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본문듣기

대구 지하철, 세월호, 이태원... 20년 참사 속 가족 이야기 그린 '가족사진'

[인터뷰] 연극 <가족사진> 박광복 작·연출, 배우 장용석·양혜원

24.03.28 10:35최종업데이트24.03.28 10:35
원고료로 응원

22일 연극 <가족사진> 공연이 끝난 후 사진 촬영에 응한 (뒷줄 왼쪽부터) 이도훈 음악감독, 이송이·오란·정선주·장용석·원인재·박준석 배우와 (앞줄 왼쪽부터) 강서율·제민경 배우, 박광복 연출, 김평화·조현철·양혜원 배우 등 제작진과 출연진 ⓒ 차원

 
"참사가 정말 나쁜 건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난다는 거야. 평범하게 살아가던 일상이고 늘 보던 가족인데. 그냥 그 모든 게 갑자기 사라지는 거야."
 
2003년부터 2022년까지 20년 동안 우리는 세 번의 큰 참사를 겪었다.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 2014년 세월호 참사, 그리고 2022년 이태원 참사까지. 누군가는 '어느 날' '갑자기'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고 이를 지켜본 많은 이들이 트라우마를 경험했다.
 
연극 <가족사진>(박광복 작‧연출/이도훈 음악)은 참사의 모습을 차례로 그려내며 더 이상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희망을 담는다. 페이소스가 묻어나는 유머로 자연스레 웃음 짓게 하기도 하고, 배우들의 훌륭한 감정 연기는 사회적 참사로 아파해온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특히 2014년 4월 15일 수학여행을 하루 앞둔 고등학생을 연기한 배우 강서율은 많은 관객들의 눈물을 자아냈다.
 
지난 22일 공연이 끝난 후 연극 <가족사진>의 박광복 연출, 주연 '성기'역을 맡은 배우 장용석과 '세진'역을 맡은 배우 양혜원을 만났다. 박 연출은 "즐겁고 화목했던 가족이, 어느 날 갑자기 모든 것이 뒤바뀌어버린 상황을 연출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또 "대구 지하철 참사의 경우 1079호 열차 기관사는 출입문을 여는 등 대처를 잘해 많은 승객들이 대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1080호 열차 기관사가 대처를 제대로 하지 않고 도망을 가버리는 바람에 그렇게 많은 피해가 일어났던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세 가족의 이야기를 꼭 기억해줬으면 좋겠다"며 "누구에게나 벌어질 수 있는 일이고, 이제는 우리 사회가 좀 바뀌었으면 한다. 연극을 만들며 자료 조사를 하다 보니 결국 세 사건이 모두 초동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서 생긴 참사더라. 이태원 참사 때도 현장을 통제해야 할 병력이 용산에 가 있지 않았냐. 사건이 아니라 가족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극에 이런 내용을 넣지는 않았지만,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잊지 말고, 아픔 다시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
  

(왼쪽부터) 연극 <가족사진>의 '세진'역 배우 양혜원, 연출 박광복, '성기'역 배우 장용석 ⓒ 차원

 
연출, 작가 등 일을 하다 6년 만에 배우로 무대에 복귀한 장용석은 "오래간만에 무대에 서서 설레었지만, 대구 지하철 참사를 겪은 당사자의 연기를 한다는 게 참 어려웠다"면서 "그분들의 마음을 어떻게 헤아려야 될지 고민을 많이 했다. 결국 딸을 사랑하고, 아내를 사랑하는 그 사랑의 마음을 담아내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또 인상 깊었던 관객이 있었냐는 질문에 "첫날 공연이 끝나고 화장실을 가려고 하는데, 그 통로에서 두 분이 오열을 하시고 계셨다"면서 "참사와 관련이 있으신가 싶을 정도로 많이 우셔서, 차마 말을 걸지도 못 하고 돌아갔다"고 이야기했다.
 
진실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다 결국 기자 일을 그만둔 '세진'을 연기한 양혜원 배우는 "계속 끊임없이 이야기를 던져주면서, '우리가 잊지 말고, 이런 아픔이 다시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진 친구"라고 배역을 소개하며 "내가 처음 연기를 시작할 때도, 배우로서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다. '세진'은 기자로서 그런 일을 하고 나는 배우로서 이런 일을 한다는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역지사지'라는 말을 다르게 해석한, '역으로'로 시작하는 대사를 가장 좋아한다고 하는데, 나머지 대사는 극장에서 직접 들어보길 추천한다.
 
이들은 "무거운 주제이긴 하지만, 꼭 기억해야 할 일이기에 많은 분들이 공연을 보시고 또 가족이 주는 따뜻함과 행복감도 함께 느끼셨으면 좋겠다"며 "민지네, 진숙이네, 성기네. 세 가족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함께 오셔서 지켜봐달라"고 관객들의 관람을 권했다.
 
한편 연극 <가족사진>은 현재 대학로 씨어터 쿰에서 공연 중인 작품으로 3월 31일까지 평일 오후 7시 30분, 토요일은 오후 3시와 6시 그리고 일요일은 오후 3시에 만날 수 있다.
 

연극 <가족사진> 포스터 ⓒ 작업그룹 동고동락

덧붙이는 글 * 공연정보
연극 <가족사진>
대학로 씨어터 쿰 2024.03.20(수)~2024.03.31(일)
평일 19:30 | 토 15:00, 18:00 | 일 15:00
연극가족사진 대구지하철참사 세월호참사 이태원참사 대학로연극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학에서 언론정보학을 전공하고 있는 학생입니다. 교육언론[창]에서도 기사를 씁니다. 제보/취재요청 813arsene@naver.com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