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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이 북한과 대화하면 윤 정부도 편승할 가능성 있어"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왕선택 한평정책연구소 글로벌 외교센터장

등록 2024.03.22 13:25수정 2024.03.22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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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18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관련 보도를 보고 있다. ⓒ 연합뉴스

 
18일 북한이 탄도 미사일을 발사했다. 지난 2월 미사일 발사에 이어 한 달 만에 북한이 도발한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서울에서 민주주의 정상회의가 열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 방한한 시점이었고 22대 총선을 3주 앞둔 시점이었다.

북한은 왜 한 달 만에 도발한 것인지 분석해 보고자 지난 20일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왕선택 한평정책연구소 글로벌 외교센터장과 전화 연결해 한반도 상황을 짚어보았다. 다음은 왕 센터장과 나눈 일문일답 정리한 것이다.

"탄도미사일 발사, 무기 개발 시간표에 따른 행동"

- 18일 북한이 탄도 미사일을 발사했어요. 한 달 만에 도발을 재개한 건데 왜 지금 탄도미사일 발사를 한 걸까요?

"기본적으로 북한의 무기 개발 시간표가 있기 때문에 그 무기 개발 시간표에 따른 행동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3월에 계속 진행이 되고 있기 때문에 거기에 대응하는 의미가 있습니다. 다만 시기나 규모가 예년에 비해 조금 조절된 느낌이 있는데 그건 중국이나 러시아의 정치 일정을 고려했다고 생각합니다."

- 한국 정치 일정도 고려가 됐을까요?

"4월 10일 한국 총선에 대해 북한이 영향을 미치기 위해 도발적인 행위 한다는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북한이 그런 선택 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논리적으로 보면 북한이 도발적 행위를 하면 손실이 발생합니다. 또 북한이 도발하면 남쪽에서는 북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갑자기 커지게 돼요. 그래서 북한에 대한 강경 대응을 주장하는 보수 진영이 더 유리한 상황이 됩니다. 현재 대통령이 보수 진영인 윤석열 대통령인데, 북한의 입장에서 봤을 때 윤 대통령을 도와주기 위해서 군사적인 도발을 한다는 건 논리적으로 합당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 18일 서울에서 민주주의 정상회의가 열렸고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도 방한했잖아요. 연관 있을까요?

"부분적으로 관련이 있겠지만 크게 영향 미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블링컨 장관이 오지 않았어도, 북한은 초대형 방사포 사격 훈련을 했을 것입니다. 북한은 기본적으로 자기네들 무기 개발 일정표가 있고 해마다 3월이면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진행됩니다. 때문에 북한에서는 해마다 2월과 3월에는 맞대응 차원에서 미사일 등을 동원해서 무력시위를 합니다.

다만 중국과 러시아의 중요한 국내 정치 일정이 있었습니다. 중국의 경우는 전국인민대표대회를 비롯해서 양회가 3월 초에 진행이 됐고 러시아의 경우는 대통령 선거가 17일 진행이 됐죠. 이런 상황이 있기 때문에 무력시위의 일정과 수위를 조절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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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선택 한평정책연구소 글로벌센터장 (자료사진) ⓒ 이영광

 
- 북한 입장에서 중국과 러시아 일정이 끝난 다음에 해야 좋은 건가요?

"말씀드렸다시피 한미 연합군사훈련이라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 맞대응 하는 건 북한으로서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합니다. 당연히 맞대응 훈련을 해야 합니다. 다만 예년처럼 탄도 미사일을 마구 쏘고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면 국내 정치 일정을 진행하는 중국이나 러시아의 입장에서 볼 때 불편하게 여길 수가 있어요. 특히 북한의 외교 목표가 중국과 러시아와의 협력과 연대를 강화하는 것인데요. 굳이 중국의 불만을 초래할 이유가 없고 푸틴에 대해서도 불편한 일을 만들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무력시위 일정과 수위를 조절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 그럼 지금 중국, 러시아와 북한의 관계는 어떤가요?

"북한하고 러시아는 매우 좋은 상황이라고 볼 수 있어요. 지난해 9월에 북한과 러시아는 정상회담 했고 그 이후에 관계 격상시키기 위한 일정을 계속해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런 추세가 앞으로 지속이 될 거라고 보고요.

북한과 중국은 이중적인 면이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협력 관계는 유지되고는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중국에 대해서 북중러 3국 협력과 연대를 더 강화하고, 미국에 반대하는 국가 연대 조직해서 신냉전 구도를 만들어보자고 제안하는 것에 대해 중국이 호응하지 않고 있어서 불편한 상황도 존재하고 있습니다."

- 왜 중국은 호응하지 않을까요? 어차피 중국은 미국과 경쟁하고 있잖아요.

"미국과 중국은 전략적 경쟁 관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략적 경쟁 관계란 표현은 미국과 중국이 전면적으로 충돌하는 상황이 아니고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면서 국익 확대 경쟁을 벌인다는 의미입니다. 미국의 경우 중국을 통제해서 중국의 국력 팽창 속도를 늦추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고 반대로 중국은 미국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국력 확장을 지속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이 전략적 경쟁 벌이는 환경에서 중국은 미국 중심의 국제 질서에 편입이 되는 것이 유리하다고 보는 겁니다. 비록 미국이 견제하고 압박하지만 미국 주도 질서에서 완전히 벗어났을 때의 손실이 크기 때문에 현재의 국제 질서 안에 있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것이죠. 그런데 북한이 제안하는 건 미국 중심의 질서 바깥으로 나가자는 얘기입니다. 과거 냉전 때 미국에 대항하는 사회주의권 국가들이 존재했듯이 앞으로 러시아, 북한, 중국에 가능하면 이란 이런 나라들이 힘을 합쳐서 미국 주도 질서에 대항하는 새로운 질서 체계를 만들자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말씀드린 대로 중국의 계산법에 따르면 미국의 압박과 견제받아도 미국 중심의 질서 속에서 존재하는 것이 중국 국가 발전에서는 유리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반미 국가 연대는 참여하지 않는 것입니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8일 남한 전역을 타격권으로 두는 초대형 방사포의 사격훈련을 지도했는데.

"18일 발사한 탄도미사일이 초대형 방사포죠. 북한은 3월 초부터 한국의 한미 연합 군사훈련에 대응하는 맞대응 훈련 차원에서 무력시위를 꾸준하게 해왔습니다. 이번 방사포 사격 훈련이 다섯 번째 무력시위입니다. 오늘(20일) 아침에 극초음속 미사일 엔진 시험 보도가 나왔습니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다른 각도에서 봐야 하지만, 초대형 방사포 사격까지는 일관된 메시지가 있습니다. 서울을 중심으로 하는 수도권이 전쟁이 날 경우 불바다가 된다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노력입니다. 그래서 다섯 번에 걸친 북한의 무력시위는 서울 불바다 연상시키면서 한국 국민들을 공포와 불안에 떨게 만드는 심리전을 한 것으로 봅니다."

- 정말 전쟁 준비하기 위한 건지 아니면 압박일까요?

"단기적으로는 맞대응 차원입니다. 한국과 미국이 연합훈련을 하기 때문에 대응했다는 특성이 중요합니다. 전쟁 준비를 했다고 해도 공세적 움직임은 아니었고, 효과도 제한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지난 2주일 동안 보여준 서울 불바다 시나리오로는 남한 국민들을 공포와 불안에 떨게 만들기 어렵습니다. 재래식 군사력으로 북한이 남한을 절대로 이길 수 없습니다. 전쟁이 나면 북한이 재래식 무기만으로 일주일 이상 버틸 수 없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북한이 군사적으로 장점이 있다면 그것은 비대칭적 무기입니다. 핵무기, 최첨단 첨단 탄도미사일 이런 것들이죠. 그런 차원에서 북한이 전쟁을 준비하는 데 재래식 군사력을 강조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봅니다. 전쟁 준비는 핵과 미사일 부분에 집중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북한이 보여준 것은 전쟁 준비라는 차원보다는 한국과 미국이 연합군사훈련을 하면서 압박하는 것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 앞에서 오늘(20일) 발사한 건 이전 것과 다르다고 하셨잖아요. 어떤 게 다를까요?

"북한이 극초음속 중장거리 미사일에 사용하는 엔진 실험을 했다고 합니다. 여기서 중장거리라는 용어를 사용했는데, 사거리가 3천km 이상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반도는 제주도에서 청진까지 거리가 천km가 안 됩니다. 그러니까 3천km짜리 사거리를 가진 미사일은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기 위한 무기가 아닙니다. 이건 괌이나 오키나와, 좀 더 사거리를 늘리면 알래스카 이런 곳을 타격하기 위해서 만든 무기입니다. 미국을 자극할 수 있는 무력시위라고 볼 수 있습니다."

- 그러나 북한의 대부분 움직임은 미국에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거 아닌가요?

"북한이 무력시위를 할 때 사용하는 무기 체계는 상대방에 따라서 달라집니다. 미국을 자극할 때는 핵실험이나 중거리 이상 탄도미사일, 극초음속 미사일, 잠수함, 이런 것들을 사용하거든요. 한국에 대한 협박용 무력시위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사용합니다. 사거리가 천km 이하를 말합니다.

미국의 반응도 이 무기 체계에 따라서 다릅니다. 미국은 장거리 미사일이라든가 중거리 이상 미사일에 대해서는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그러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라든가 기타 재래식 무기를 사용한 무력시위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차분한 대응을 유지합니다."

"'북한과 제재문제 대화할 수 있다' 미국이 원하는 건..."

- 정박 대북 고위 관리 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차관보가 북한과 제재문제에 대해 얘기해볼 수 있다고 하던데 이건 어떤 의미일까요?

"두 가지 시각에서 볼 수 있는데요. 최근 미국 정부에서 두 번에 걸쳐 북한에 대한 전향적인 언급이 나왔습니다. 한반도 비핵화가 미국의 궁극적인 목표지만 중간 조치를 고려할 수 있다는 발언이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제재 문제도 논의할 수 있다는 말을 해서 한 칸 더 진전된 발언을 내놓았어요. 이것은 북한과의 대화와 협상, 북핵 문제 해결 또 한반도 안정을 위해 북한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는 신호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또 다른 측면은 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11월이라는 점입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북한에 대화를 제안하면 북한이 과연 대화에 응하겠는가라는 거죠. 정권이 교체될 가능성도 있고 설사 바이든 대통령이 이겨서 정권이 유지가 돼도 장관 차관 다 바뀌지 않겠어요. 그러니까 지금 대화를 시작해서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북한은 의심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오히려 북한이 대화와 협상에 나올 가능성이 없는데 미국이 협상하자고 제안하는 것이 이상하다는 것입니다. 이런 것을 고려해 볼 때 지금 미국이 원하는 것은 문제 해결을 위해서 북한과 대화하는 것이 아니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 진정한 의도는 무엇인가요, 한반도에서 북한이 전쟁 일으킬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긴장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에 긴장을 완화시키기 위한 상황 관리라고 생각합니다."

- 그럼 제재 문제를 논의할 가능성은 없을까요?

"가능성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죠. 말씀드린 대로 미국이 그렇게 제안했는데 '대화하자, 협상하자, 중간 조치도 할 수 있다', '제재에 대해서도 논의할 수 있다'란 것은 사실 전향적인 표현이거든요. 문제는 북한이 그 대화와 협상의 자리에 나가서 과연 실질적으로 제재 완화라든가 이런 것을 얻을 수 있는 확신이 있느냐에서 전혀 없다는 거죠. 북한 처지에서 11월 대선을 앞두고 실질적인 정책 결정이 어렵기 때문에 호응할 가능성 희박하다고 봅니다."

- 북한과 일본의 관계는 어떻게 돼가나요? 한때는 북일 정상회담 얘기도 있었잖아요.

"기시다 일본 총리는 총리로 취임하는 상황 때부터 북한과의 정상회담 추진에 대해서 언급했습니다. 그러므로 북한과 일본의 접촉은 진행 중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일본이 제시하는 조건과 북한이 제시하는 조건이 상당히 다릅니다. 일본은 납치자 문제 해결을 하기 위해 그리고 북핵 문제에 있어 북한의 양보를 받아내기 위해서 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이에 반해 북한은 납치자 문제는 완전히 해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거론할 가치가 없고 북핵 문제도 시비를 걸 일이 아니라면서 그 두 가지 문제에 대해서 거론하지 않는다면 기시다 총리가 평양을 방문하는 날도 올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너무나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어서 쉽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시다 총리는 이번 9월에 자민당 총재 선거를 해야 되는 상황에서 북한과의 외교 이벤트를 성공시킨다면 선거에 도움이 된다고 계산할 수 있습니다."

- 만약에 북일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우리에겐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

"북한과 일본의 정상회담이 성사된다고 하는 건 납치자 문제와 북핵 문제가 거론된다는 걸 의미하는 것이고 또 그 북일 정상회담을 미국이 지지하고 동의한다는 뜻입니다. 그러면 북한과 미국과의 대화도 가능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북한이 현재 추진하는 반미 연대 구상도 폐기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시 북한이 미국과의 담판 통해서 북한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하고 희망하게 됩니다. 그러면 한반도에는 당연히 대화와 협상의 분위기가 무르익게 되고 남북 간의 대화도 이루어질 가능성이 생깁니다. 이렇게 큰 그림에서 볼 수 있고요.

그런데 문제는 윤석열 정부는 북한과의 대화와 협력은 가짜 평화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북한과 대화와 협력을 하기보다 강하게 압박하고 견제하는 것이 북핵 문제를 비롯해 북한 문제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모순이 발생합니다. 다만 윤석열 정부의 대외 정책의 또 다른 기조는 한미 동맹 강화, 한미일 3국 협력 강화입니다. 미국과 일본이 북한과의 대화 협상을 선택한다면 윤석열 정부는 그 방향에 대해서 반대는 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대화와 협상의 분위기를 저지하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결국 미국과 일본의 선택에 따라 대화와 협상 쪽에 편승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왕선택 #북한 #한반도 #탄도미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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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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