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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4.10 총선1970화

나란히 선 이재명과 조국, 경쟁자? 협력자?

'윤석열 정권 심판' 확산 통해 범야권 대승 일궈... 교섭단체 구성 놓고 협력 불가피

등록 2024.04.11 05:45수정 2024.04.11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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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해찬, 김부겸 상임공동선대위원장 등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제22대 국회의원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출구조사 결과를 보며 환호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홍익표 공동선대위원장, 김부겸 상임공동선대위원장, 이재명 대표, 이해찬 상임공동선대위원장, 더불어민주연합 윤영덕, 백승아 공동상임선대위원장. ⓒ 공동취재사진

 
[기사보강: 11일 오전 11시]

10일 방송3사 출구조사 때만 해도, '범야권 최소 190석, 최대 211석' 초대형 압승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눈앞에 다가와 있었다.

숫자가 현실이 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적 무력화는 기정사실이었다. 하지만 밤이 깊어지면서 민주당의 예상 지역구 의석 수는 점점 감소했다. 수도권과 부산·울산·경남 경합지 일부가 국민의힘으로 넘어가면서 최종 성적은 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 의석까지 더해 175석. 

나쁜 성적일까? 2000년대 이후 총선에서 '정권심판론'이 작동한 적은 딱 한 번, 2016년 20대 총선이 유일했다. 하지만 야당인 더불어민주당(123석)이 여당 새누리당(122석)을 단 한 석 차이로 힘겹게 이긴 선거였다. 민주당은 동시에 국민의당 열풍으로 '텃밭' 호남을 뺏겼다. 즉 민주당이 단독 과반을 이룬 22대 총선은 그 자체로도 유례없는 성과다. 그럼에도 민주당에게는 아쉬움이 남는 결과다. 이미 180석의 대승을 거둬 1당을 차지했던 4년 전과 다를 바 없는 성적표이기 때문이다.

아쉬움 남는 대승... 조국, 확실하게 존재감 각인
  
확실하게 웃을 수 있는 사람은 딱 한 명.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다. 11일 최종 집계 결과 조국혁신당은 비례대표 46석 중 12석을 차지했다. 신생정당으로선 엄청난 쾌거다. 

조국혁신당의 성과는 단순히 '제3당' 지위를 얻었다는 데에서 그치지 않는다. 국민의힘이 개헌 저지선을 유지하는 한편 21대 국회와 크게 다르지 않은 여야 구도(민주당+민주연합 175석 vs. 국민의힘+국민의미래 108석)가 만들어졌다. 동시에 민주당은 단독으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필요한 180석을 채우지 못했다. 여야 대치국면을 돌파하려면 조국혁신당의 도움이 무조건 필요하다. 

여기에 조국혁신당은 범야권 대승에 상당한 지분도 가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이래 줄곧 35% 안팎의 낮은 국정수행 긍정평가를 받아, 정권심판론이 선거를 지배한 주요한 흐름이었다.  그러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윤석열 대 이재명'이 아닌 '한동훈 대 이재명' 구도를 만들고, 민주당 공천 파동에 실망한 야권 지지층이 숨어버리면서 판이 흔들렸다. 이를 되살린 인물이 조국 대표였다. 그는 끊임없이 윤 대통령을 호명했다. "선거의 성격이 무엇인지 보여드리고 싶다"며 윤 대통령의 사전투표 장소까지 쫓아갔다.


'경로'를 이탈한 것 같던 조국 대표가 '새로운 경로'로 정국의 중심에 재진입하면서 야권의 지형은 꿈틀거리고 있다. 조국과 이재명, 이재명과 조국 두 사람은 '윤석열 정권 종식'이란 공동의 목표를 갖고 있지만 경쟁할 수밖에 없는 운명에 놓였다. 총선 결과만 봐도 야권의 분화는 뚜렷하다. 4년 전 민주당의 비례연합정당 더불어시민당은 17석, 민주당에서 분화한 열린민주당은 3석을 가져갔다. 그런데 2024년 야권 비례의석은 민주연합은 14석, 조국혁신당은 12석으로 거의 반반 나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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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호하는 조국혁신당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며 환호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4월 10일까지 두 손 맞잡고 온 이들이 22대 국회가 열린 뒤 어떻게 관계를 설정할지가 주요 관심사다. 첫 번째 갈림길은 '교섭단체 구성'이다. 조국 대표는 그간 꾸준히 이 목표를 말해왔다. 그는 선거운동 마지막날인 9일 대구에서도 "무소속이나 소수정당과 공동교섭단체를 만들 수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20석이라는 요건을 충족할 경우의 수는 많지 않다. 민주연합에 참여했던 새진보연합(2석)과 진보당(3석)과 함께 힘을 합쳐도 3석이 모자란다. 

부족한 의석은 어떻게 채워질까. 

김상일 시사평론가는 일부 민주당 의원들의 '탈당'을 예상했다. 그는 "10여 석이면 친문재인계 의원들만 가도 교섭단체가 된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사실상 조국혁신당의 후견인인 것처럼 이미지도 만들어졌기 때문에 '문재인 우산' 아래 비이재명계가 모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은 "22대 국회 구도가 기존대로 돼버렸다"면서 "교섭단체인 정당과 아닌 정당의 존재감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조국혁신당이 친문 또는 비명 성향 일부 의원들에게 물밑작업을 할 수도 있지만, 확률적으로 높아보이진 않는다"고 봤다.

교섭단체, 지역구 경쟁... 결국 '미래 권력'이 핵심

조국혁신당이 여기서 '경쟁'을 택하지 않더라도 갈림길은 또 나온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사전투표 후 "이번 선거 이후 조국혁신당이 조금 더 대중적인 정당으로 잘 성장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비례대표만 있는 조국혁신당이 보다 자리매김하려면 지역 기반을 다져야 한다. 따라서 22대 국회 들어 지역구 재·보궐선거가 발생하면 후보 공천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이때부터가 진검승부"라며 "조국혁신당은 어떤 방식으로든 민주당과 지역에서 승부하게 돼 있다. 앞으로 자신들만의 의제와 지역적 근간을 가져가야 정치세력으로 유의미해진다"고 짚었다. 또 "야권이 정권을 되찾기 위해서라도 이재명 대표와 누군가가 경쟁을 해야 좋은 경로가 만들어진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재명 대표 머리가 복잡할 것"이라며 "입법주도권을 잡으려면 조국혁신당과 함께 가야 하는데, 저쪽이 성장하면 나중에 대선 후보 경쟁까지 해야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어 "전당대회 투표시 대의원 반영 비율 축소 등으로 친문·비명계로선 다음 당권경쟁마저 해보나마나한 싸움이 된 상황"이라며 "'차라리 조국혁신당으로 가서 범야권 주도권을 잡자'는 생각에 뛰쳐나갈 수도 있다. 분명한 건 야권 개편이 화두가 되고 조국 대표가 그 열쇠를 쥐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조국 #민주당 #조국혁신당 #2024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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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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