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참사 10년, 우리는 안녕한 사회를 원한다

4.16세월호참사를 기억하는 청년들이 모여 '4.16 10 10 10 프로젝트' 진행

등록 2024.03.22 13:20수정 2024.03.22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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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청년네트워크1 대화모임 참여자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 ⓒ 안산청년네트워크


안산의 청년들이 모여 4.16세월호참사를 기억하고 말하는 '4.16 10 10 10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본 프로젝트는 안산 내 10개의 공간에서 각 10명의 청년들이 모여 4.16세월호참사 10년을 이야기하며 지나온 시간을 응원하고, 앞으로 나아갈 생명안전사회의 상을 함께 만들어가는 자리로 계획됐다.

3월 21일부터 4월 15일까지 총 11개의 공간에서 대화모임, 기억공방, 영화상영, 플로깅, 상담, 요가, 아티스트 토크, 북클럽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되며 참여한 청년들은 세월호참사를 기억하는 각자의 이야기를 나눈다.

첫 시작으로 지난 12일 저녁, 쏘유니크비건랩에서 '차 한 잔과 함께하는 4.16 대화모임(아래 대화모임)'을 진행했다. 쏘유니크비건랩은 안산시 고잔동에 위치한 비건 베이커리 카페로, 비건 외에도 다양한 가치 지향적 콘텐츠를 제공하며 운영되는 곳이다.

이날 대화모임에 참여한 청년들은 연령과 사는 곳, 직업 등은 다양하지만 '세월호참사를 기억하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참여했다는 공통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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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청년네트워크3 쏘유니크비건랩의 운영자 소윤 ⓒ 안산청년네트워크

 
대화모임은 자기소개와 몇가지 질문에 대한 생각 나눔으로 진행됐다. 첫 번째 질문은 '2014년 4월 16일 당시 나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나요?'였다. 참사 당시 중학생이었던 A씨는 "아침에 전원 구조 뉴스를 보고 별 일 아니라고 생각하며 학교를 다녀왔는데, 이후에 그것이 오보였고 그 뒤에도 계속해서 상황이 뒤바뀌는 것을 보았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당시 중학생이었던 B씨는 "학교에서 소식을 알려주지 않아 하교 후 소식을 들었는데, 너무 힘든 기억은 마음 속에 묻어두는 편이라 당시의 기억이 정확하지 않다"고 말하면서도 '"세월호참사가 대학 전공을 사회복지로 정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했다.

당시 해외 대사관 영사과에서 일하고 있던 C씨는 "부활절을 앞두고 이탈리아에서 휴가를 보내던 중 소식을 들었고, 이후 반복되는 오보와 내용들이 많아 너무 비현실적으로 다가왔다, 단원고와 가까운 고등학교에 다녔기 때문에 남 일 같지 않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공통적으로 참사 당시 언론의 오보와 관리자들의 무책임한 모습,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에 대한 무기력감 등을 경험했으며 참사 이후에도 피해자들에 대한 2차 가해와 진실 왜곡 등으로 인해 '국가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고 했다.

이어지는 질문으로 '참사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 개인과 사회가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 D씨는 "도저히 답이 떠오르지 않는다"면서 "우리 사회에 구조적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한 기반이 갖춰져 있나?"라고 반문했다. 또 A씨는 "구조적으로 당장 개혁을 이뤄낼 수는 없지만 낙관의 태도를 갖고 냉소적 태도를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고 E씨는 "무엇보다 연대의 가치가 중요하며, 누군가에게 일어난 일이면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참여자들은 참사 이후 우리 사회가 안전하지 않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으며,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다는 것, 절망적인 상황이지만 기억하는 것을 멈추지 않고 외면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에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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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청년네트워크2 본 프로젝트의 전체 일정이 담긴 홍보물을 붙여놓은 모습 ⓒ 안산청년네트워크

 
2시간 여 동안 진행된 대화모임에서 서로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은 참여자들은 마지막으로 각자의 소감을 나눴다.

참여자들은 "세월호참사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좋았고, 직접적 피해자가 아니어도 같이 얘기할 수 있어 좋았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참사가 계속 이야기되고 있어서 세상이 마냥 나빠지고 있지는 않다는 생각을 했다", "세월호참사 얘기를 나눈다고 해서 관련 내용을 찾아보고 왔는데, 그 또한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다양한 상황과 생각을 나누게 되어 감동적이었고, 희망을 갖게 되었다", "희망과 낙관을 놓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비관을 이야기함을 통해 세상은 변화되기도 하며, 각자의 상황에서 기억을 공유할 수 있어 사회가 점점 나아짐을 깨닫는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한 대화모임을 주관한 쏘유니크비건랩 운영자는 "세월호참사, 이태원참사 등 참사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텐데 시간과 용기를 내어 참여해주신 분들께 감사하다"라며 "이전에는 참사에 대해 많이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오늘을 계기로 기억하는 공간에도 방문해보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4.16 10 10 10 프로젝트'는 안산청년네트워크가 주관하고 4.16재단이 지원하는 사업으로, 3월 21일(목)부터 4월 15일(월)까지 11개의 공간에서 총 12차례 진행하며, 4월 12일(금)에는 각 모임에서 진행된 내용들을 공유하고 4.16생명안전선언을 함께 만드는 '안산청년공론장 - 우리는 안녕한 사회를 원한다'를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안산청년네트워크는 청년 문제가 날로 심각해져 감에 따라, 지역 차원의 청년정책의 필요성을 절감하며 안산지역 청년단체 네트워크를 통해 공동으로 대응하고 지속적인 청년 의제 발굴 및 공론화를 위해 2014년 발족한 연대체이다. 안산청년네트워크에는 안산녹색소비자연대, 안산YMCA, 안산YWCA, 평등평화세상 온다가 소속되어 있으며, 경기내일스퀘어안산 상상대로, 안산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 등이 협력기관으로 함께하고 있다.
#세월호참사 #세월호 #10주기 #안산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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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안산에서 직장다니며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속에서 시민들과 소통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역할을 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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