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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 앞둔 '파묘' 신드롬, 실제 파묘 현장에 가봤다

오컬트 영화 <파묘> 800만 관객 돌파, 파묘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24.03.14 16:32최종업데이트24.03.15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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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묘> 포스터 ⓒ ㈜쇼박스


오컬트 미스터리 영화 <파묘>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지난 13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기준 국내 관람객 800만 명을 돌파했고 국외에서도 몽골을 시작으로 133개국에 판매·개봉을 확정,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풍수사와 무속인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제목과는 달리 일제강점기 우리 민족정기를 말살하려던 이야기를 소재로 삼고 있다.

영화를 본 후, 산이나 들에 묻힌 조상들의 무덤을 파내고 시신을 수습해 이장하거나 자연장을 위해 화장하는 이들의 실제 업무와 그들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영화처럼 무속이나 소위 말하는 '귀신병'에 영향을 받아 힘들었던 적은 있는지? 그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 실제 파묘를 담당하는 인력들을 만나봤다.
 

4인 1조 이장업체 ⓒ 최호림

 
25년 넘게 이 일을 해온 한 사장님은 생계와 자식들 교육에 이 일이 큰 도움이 되었으며, 곧 큰 아이가 결혼을 앞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가 파묘의 의미를 제대로 전달하지 않은 것이 아쉽다고 했다. 물론 민족 정서상 파묘에 있어 굿과 무속인을 바탕으로 망자들을 위로 액운을 막는다는 의미도 중요하지만, 일부 사업체들이 그런 민족적 감정을 이용해 돈벌이에만 급급한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내가 만나본 사업체는 중장비를 사용하지 않고 4인 1조로 일일이 묘를 파며, 망인들의 마지막을 책임지는 마음으로 유골 하나하나를 섬세하게 다루었다. 사장님은 이러한 진정성을 바탕으로 고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긴 시간 사업을 유지해왔다고 했다.

작업을 하던 직원 중 한 명은 파묘 후 제대로 수습하지 않고 떠나는 사람들이 있어 화가 난다고 말한다. 아무리 풍수적으로 좋은 곳으로 이장을 하더라도 파묘된 묘의 마무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복을 받기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영화 <파묘>의 인기가 동남아시아에서 폭발적이라고 들었으며, 우리와 정서가 비슷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처음 유골을 수습하는 일이 힘들었지만, 지금까지 이 일로 인해 귀신병에 걸리거나 무속병으로 인한 피해를 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그는 업무 후에 막걸리 한 잔을 하자고 팀원들을 독려한다며, 체력 소모가 크고 연령이 있는 베테랑들이 주로 일하기 때문에 팀워크가 매우 중요하다 말했다.
 

화장터에서 ⓒ 최호림

 
작업은 오전 7시 30분부터 시작됐다. 파묘 작업을 진행하는 유가족과 함께 업무를 시작하여, 유골이 수습된 후 화장장으로 이동, 화장 절차를 설명하고 작업을 끝까지 지켜본 후 오후 3시가 넘어서야 모든 업무가 종료되었다. 개인적으로 영화를 본 후 실제 그들의 일을 지켜보니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이 느껴졌다.

사장님은 파묘하는 이유는 다양한데, 과거에는 무속신앙 또는 풍수지리에 의해 기존의 묫자리를 더 좋은 자리로 옮기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지관이나 관련 업계 사람들의 조언에 따라 조상의 묘를 이장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상의 묘를 파묘하고 묫자리를 없애고 이장이 아닌 자연장으로 조상을 모시는 이들이 이 비좁은 나라에서 진정한 애국자라고 말하며 업무를 마무리했다.
파묘 최민식 이장 자연장 김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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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최호림(崔虎林) 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위키백과를 참고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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