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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날 '갈매기의 날갯짓'을 멈추다, 홈에서 연속 무패 기록 깨진 브라이튼

[프리미어리그 32R] 브라이튼 0대 3 아스날

24.04.08 16:02최종업데이트24.04.08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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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즌 아르테타 감독은 놀라운 결과의 연속이다. 이른바 '기록 브레이커'로 통하며 만나는 상대팀마다 그들이 자랑할 만한 기록 거리들을 나날이 짓밟는 중이다. 당장 이번 달만 보더라도 맨시티, 루턴 타운으로 이어지는 원정 행진에서 그들의 계속되던 '홈에서 연속 득점' 페이스를 강제 종료시켰다. 그리고 7일 새벽(한국시간 기준) 다시 한번, 좀처럼 안방에선 꺾이지 않는 브라이튼을 격파하였다. 이로써 브라이튼은 홈 13경기 만에 연속 무패 기록을 마무리 짓게 되었다.
 
경기 전부터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건, 다름 아닌 두 감독의 전술 싸움이었다. 브라이튼의 데 제르비 감독은 현재 빅클럽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다음 시즌 각 구단 감독들의 연쇄 이동이 예상되는 가운데, 가장 핫한 매물 중 한 명으로 올라선 것이다. 근거는 비록 최상의 전력이 아님에도 가진 자원을 활용하여, 뒤에서부터 오밀조밀 만들어가는 그의 빌드업에서 기인한다. 특히 그는 후방에서 공을 오랜 시간 소유하면서 상대의 압박이 들어오길 기다린다. 이때 공을 앞으로 찔러 보내 압박을 벗겨내면 순간 전방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
 
이렇게 팀을 시스템적으로 잘 만드는 능력이 탁월한 데 제르비이다. 하지만 돌려 말하면 이는 아르테타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다. 아예 아스날은 높은 압박 라인을 유지해 강도 높은 중원 싸움을 형성한다. 결국 브라이튼을 상대하는 아스날의 입장에선 둘 중의 하나였다. '벗기거나 벗겨지거나', 자칫 데 제르비에 말려들면 후방을 내어줄 수 있기 때문에, 선택의 기로에서 잘 선택해야 했다.
 
아르테타의 카멜레온 축구, 공수 양면에서 효과적
 
올라설 때와 내려설 때를 효율적으로 구분할 줄 알았던 아스날이 경기를 주도했다. 전반에는 브라이튼이 점유율을 가질 수 없게 중원에서 노력한 아스날이다. 효과는 전반 1분부터 나타났다. 아스날이 하베르츠가 유도한 반 헤케의 파울로부터 프리킥을 얻었다. 올 시즌 헤더 득점 4골, 가브리엘이 이번에도 프리한 찬스를 가졌지만 아쉽게 영점이 빗나갔다.
 
이후 계속해서 데 제르비가 잘하는 방식을 역으로 되갚아준 아스날이다. 브라이튼이 라인을 올라서면 뒤에서 조르지뉴와 같은 후방 자원은 빠르게 측면 전개를 도왔다. 일례로 벤 화이트에서 사카로 이어지는 우측 공격이 활기를 띠었다. 사이드를 질주한 사카는 직접 슈팅 찬스를 가져가거나, 외데고르까지 함께 삼각편대를 구성해 과부하를 걸어주었다. 그렇게 해서 반대로 공간이 빈 좌측의 제주스에게 기회가 주어지기도 하였다.
 
언젠가 두드리면 열리겠노라, 전반 30분 다소 막혀보였던 아스날의 득점포가 터지고 말았다. 가브리엘이 한번에 길게 열어준 좌측 패스를 제주스가 받고, 돌파하는 과정에서 박스 내 반칙을 얻은 것이다. 그리고 전담 키커 사카가 페널티킥을 완벽히 성공하며 리드를 안겼다.
 
후반에도 전반과 같은 공세를 이어갔다. 특히 '폴스나인' 하베르츠의 움직임이 돋보였다. 성실한 압박과 특유의 공간을 향해 침투하는 움직임은 팀을 더 향상시켰다.
  
그렇게 후반 61분 하베르츠의 추가골이 나왔다. 오른쪽 하프 스페이스에서 조르지뉴가 외데고르와의 2대 1 패스를 통해 상대 수비를 벗겨냈다. 이때 중앙에서 골문을 향해 뛰어 들어오는 하베르츠를 보고 곧바로 패스를 넣어주었고, 브라이튼의 센터백보다 한 발 빠르게 발을 내밀었던 하베르츠의 선택이 통했다. 무엇보다 센터백 간의 빈 공간을 잘 활용했던 점이 유효했다.
 
또한 후반 85분에는 트로사르의 역습 득점을 도왔다. 브라이튼의 최후방 센터 라인, 덩크가 반 헤케에게 패스를 주는 과정에서 트로사르의 압박이 통했는데 순간 튄 공을 재차 하베르츠가 원터치로 잘 돌려놨다. 공은 이미 달릴 채비를 마친 트로사르에게 제대로 전달이 됐고, 프리하게 골키퍼 앞까지 질주할 수 있었다.
 
사실 브라이튼도 아스날과 같은 메커니즘에서 여럿 공격 찬스들을 얻었다. 왼쪽의 엔시소(LW), 에스투피냔(LB) 또는 오른쪽의 아딩그라(RW), 램프티(RB)로 이어지는 측면 전개가 꽤 괜찮은 장면을 연출했다. 하지만 번번히 아스날의 단단한 수비에 막히고 말았다. 오히려 다득점 차가 되자 하베르츠를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은 수비블록을 두 줄로 잠그며 역습 기회를 노렸다. 체력 안배를 위시한 합리적인 결단이었다.
 
이는 올 시즌 아스날의 수비가 최소 유효슈팅, 실점, 기대득점 허용이라는 대단한 능력을 보유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브라이튼의 입장에선 양쪽의 주전 날개, 미토마와 솔리 마치를 부상으로 제대로 펼쳐보지 못한 점이 아쉽게 남을 것이다. 갈매기의 날갯짓은 결코 자유롭지 못했다.
 
결과는 실리적인 아스날의 축구가 웃고 말았다. 지난 시즌에 비해 선사할 수 있는 컨셉이 다채로워진 아스날이다. 지난 아스날과의 경기에서, 롭 에드워즈 루턴 타운 감독은 "피지컬, 점유율, 역습(physical game, footballing game, running game)에서 약점을 보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그 말은 이 날에도 어김없이 증명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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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어리그 브라이튼 아스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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