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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사건 '권력형 로비 의혹'으로... "워터게이트보다 커"

군인권센터 "대통령실 전화 직후 이종섭 '임성근 챙기기'... 군 특성상 불가능"

등록 2024.04.02 14:02수정 2024.04.02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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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지난 2월 2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군인권센터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하고 있다.(자료사진) ⓒ 권우성

 
채 상병 사망 사건이 수사 외압 의혹에 그치지 않고 '권력형 로비' 의혹으로 번졌다. 대통령실 등 상부에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범죄 혐의를 덮으려고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에게 압력을 가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당초 임 전 사단장에게 책임을 물어 그에 대한 분리 파견 조치가 이뤄졌으나, 이 전 장관이 대통령실 전화를 받은 직후 파견이 취소되고 임 전 사단장에게 휴가를 신청하게 한 정황이 새롭게 확인됐다는 것이다.

군인권센터는 2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병대수사단의 수사 결과 보고 직후 국방부 장관, 해군 참모총장, 해병대사령관은 모두 임 전 사단장의 책임을 인정했지만 대통령실 전화가 있은 직후 국방부 장관은 '임성근 챙기기'에 급급해졌다"며 "누군가 임 전 사단장을 구하기 위해 이 전 장관에게 압력을 가하는 권력형 로비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권력형 로비 의혹은 미국 '워터게이트'보다 더 큰 사건"이라며 "임종득(전 국가안보실 2차장), 임기훈(전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 신범철(전 국방부 차관), 김동혁(검찰단장) 등 로비의 중간자 역할을 한 비선 그룹이 있는지 수사를 통해 명백히 밝혀야 하며, 윤석열 대통령 역시 이번 혐의에서 자유롭지 않음을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파견 명령→대통령실 전화→파견 취소→소급 휴가 신청→휴가 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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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 3월 28일 외교부에서 열린 방산협력 관계부처-주요 공관장 합동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군인권센터는 지난해 7월 31일 오전 11시 17분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이 임 전 사단장을 해병대사령부로 분리 파견하는 인사 명령을 내린 사실을 제보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 사령관은 당일 인사 명령을 내리기 전 임기훈 당시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에게 전화를 걸었고(오전 9시 53분), 국민의힘 소속 한기호 국회 국방위원장에게 문자메시지를 남겼다(11시 1분). 또 국회에 파견된 해병대 연락관(11시 2분), 국방위 여야 간사인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과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각각 11시 3분, 11시 4분)에게도 전화를 걸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이날 "해병대사령관이 임 전 사단장에게 책임을 묻는 인사 조치를 발령한 데 대해 국가안보실, 국방부, 국회 국방위원회 등 어디서도 이의를 제기하거나 제동을 걸지 않았다"며 "사단장 파견 결정은 곧 사단장 교체까지 함께 결정했다는 것이며 국방부 장관 선까지 사단장 교체에 동의하고 임 전 사단장의 책임을 인정했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임 전 사단장이 분리 파견 명령을 받은 당일 '소급 휴가'를 신청했다는 제보 내용도 공개됐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임 전 사단장은 같은 날 오후 12시 54분 행정관에게 지시해 '7월 31일 자 연가'를 상신했다. 이는 이 전 장관이 대통령실에서 온 전화를 받고(오전 11시 45분), 김 사령관에게 임 전 사단장 복귀를 지시(11시 59분)한 직후였다.


임 소장은 "임 전 사단장이 마치 계획이라도 한 듯 분리 파견 명령을 뒤집으라는 장관의 지시가 떨어지자마자 정오가 넘은 시각 갑자기 휴가 신청을 냈다"며 "출근하지 않은 상태로 분리 파견이 취소되면 당일 오전 공관에서 대기하던 임 전 사단장은 무단이탈 상태에 놓이게 되므로 황급히 소급 휴가라는 기상천외한 셀프 특혜를 자행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군인권센터는 이 전 장관이 7월 31일 오후 2시 15분경 국방부 장관 주재 대책회의에 참석한 정종범 해병대 부사령관에게 임 전 사단장의 '휴가 처리' 지시를 하달한 사실도 파악했다. 회의 당시 정 부사령관이 메모한 내용('보고 이후 형식적 휴가 정리')을 확인해 보니 임 전 사단장을 휴가 처리하라는 이 전 장관의 지시가 구체적으로 담겨 있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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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해 7월 31일 오후 2시 15분경 국방부 장관 주재 대책회의에 참석한 정종범 해병대 부사령관에게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휴가 처리' 지시를 하달한 사실이 파악됐다며 2일 군인권센터가 공개한 정 부사령관의 메모 내용. 메모에는 '휴가 처리 난 후 보고 이후 형식적 휴가 정리’라고 적혀 있으며, 임 사단장을 휴가 처리하라는 이 전 장관의 지시가 담겨 있다고 군인권센터는 설명했다. ⓒ 군인권센터

 
또 센터는 이 전 장관이 같은 날 오후 3시경 박진희 군사보좌관을 통해 정 부사령관에게 전화해 임 전 사단장을 '7월 31일 하루만 휴가 처리하고 내일부터 정상 근무하는 것으로 정리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임 소장은 "파견 명령, 대통령실 전화, 파견 취소, 소급 휴가 신청, 휴가 처리가 순서대로 맞아 떨어진다"며 "임 전 사단장의 상황과 사정을 잘 알고 있는 누군가가 이 전 장관에게 관련한 요구사항을 전달하지 않았다면 이러한 지시는 구체적으로 나오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2023년 7월 31일 타임라인(출처 : 군인권센터)
· 11:17 해병대사령관, 임성근 사단장 직무 정지 및 분리 파견 명령
· 11:45 국방부장관, 대통령실 전화 수신
· 11:57 국방부장관, 해병대사령관에게 오후 2시 수사결과브리핑 취소 지시
· 11:59 국방부장관, 해병대사령관에게 임성근 사단장 파견 취소 지시
· 12:54 임성근 사단장, 행정관 통해서 7월 31일 소급 휴가 신청
· 14:20 국방부장관, 해병대부사령관에게 이첩 보류 지시하며 임성근 휴가 처리 지시
· 15:00 국방부장관, 해병대부사령관에게 임성근 휴가 처리 재강조

 

"채 상병 특검법 패스트트랙... '권력형 로비' 낱낱이 규명해야"

군인권센터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이 전 장관이 대통령실에 전화를 받은 직후 '임성근 챙기기'에 급급해졌다"며 "국방부 장관이 장성급 장교 한 사람의 보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휴가 처리부터 출근 상황까지 세세히 챙긴다는 것은 군 조직의 특성상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대통령 주변의 누군가가 임 전 사단장을 위해 이 전 장관에게 압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내일(4월 3일)은 국회 본회의에 '채 상병 사망 사건 특검법'이 패스트트랙으로 회부되는 날"이라며 "사법 질서를 농락한 권력형 로비 의혹을 낱낱이 규명하기 위해서라도 국회는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이 사건의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채상병 #군인권센터 #임성근 #이종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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