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서울 김기동 감독의 작심비판, 린가드에 필요한 건

[주장] K리그와 소속팀 존중-축구에 집중하는 모습 보여야

24.03.17 11:14최종업데이트24.03.17 11:14
원고료로 응원
FC서울이 김기동 감독 체제에서 2전 3기만에 첫 승을 거뒀다. 하지만 제시 린가드는 또다시 공격포인트를 올리는데 실패했고 저조한 경기력으로 실망감을 안겼다. 김기동 감독은 처음으로 린가드에게 공개적인 경고 메시지를 날렸다.
 
서울은 지난 3월 16일 홈인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하나은행 K리그1 2024 3라운드 홈 경기에서 전반 일류첸코의 페널티킥 선제 결승 골, 기성용의 추가골에 힘입어 2-0으로 완승했다.
 
서울은 앞서 2일 광주FC와의 1라운드 원정에서 0-2로 패했고, 10일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2라운드 홈 개막전에선 0-0 무승부에 그쳤다. 심지어 2경기 연속 한골도 넣지 못하고, 경기력마저 상대에게 밀렸다는 사실은 우려를 자아내기 충분했다.
 
서울은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서 또다른 전술가인 김학범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제주를 만나게 됐다. 시즌 초반 서울의 부진이 일시적인지 연속적인 문제인지 가늠할수 있는 중요한 분수령이었다.
 
서울은 전반 19분만에 그토록 고대하던 시즌 첫 골을 뽑아냈다. 서울의 코너킥 공격 과정에서 김주성이 제주 한종무의 발에 걸려 넘어졌다. 주심은 비디오판독(VAR) 결과 서울의 페널티킥(PK)을 선언했다. 일류첸코가 키커로 나서서 득점을 성공시켰다.
 
기세가 오른 서울은 불과 4분만에 이번엔 시즌 첫 필드골로 추가득점을 뽑아냈다.최준이 우측면을 돌파하여 올린 크로스를 반대쪽 포스트에서 쇄도한 강상우가 이어받아 뒤로 공을 연결했다. 후방에서 침투한 기성용이 강력한 중거리 슈팅으로 마무리하며 골망을 흔들었다.
 
서울은 지난 2경기에서 불필요한 횡패스와 백패스의 남발, 선수들의 소극적인 활동량으로 상대에게 밀렸다면, 제주전에서는 한결 향상된 전방 압박과 몸싸움을 통하여 적극적으로 상대와 경합을 시도하면서 분투했다. 전반부터 빠르고 과감한 전진패스로 제주 수비진을 흔들었고, 체력이 떨어진 후반에는 전방에 롱패스를 찔러놓고 세컨드볼을 노리는 플레이로 변화를 주기도 했다. 특히 최준과 류재문의 콤비플레이, K리그 데뷔전을 치른 술라카 등 라인업에 변화를 준 것이 모두 적중했다.
 
양팀은 후반에도 일진일퇴의 공방을 펼쳤으나 서로 마무리 부족으로 결정적인 찬스를 살리지 못했다. 제주는 후반 막판 임채민이 경고누적으로 퇴장당하며 수적열세로 추격의 동력을 살리지 못했다. 
 
기분좋은 첫 승을 거둔 서울이지만 이날 경기의 유일한 '옥에 티'는 바로 린가드였다. 잉글랜드 국가대표이자 프리미어리그 출신으로 많은 기대를 모았던 린가드는, 화려한 이름값으로 서울 입단부터 많은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오랜 공백기로 몸상태가 올라오지 않아 교체로만 출전하고 있다. 이날도 린가드는 후반 12분, 류재문과 교체 투입돼 3경기 연속 교체 선수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하지만 경기력은 기대 이하였다. 앞선 2경기에서는 그나마 몇 차례 축구센스를 보여주는 플레이가 나왔지만, 이날은 오히려 경기력이 더 떨어진 모습이었다. 몸싸움을 피하고 수비가담에도 소극적인 모습으로 아쉬움을 자아냈다.
 
김기동 감독은 첫 승 이후 기자회견에서 선수들의 달라진 경기력을 칭찬했지만, 오직 린가드에 대해서만은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김 감독은 "린가드를 다시 교체할까 고민했다"고 말했다. 
 
김기동 감독은 "90분을 뛰는 선수도 아닌데 설렁설렁 뛰고 있다. 축구를 '이름값'으로 할 거라면 은퇴한 선수들을 데려다 놓으면 된다. 린가드와 매일 미팅하면서 이런 부분을 이야기하는데, 행동으로 나오지 않는다"고 작심비판했다. 
 
린가드는 지난 5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노팅엄 포레스트와 계약이 종료된 이후 약 9개월 가까이 소속팀 없이 무적 신분으로 지냈다. 짧지 않은 공백기와 30대에 접어든 나이를 감안하면 경기력이 정상으로 돌아오는데 시간이 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이날 김기동 감독이 지적한 부분은, 당장의 기량을 떠나 프로선수로서 기본적인 태도의 문제였다. 린가드의 K리그 진출이 결정되었을때부터 가장 우려했던 대목이기도 하다.
 
린가드는 초특급 유망주로 주목받던 시절부터 이미 기분파적인 성격과 가벼운 처신으로 여러 차례 도마에 오른 바 있다. 전성기에도 당일의 기분과 컨디션에 따라 경기력이 극단적으로 기복을 드러내며 안정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자주 받았다.
 
K리그는 그동안 영국에서만 선수생활을 이어온 린가드가 데뷔 이후 처음 경험해보는 해외 리그다. 밝은 성격과 친화력으로 팀에 빨리 적응한 것은 좋지만, 린가드에게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는 결국 '축구'가 되어야 한다.
 
그동안 K리그에 수많은 외국인 선수가 거쳐갔지만 이름값만 높다고 모두가 성공한 것은 아니다. 이제부터는 가벼운 쇼맨십보다, K리그와 소속팀을 존중하고, 축구에 좀더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A매치 기간동안 잠시 영국으로 돌아간 린가드가 과연 재개된 리그에서는 이전과 달라진 태도를 보여줄 수 있을까.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FC서울 제시린가드 김기동감독 K리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