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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 "대통령실 이전 때문?"... 형사과장 "무관치 않다"

[이태원 공판기] 이태원 참사-대통령실 이전 '관련성' 물은 재판부... 서장도 "부족했다"

등록 2024.03.18 22:10수정 2024.03.19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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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 유성호

 
판사 : "용산서 업무가 과부하에 걸려서, 형사과도 일이 굉장히 많았다는 취지로 말했던 게 맞나."
최을천 전 용산경찰서 형사과장 : "네... 집회 동원이라든가, 때로는 경호나 동원 수요 뭐 이런 것들이 더 늘어난 건 사실입니다."
판사 : "그 이유가, 대통령실 용산 이전 때문인가."
최 전 과장 : "그… 무관하지 않다고… 제 생각입니다."

 
판사 : "(국회) 국정조사 당시 이임재 피고인은 '대통령실이 종로 관할에서 용산 관할로 이전되면서 집회시위도 늘어나 경비인력도 필요하니까 인력 충원요청을 했지만 안됐다'고 했는데, 맞나."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 "대통령실 이전에 맞춰 일부 인원이 보충됐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증인으로 나오신 분 말씀처럼, 업무에 맞게 정확하게 다 배치는 안 됐다. 약간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판사 : "요청했던 경력보다 적은 인원만 충원됐다는 건가."
이 전 서장 : "네 저희들이 희망했거나 요청했던 부분보다 좀 적게… 당시 인력 운용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 많이 있었다."
 
18일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배성중·김병일·백송이) 심리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업무상과실치사 사건 재판정. 용산 대통령실 이전과 이태원 참사와의 관련성을 거듭 묻는 재판부 질문에 이임재 전 서장과 증인으로 출석한 최을천 전 용산경찰서 형사과장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재판부는 이례적으로 "이 부분이 (앞으로) 하나의 큰 쟁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재판부는 "핼러윈과 관련해, 코로나 이전에도 (경찰)경비과에서는 대비 대책을 세우고, 현장에 배치됐던 걸로 알고 있다"라며 "그런데 (이태원 참사가 난) 2022년도에는 경비과가 전혀 대책도 마련하지 않았고, 인력도 전혀 배치되지 않고, 전원이 (용산 대통령실 인근)집회시위 현장에만 투입됐다는 걸 어떻게 봐야 되는지 조금 의문"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어 "이 부분이 인력 배치 분배의 잘못인 건지,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너무나도 인력이 부족해서 어쩔 수 없었던 것인지 부분은 이임재 피고인의 경우 책임의 유무와도 관련이 있을 수가 있다"라며 "더 나아가 만약 책임이 있다고 하면 양형에도 관련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했다.

이에 이임재 전 서장 측 변호인은 "(윤 대통령이) 취임 이후 관저를 청와대에서 사저로 오시면서,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사저에서부터 용산 집무실까지 많은 경찰 경력들이 아침과 퇴근길에 상당히 많이 동원됐다"며 "이 사건 이외에도 계속해서 집회 시위가 끊이지 않아 당시 용산서에서 감당하기 쉽지 않았다"고 했다.

이태원 참사(2022년 10월 29일)에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2022년 5월 10일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했다. 윤 대통령은 또 이태원 참사가 난 후인 2022년 11월 7일 한남동 관저로 이사를 마쳤다. 참사 당일에도 오후 8시 30분~9시께까지 대통령실 인근에서 대규모 집회시위가 열린 바 있다.

형사과장 "이태원 파출소 도착 후 마약 단속 관련 기자들 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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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2년 10월 29일 핼러윈 축제가 열리던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 ⓒ 권우성


재판부는 "(이태원 참사) 그날 (용산서)관내에, 대통령실 앞에서 큰 규모의 집회 시위가 열리고 있었고, 또 핼러윈과 관련해서도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토요일(2022년 10월 29일)에 큰 이벤트가 두 개 있었다"면서 최 전 형사과장에게 당일 출근한 경찰 인원을 구체적으로 묻기도 했다. 최 전 형사과장 역시 당일 열린 대통령실 인근 집회관리를 마치고 참사 당일인 2022년 10월 29일 오후 8시 47분쯤 이태원 파출소에 도착했다.

최 전 형사과장은 참사 전 10개팀 50명의 경찰이 이태원 인근에 배치돼있었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최 전 형사과장은 "(2022년 10월 29일) 오후 8시 47분에 이태원 파출소에 도착한 이후 직원들을 직접 교양(교육)하고 배치했다"라며 "파출소에 도착했을 때 여러 기자들이 있었고, 그래서 그날 마약 단속 업무와 관련해 기자들과 많은 얘기와 통화가 있었다"고 했다. 당시 경찰들의 활동이 마약 단속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는 것이다.


최 전 형사과장에 이 10개 팀 중 5개팀이 용산서 소속, 2개팀은 서울경찰청 마약수사대, 3개팀은 다른 경찰서 소속이라고 했다. 특히 용산서 5개팀 중 1개팀은 마약팀으로, 마약 단속을 위해 오후 8시께 이미 이태원에 배치돼있었다고 설명했다.

최 전 형사과장은 당일 오후 10시 44분에야 참사 사실을 처음 인지했다고 했다. 이에 재판부는 "해밀톤 호텔 옆 골목에서 사람들이 넘어지기 시작하고 깔리기 시작한 게 오후 10시 16분인데, (참사 인지 시점과) 28분이나 차이가 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가 "(형사과장이) 거의 30분 가까이 어떤 사고가 발생했는지 몰랐다는 얘기인데, (경찰의) 연락이나 보고체계에 문제가 있다든지, 또는 사고 현장에 경력이 전혀 없었든지 둘 중 하나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최 전 형사과장은 "전반적인 사항은 잘 모르겠다"라며 "(당시) 무전을 열심히 들었으면 진행 과정을 알겠지만 그럴 상황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이태원공판기 #이태원참사 #대통령실이전 #윤석열대통령 #이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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