 국내 및 국제영화제 지원사업 신청에 38개 영화제가 접수했고 서류 미비 등으로 제척 사유가 된 6개를 제외한 32개 영화제를 심사해, 10개 영화제를 지원 대상으로 선정했다.
 
이 중 중점적인 지원을 받던 대표적인 영화제 중에는 부산국제영화제와 전주국제영화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서울국제여성영화제,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등이 지원대상으로 선정됐다. 중소규모 영화제 중에는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부산국제단편영화제가 독립영화제나 소규모 영화제로는 광주독립영화제, 서울동물영화제, 인디애니페스트 등이 선정됐다.
 
기존에 지원 대상이었던 제천국제음악영화제와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무주산골영화제, 정동진독립영화제 등은 모두 탈락했을 만큼 지원심사 선정은 바늘구멍 통과하기나 다름없었다.
 

▲ 2024 영진위 국내 국제영화제 지원사업 심사 결과 예산 삭감으로 10개 영화제 만이 선정됐고 지원액도 크게 깎였다. ⓒ 영진위

 
올해 예산이 대폭 삭감되면서 국내영화제와 국제영화제를 별도로 지원하던 사업이 하나로 합쳐졌고 규모도 축소됐기에 예상된 결과였다. 하지만 막상 결과가 나오자 참담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는 것은 독립영화와 지역영화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보수정권 당시의 블랙리스트보다 더 심하게 지역영화와 독립영화가 사실상 배제의 대상이 된 현실에 대해 지역 독립영화인들은 허탈감을 표출하고 있다.
 
김채희 광주여성영화제 집행위원장은 "광주독립영화제에 축하한다고 하니 하나도 기쁘지 않다고 하더라"며 "영화제 지원심사 결과를 통해 정부와 영진위가 영화인과 관객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영화를 하고 싶으면, 최소 서울이나 아니면 부산으로 가야지 되지도 않게 지방 영화를 만들고 영화제를 하냐'는 것이다"라고 서운함을 나타냈다.
 
지원을 받게 된 영화제들도 탈락한 다른 영화제들에 대한 미안함과 함께 예전보다 크게 줄어든 지원 액수에 실망이 커 마음이 편치 않은 분위기다.
 
대표적으로 부산영화제의 경우 지난해 12억 8천에서 올해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6억 1천만 원만 받게 됐다. 지난해 전체 예산이 109억이었던 것과 비교해 현재까지 확보된 예산이 부산시 지원 60억을 합쳐도 70억에도 미달한다. 부산시의 추가경정예산과 협찬 확보 등이 절실하다.
 
상대적으로 5월 1일 개막을 앞둔 전주국제영화제는 가장 선방한 모양새가 됐다. 가장 많은 지원을 받게 된 전주영화제는 올해 6억 8600만 원을 지원받게 돼 지난해 8억 1천에 대비해 1억 2천 정도 줄었으나, 일반적으로 다른 영화제들이 절반 이상 줄어든 것에 비하면 예산 감소가 미미하게 평가될 정도다.
 
대책은 없고 안타까움만 전하는 영진위
 

2023년 광주독립영화제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 ⓒ 광주독립영화제

  
영진위는 심사 총평을 통해 "지난해 비해 배정된 예산은 반 이상 줄고 선정해야 하는 영화제의 수도 10개 내외로 제한된 상황이라 그 어느 때보다 숙고의 과정이 필요했다"며 "각 영화제 별로 한국영화의 새 활로를 개척하기 위한 몸부림이 있음에도 충분한 이유가 설명되지 않은 채 영화제 지원 규모가 축소된 사정이 다시금 안타깝게 다가왔다"고 밝혔다.
 
아울러 "10개의 영화제를 선정하였음에도 순위 밖 영화제들에 마음이 쓰이고. 작은 규모지만 꾸준히 영화인들과의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새로운 영화를 발굴해내는 좋은 영화제들도 아쉽게 선정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면서 거듭 안타까움을 전했다.
 
하지만 말로만 지원을 이야기할 뿐 실제적으로는 예산을 삭감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의 기조가 문제라는 점에서 영진위의 '안타까움'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대책 마련의 필요성은 제기되고 있으나, 궁극적으로 현 정부의 무능에 더해 영진위원장 역시 3개월째 공석으로 있는 등 한국영화에 대한 정책적 홀대는 계속되고 있다. 해결책 마련이 쉽지 않아 보이는 이유다.
영진위 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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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독립영화, 다큐멘터리, 주요 영화제, 정책 등등) 분야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각종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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