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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제재 감시 유엔 전문가 패널 15년 만에 '폐지'

러시아 거부권 행사로 임기 연장 결의안 부결... 활동 종료

등록 2024.03.29 09:03수정 2024.03.29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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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대북제재 이행 감시 유엔 전문가 패널 거부권 행사를 보도하는 <로이터통신> ⓒ 로이터

 
북한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제재 결의 이행을 감시하는 유엔 전문가 패널 활동이 러시아의 거부로 막을 내린다.

안보리는 28일(현지시각) 회의를 열고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 패널 임기 연장 결의안을 표결에 부쳤으나,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부결됐다. 

안보리 이사국 15개국 중 한국을 포함한 13개국은 찬성했고, 중국은 기권했다.결의안이 통과하려면 안보리 15개 이사국 중 9개국 이상 찬성하고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등 5개 상임이사국 중 어느 한 곳도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아야 한다.

한국 "범죄 저지르는데 CCTV 없애는 것"

지난 2009년 북한의 2차 핵실험을 계기로 안보리 결의에 따라 출범한 전문가 패널은 안보리 상임이사국 등에서 파견된 전문가 8명이 활동해왔다.

전문가 패널은 매년 북한의 제재 위반 사례를 조사해 심층 보고서를 발표해왔고, 이는 유엔 대북제재 이행 상황에 대한 가장 공신력 있는 자료로 꼽혔다. 

안보리는 매년 3월 결의안 채택 방식으로 전문가 패널의 임기를 1년씩 연장해왔으나, 이번에 러시아의 거부권으로 채택이 불발되면서 오는 4월 30일 활동을 종료하고 15년 만에 사라지게 됐다. 


러시아는 전문가 패널 임기를 연장하는 조건으로 대북제재에도 일몰 조항을 신설하자고 요구했으나, 다른 이사국들이 받아들이지 않자 거부권을 행사했다.

바실리 네벤자 주유엔 러시아 대사는 "제재는 북한의 핵무기 확산을 막는 데 있어 적절성을 잃었고 현실과도 동떨어져 있다"라며 "제재를 변경할 수 있는 기본적인 메커니즘이 없으며 특정 개인을 제재 대상에서 제외하는 공정한 절차도 없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북한으로부터 우크라이나 전쟁에 쓸 무기를 제공받고 있는 러시아가 전문가 패널을 지지하는 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황준국 주유엔대사는 "북한은 안보리 권위를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특히 한국을 향해 점점 더 위험하고 공격적인 핵 정책을 추구하고 있다"라면서 "(전문가 패널 활동 종료는) 범죄를 저지르는 상황에서 CCTV를 파손한 것과 비슷하다"라고 비판했다.

또한 "러시아는 핵무기 비확산 체제 수호나 안보리의 기능 유지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필요한 탄약 및 탄도미사일 공급받으려고 북한을 두둔하는 것에 더 관심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강조했다.

서방 국가들, 일제히 비난... 백악관 "무모한 행동"

다른 서방 국가들도 일제히 러시아를 비판하고 나섰다. 로버트 우드 주유엔 미국 부대사는 "러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핵 확산 문제 중 하나에 대한 평화적, 외교적 해결을 훼손했다"라고 말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가안보소통보좌관도 별도의 브리핑에서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는 대북제재를 훼손하는 무모한 행동"이라며 "미국과 안보리가 북한의 여러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응하기 위해 부과한 제재를 더 약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로이터통신>은 "중국과 러시아는 한미 합동군사훈련이 북한을 자극한다고 주장하는 반면에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을 제재로부터 보호하면서 그들을 더 과감하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한다"라고 전했다. 

바버라 우드워드 주유엔 영국 대사는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는 우크라이나를 불법으로 침공하는 데 사용한 탄도미사일 수입을 포함해 안보리 제재를 위반하는 러시아와 북한 간의 무기 거래 때문"이라고 밝혔다.

니콜라 드 리비에르 주유엔 프랑스 대사도 "북한은 러시아가 찬성표를 던졌던 많은 결의를 위반하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을 지원하기 위해 러시아에 군사 물자를 제공해왔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지금까지 나온 여러 정황에도 불구하고 명백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북한과의 무기 거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스테판 뒤자리크 유엔 사무총장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전문가 패널은 사라지지만) 대북제재위원회는 제재 이행 감시 역할을 계속 수행할 것"이라며 "모든 회원국은 제재 결의를 포함한 모든 안보리 결의를 준수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안보리 #대북제재 #러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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