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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한 마디에 1000억 원 출자?

[取중眞담] '공공기관 혁신'은 도루묵... LH 빚 낼 일만 쌓여간다

등록 2024.03.04 17:00수정 2024.03.06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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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4일 대구 북구 경북대학교에서 '첨단 신산업으로 우뚝 솟는 대구'를 주제로 열린 열여섯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3.4 ⓒ 연합뉴스

 
[기사수정: 5일 오전 10시]

"국토부는 말이에요. 신공항 사업 시행 SPC가 조속하게 출범할 수 있도록 LH라든지 공항공사 같은 공기업이 적극 참여해서 대구시가 이 SPC를 빨리 출범할 수 있도록 좀 서둘러 주기 바랍니다."

4일 대구에서 열여섯 번째 민생토론회를 연 윤석열 대통령이 토론회 중간에 마이크를 잡고 한 지시다. 대구경북 신공항을 건설할 특수목적법인(SPC)에 공기업이 적극 출자하라는 것이다. 참석자들은 큰 박수를 보냈다.

자본금 5000억 원 규모의 신공항 SPC에 출자할 기업을 찾고 있는 대구광역시는 그동안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의 참여를 요구해왔다. 대구시가 LH가 출자해주길 바라는 금액은 1000억 원으로 알려졌다. LH는 그동안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윤 대통령의 이날 지시로 사업 참여가 기정사실화되는 모양새다.

재무위험기관 LH, 3기 신도시-국가산단-철도 지하화 등 빚낼 일 '태산'

윤 대통령이 연초부터 민생토론회 등을 열고 약속한 전국 각지의 개발사업 상당수가 LH와 관련돼 있다. LH는 윤 대통령이 '신속 추진'을 강조한 1기 신도시 재건축을 지원해야 하고,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15개 국가산업단지 조성도 LH가 단독 혹은 지방공사와 공동으로 시행한다. 정부는 여러 도시에서 추진하는 철도 지하화 사업 재원 50조원도 LH 등 공기업 채권 발행으로 조달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LH는 정부가 지정한 재무위험기관이다. LH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219%로, 정부의 공기업 경영평가에서 올해까지 3년 연속 D등급을 받았다. 윤석열 정부가 공공기관 평가에 재무건전성을 핵심 기준으로 적용한 결과다.


윤 대통령은 임기 초인 지난 2022년 6월 21일 "공공기관 혁신은 더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면서 "재정은 꼭 필요한 곳에 쓰여야 하고, 재원은 정부 지원이 절실히 필요한, 진정한 사회적 약자를 위해 따뜻하고 두툼하게 지출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대통령이 전국을 돌며 각종 개발 사업을 확약하는 통에 LH가 해야 할 일과 내야 할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임기를 시작하며 내세운 '공공기관 혁신'을 대통령 스스로 역행하고 있는 것이다,

개별 기관이 사업성 등을 평가해 볼 틈도 없이 대통령 말 한마디에 사업 참여 여부가 결정되는 것도 문제다. 정치적 결정에 따라 사업에 참여한 뒤 큰 손실이 나도 책임질 사람은 없는, 공공기관 특유의 부조리가 재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민생토론회에서는 공공기관이 아니라 민간 기업의 출자도 대통령실이 나서서 해결해달라는, 정부가 기업을 움직여 달라는 요청도 있었다. 홍준표 대구광역시장의 발언이다.

"우리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께서 약속대로 이제 산업은행하고 LH를 이제 (SPC에 참여하도록) 해주고 있으니까 그 외에 이제 좀 도와줄 게 삼성 건설 부문 (...중략...) 그 다음에 포스코건설이 대구경북을 대표하는 건설인데, 꼭 좀 참여할 수 있도록 이 실장께서 좀 도와주시고...(하략)."  
#윤석열 #홍준표 #민생토론회 #LH #신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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