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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재 안 쓰더니... 투헬과 다이어가 합작한 뮌헨의 추락

24.04.01 15:38최종업데이트24.04.01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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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재의 소속팀이자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를 호령하던 강호 바이에른 뮌헨이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바이에른은 최근 지난 3월 31일 오전(한국시간) 홈구장인 독일 뮌헨 알리안츠아레나에서 열린 2023-24시즌 분데스리가 27라운드에서 도르트문트에 0-2로 완패했다. 이날 경기에서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린 김민재는 4경기 연속 선발 명단에서 제외되며 끝내 결장했다.
 
이날 패배로 사실상 바이에른의 올시즌 우승 경쟁은 끝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분데스리가 선두에 올라있는 레버쿠젠은 호펜하임에 2-1 역전승을 거두며 23승 4무(승점 73점)로 분데스리가 역사상 최장기간 무패행진이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또 경신했다. 사실상 리그 조기우승 확정도 가능한 분위기다.
 
한국축구의 두 전설 차범근과 손흥민의 친정팀이기도 했던 레버쿠젠은 리그 우승와는 인연이 없는 팀으로 유명했다. 만일 레버쿠젠이 정상을 차지한다면 창단 이후 첫 1부리그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수립하게 된다.
 
반면 바이에른은 도르트문트전 패배로 19승 3무 5패(승점 60점)의 성적으로 리그 2위를 유지하며 7경기를 남겨놓은 가운데 승점차가 13점까지 벌어졌다. 3위 슈투트가르트(승점 57)에도 불과 3점 차이로 추격을 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분데스리가 최강이자 유럽에서도 최정상급의 위상을 자랑하던 바이에른으로서는 굴욕적인 시즌이 아닐 수 없다. 바이에른은 분데스리가(32회)와 유럽 챔피언스리그(6회)를 비롯하여 각종 대회에서 독일 클럽 중 최다 우승 기록을 모두 석권하고 있는 독보적인 팀이다. 2012-13시즌부터 지난 2022-23시즌까지는 무려 리그 11연패라는 대기록을 수립하기도 했다.
 
바이에른은 올시즌을 앞두고 최전방에 월드클래스 공격수 해리 케인, 후방에는 이탈리아 세리에A를 평정한 특급 수비수 김민재 등을 영입하며 전력을 보강했다. 이제 당연해진 리그 우승은 물론이고 컵대회와 유럽클럽대항전까지 '트레블(3관왕)' 이상도 가능하다는 기대가 높았다.
 
하지만 정작 바이에른에게는 2023-24시즌은 후반기로 갈수록 점점 악몽같은 시즌이 되어가고 있다. 시즌 첫 공식전이었던 DFL 슈퍼컵부터 지난 시즌 포칼컵(FA컵) 우승팀 라이프치히에게 0-3으로 완패하며 험난한 복선을 예고했다.
 
분데스리가 개막 이후에서는 예상치 못한 레버쿠젠의 압도적인 돌풍에 밀려 리그 우승이 멀어졌다. 포칼컵에서는 32강에서 3부리그팀인 자르브뷔켄에게 극장골을 내주며 46년 만의 충격패를 당하고 조기탈락했다.
 
이제 바이에른에게 우승의 희망이 남은 대회는 8강에 오른 챔피언스리그 뿐이다. 바이에른은 16강에서 라치오(이탈리아)를 제압했지만 8강에서는 올시즌 EPL 선두싸움을 벌이고 있는 아스날(잉글랜드)을 만나게 된다. 바이에른은 전통적으로 아스날에 강한 모습을 보여오기는 했지만 올시즌에는 양팀의 전력과 상황이 많이 달라진 상태라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
 
여기에 아스널을 넘는다고 해도 레알 마드리드, 맨체스터 시티, 바르셀로나 등 강력한 우승후보들도 아직 건재한 상황이라 바이에른으로서는 산넘어 산이다. 2011-12시즌 이후 12년 만의 무관이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우승의 저주를 풀기 위하여 토트넘에서 이적해온 케인도 또다시 무관 징크스를 반복할 위기에 몰렸다.
 
'절대 왕조' 바이에른의 추락은 얇아진 선수층과 이적시장의 실패, 토마스 투헬 감독의 이해할 수 없는 팀운영이 맞물려서 자초한 위기다. 올시즌 바이에른이 영입한 주요 이적생 중 케인은 각종 대회에서 36골을 넣으며 독일 이적 첫 시즌부터 명성에 걸맞는 활약을 선보였다. 김민재도 전반기까지 혹사 논란이 일어날 만큼 매 경기 선발로 출장하여 바이에른 수비의 중추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했다.
 
하지만 반드시 보강이 더 필요했던 백업 수비진과 3선 미드필더에서 추가 영입에 실패한 것이 주축 선수들의 부상 공백과 맞물려 팀의 발목을 잡았다. 올시즌의 바이에른은 한 시즌에 여러 대회를 소화해야 하는 유럽 빅클럽치고는 주전 의존도가 매우 높고 백업층이 빈약했다. 그리고 이는 김민재처럼 매 경기 휴식없이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야 했던 주전들의 체력과 폼 저하라는 악순환으로도 이어졌다.
 
투헬 감독의 리더십도 연일 도마에 오르고 있다. 투헬 감독은 바이에른에서도 부임 첫해인 2022-23시즌 리그 최종전에서 간신히 역전우승을 따내며 무관을 피하기는 했지만 경기력과 전술 면에서는 의구심이 붙었다. 2년 차를 맞이한 올시즌에는 성적 추락과 맞물며 선수단과의 불화, 이해할 수 없는 용병술과 포지션 파괴, 인터뷰에서의 잦은 실언 등으로 구설수에 휘말렸다.
 
투헬 감독은 도르트문트, 첼시, PSG(파리 생제르맹) 등 여러 빅클럽을 지도하면서 성과를 냈지만 독선적이고 괴팍한 성격으로 주변과 트러블이 잦은 것으로 유명했다. 바이에른 구단은 결국 올시즌 종료 이후 투헬과 결별을 미리 확정했다.
 
그런데 도르트문트와의 홈경기에서 졸전 끝 패배 이후 투헬 감독은 "레버쿠젠의 우승을 미리 축하한다"는 발언을 하면서도 또다시 파문을 일으켰다. 이는 사실상 남은 시즌 우승도전을 포기한다는 선언이나 다름없었다. 아무리 시즌 종료 후 결별이 확정되었다고 해도 한 프로팀을 이끄는 수장으로서 부적절한 발언이었다.
 
또한 투헬 감독이 최근 기용한 에릭 다이어와 마테이스 데 리흐트의 센터백 조합은 이날 좋지 못한 경기력을 선보이며 패배의 원흉이 됐다. 투헬 감독은 시즌 중반까지 붙박이 주전으로 활약하던 김민재를 선발에서 갑자기 제외하고 최근 팀성적이 더 좋았다는 이유로 다이어-데 리흐트를 중용했다.
 
그러나 팀성적에 가려졌을뿐, 다이어는 이전부터 이긴 경기에서도 고질적인 수비 집중력 부족과 잦은 실수로 이미 여러 차례 약점이 드러난 바 있다. 선수 기용은 감독의 권한이지만 그만큼 결과에 대한 책임 역시 감독이 져야만 한다. 이런 와중에서도 자신의 용병술이나 경기결과에 대한 자성은커녕 경쟁팀의 우승을 미리 축하한다는 인터뷰를 하는 것은 소속팀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다. 분노한 바이에른 팬들은 투헬을 당장 경질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바이에른의 추락은 김민재에 대한 재평가로도 이어지고 있다. 독일 주요 언론은 시즌 중반까지 김민재가 혹사논란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와중에도 그의 경기력을 은근히 폄하하는 논조가 계속됐다. 김민재가 주전에서 몇 경기 제외되자 섣부른 이적설까지 거론되기도 했다. 바이에른의 우승이 사실상 멀어지고 다이어의 처참한 진짜 실력이 점점 들통나면서 역설적으로 김민재를 향한 비판이 얼마나 무의미한 것이었는지가 재조명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김민재가 바이에른의 리그 우승 좌절이 사실상 확정된 도르트문트전 대참사에서 빠졌다는 것은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 김민재의 실력과 위상은 여전히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동안 쉼없이 달려왔던 김민재로서는 차라리 오랜만에 모처럼 휴식을 취하며 재충전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된 측면도 있다. 사실상 이제 유일하게 남은 챔피언스리그에 올인해야 하는 바이에른으로서는, 다시금 김민재를 절실하게 필요로 할 시간이 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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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재 바이에른뮌헨 토마스투헬 에릭다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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