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한동훈 불참한 4.3 추념식... 추념사도 '알맹이' 없었다

한덕수 총리 추념사... 4.3 왜곡 막말 여전한데 관련법 요구엔 '침묵'

등록 2024.04.03 13:03수정 2024.04.03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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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일 충남 논산시 노성면 소재 파평 윤씨 가문 유생들의 후학 양성 시설인 종학당을 방문했다. 노성면은 윤 대통령 부친의 고향마을이다. ⓒ 연합뉴스

 
[기사수정 : 3일 오후 4시 48분]

"유가족과 도민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윤석열 정부는 정말 다르구나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

2022년 대선 후보 시절 제주를 찾은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말입니다. 그해 4월 3일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으로 4.3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했습니다. 제주도민들은 윤 대통령은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과 같은 보수 성향 대통령들이 4.3 희생자 추념식을 외면한 것과는 다를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4.3희생자 추념식에 불참했습니다. 

4.3희생자 추념식이 열리기 전날인 2일 윤석열 대통령은 부친의 고향인 논산시 노성면을 방문했습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충남 의료기관을 방문하고 민생토론 후속 조치 점검 회의에 참석했습니다. 국가적인 행사나 국빈 방문 등의 주요 행사가 없어 충분히 제주 4.3희생자 추념식 참석이 가능했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제주에 오지 않았습니다. 도민들 사이에선 보수성향 대통령들이 한 번도 추념식에 오지 않은 사례가 재연될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한동훈도 오지 않은 4.3희생자 추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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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일 오전 제주시 4·3 평화공원에서 열린 4·3 희생자 추념식에서 유족의 사연을 듣고 눈물을 훔치고 있다. ⓒ 연합뉴스

 
제76주년 4.3 희생자 추념식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인요한 국민의미래 선대위원장, 김준우 녹색정의당 대표, 오영환 새로운미래 공동대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윤희숙 진보당 상임대표, 서진희 민생당 대표 등이 참석했습니다. 그러나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오지 않았습니다. 

육지에 있는 정치인들은 4.3 희생자 추념식을 굳이 참석하지 않아도 되는 행사로 여길 수 있지만, 도민들에게 4월 3일은 가장 중요하고 큰 행사입니다. 이날은 제주 전역에 묵념 사이렌이 울리고, 학교마다 4.3 관련 수업과 행사가 열립니다. 이날을 기준으로 제사를 지내는 가정이 많아 제주 전역은 추모의 시간이 됩니다. 

심지어 공식선거운동기간이지만 총선에 출마하는 제주지역 후보들은 모두 선거운동을 중단했습니다. 유세차도 마이크도, 거리 율동도 선거송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거리 인사도 명함 배부도 하지 않았습니다. 후보자들은 열흘 간의 짧은 선거운동 기간 중 귀중한 하루를 온전히 4.3 희생자 추모에 동참했습니다. 


지난달 국민의힘 제주도당은 중앙당에 윤석열 대통령의 4.3추념식 참석을 요청했습니다. 총선에 출마하는 후보들도 최소한 한동훈 위원장이라도 참석해 달라고 거듭 부탁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도 한 위원장도 오지 않았습니다. 

일각에선 20년 넘게 민주당이 제주에서 강세를 보이는 이유 중의 하나가 보수 대통령과 보수 정당이 4.3을 외면하거나 홀대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알맹이 없는 추념사... 4.3 왜곡 처벌법 언급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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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국무총리가 3일 오전 제주시 4·3 평화공원에서 열린 4·3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해 추념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해 한덕수 총리가 윤석열 대통령의 추념사를 대독한 것과 달리, 올해는 한 총리가 자신 명의로 작성된 추념사를 낭독했습니다. 다행히 올해는 작년처럼 잡음이나 논란은 없었습니다. 

지난해 추념사에는 "지금은 콘텐츠 시대"라며 "IT 기업과 반도체 설계기업 등 최고 수준의 디지털 기업이 제주에서 활약하고, 세계의 인재들이 제주로 모여들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는 추념식 분위기와 동떨어진 말이 나와 당시 일부 유가족들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한 총리는 추념사에서 "정부가 4.3사건의 상처를 보듬고 치유해 화합과 통합의 미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추가 진상조사와 트라우마 치유센터,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에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일각에선 정작 도민들이 원하는 내용은 빠졌다면서 알맹이는 없는 추념사라고 지적합니다. 

앞서 김창범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4.3 왜곡으로 저희들은 뼛속까지 파고든 깊은 트라우마에 시달리면서도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하여 4.3을 진정성 있게 해결해 왔다"면서 "역사를 왜곡하는 민족에게는 그 어떤 미래도 없을 것이다. 4.3 왜곡 처벌에 관한 4.3특별법을 개정해 줄 것을 대한민국정치권에 강력히 요청드린다"고 호소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추념식이 끝나고 기자들과 만나 "4·3 학살의 후예라 할 수 있는 정치집단이 국민의힘"이라며 "국민의힘은 여전히 4·3을 폄훼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4·3에 대해 진정한, 제대로 된 인식을 갖고 있다면 말로만 할 게 아니라 4·3 폄훼 인사에 대해 불이익을 줘야 마땅하다"며 "그런데도 이번 총선에서도 공천장을 쥐여줘 국회의원이 될 수 있는 상을 준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대표는 4·3 왜곡 및 허위사실 유포 처벌법 제정에 대해서는 "역사에 대한 평가는 자유로울 수 있으나 악의를 갖고 역사를 왜곡하고 사실을 조작하고 또 현실로 존재하는 유족과 피해자들을 고통 속으로 다시 밀어 넣는 행위에 대해선 엄정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국민의힘 소속 대전서구갑에 출마한 조수연 후보는 "(4.3은) 김일성의 지령을 받고 일어난 무장 폭동"이라고, 서울 구로을에 출마한 태영호 후보는 "4.3은 북한 김일성 지시에 의해 촉발됐다"고 발언한 바 있습니다. 

3월 23일 제주를 방문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도 "4.3사태에 대한 각종 역사적 왜곡 행위에 대해 현재는 처벌 규정이 없기 때문에 5.18특별법처럼 처벌 규정을 추가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며 당 차원의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게재됐습니다.
#43희생자추념식 #윤석열 #한동훈 #43왜및허위사실처벌법 #제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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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언론 '아이엠피터뉴스'를 운영한다. 제주에 거주하며 육지를 오가며 취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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