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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좀 써줘" 김태호-나영석 찾아간 박명수의 구직 활동

[TV 리뷰] KBS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여전히 유튜브-라디오 아우르는 최고의 예능인

24.03.04 13:40최종업데이트24.03.04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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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방영된 KBS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의 한 장면. ⓒ KBS

 
자칭 '2인자' 혹은 '쩜오'로 부르는 예능인 박명수. <무한도전> 종영 이후 TV 무대에선 자주 볼 수 없지만 여전히 그는 다양한 플랫폼에서 사람들에게 다채로운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할명수>(JTBC 제작)는 5년째, KBS 쿨 FM <박명수의 라디오 쇼>는 무려 10년째 롱런중이다.  

인기 아이돌들이 여타 채널 마다하고 <할명수>를 찾아가고 유명 스타 배우들이 홍보를 위해 그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방문하는 건 여전히 대중들에게 파급력을 갖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박명수는 활동에 대한 배고픔이 존재했던 모양이다. 

​최근 새롭게 '보스' 자격으로 합류한 KBS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를 통해 유쾌한 웃음을 만들고 있는 박명수는 자신을 홍보하기 위한 색다른 시도를 단행했다. 바로 유명 예능 PD를 직접 만나 자신을 써달라는 요청을 하기로 한 것이다. 박명수의 직접 뛰는 홍보 덕분에 지난 3일 KBS 예능 화면 속에 김태호, 나영석 등 대한민국 대표 PD가 나란히 얼굴을 드러내는 진귀한 장면을 목격하게 되었다.   

"프로그램 단가가 낮아진다" 김태호 PD의 직설 조언
 

지난 3일 방영된 KBS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의 한 장면. ⓒ KBS

 
<사장님 귀> MC 전현무가 무려 9개, 연이은 프로그램 폐지를 겪은 김숙조차 5개를 진행한다는 사실에 분노(?)한 박명수는 매니저를 대동하고 직접 구직활동에 돌입한다. 한때 주중 12개까지 해봤다는 그로선 이번 기회에 8개로 늘려보자는 욕심을 드러내며 방송국들이 집결한 상암동으로 이동했다.  

​박명수가 가장 먼저 만난 인물은 다름아닌 김태호 PD였다. <무한도전> 시절 호흡을 맞췄던 연출자를 만나 푸짐한 도시락을 대접하면서 자신을 이번 기회에 기용해줄 것을 강력하게 요청한다. 하지만 이에 눈 깜짝할 김 PD가 결코 아니었다. 특유의 언변을 활용한 '팩트 폭력'으로 박명수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드는 것이다. 

​'나를 왜 안 쓰냐'는 질문을 받은 김 PD는 "쓰고 싶은데,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유통을 해야 한다. 박명수 이름이 있으면, 프로그램 단가가 낮아진다"라는 현실을 직설적으로 언급한다. 이 말을 들은 박명수는 "출연료 30% 양보할 수 있다"라고 제안하지만 예상대로 김 PD는 단칼에 거절한다.  

삼행시로 마무리 지은 나영석 PD와의 만남
 

지난 3일 방영된 KBS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의 한 장면. ⓒ KBS

 
별다른 소득 없이 이동한 박명수가 두 번째로 찾아간 곳은 '에그이즈커밍' 사옥이었다. 이곳에서 그는 또 다른 예능 장인 나영석 PD와의 면담을 가졌다. KBS 퇴사 이후 모처럼 화면에 얼굴을 드러낸 데다 박명수와는 접점이 전혀 없는 제작자이기 때문에 이번 회차는 방영 이전부터 제법 큰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박명수와의 면담 덕분에 시청자들은 몇 가지 색다른 사실을 알 수 있었다.  

10여 년 전 tvN <삼시세끼>를 처음 기획했을 때 박명수에게도 섭외 제안이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 동시간대 방영되던 KBS <해피투게더> 때문에 결국 박명수는 이를 고사했고 결국 인연을 맺지 못하고 말았다. 그런가 하면 "왜 배우들만 섭외하냐?"에 대한 답변도 들을 수 있었다.  

​바로 스케줄 빼기 용이하다는 것이었다. 유명 예능인들은 워낙 다작을 하는 관계로 촬영기간 10일이라면 최소한 1년 전부터 일정을 조율해야 하는 어려움이 존재하는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나 PD 역시 에둘러 박명수의 부탁을 거절했다. 씁쓸하게 면담을 마친 박명수는 특유의 장기인 삼행시로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어 놓으며 이날의 구직 활동을 마무리 지었다.  

불발로 끝난 면담... 그래도 우리들에겐 최고의 예능인
 

지난 1일 아이유 출연으로 화제를 모은 JTBC 유튜브 예능 '할명수'의 한 장면. ⓒ JTBC

 
박명수의 야심찼던 예능 출연 면담은 불발로 그쳤지만 덕분에 <사장님 귀>는 색다른 재미를 마련할 수 있었다. 최근 박명수의 합류는 유명 셰프의 식당 쿡방 중심으로 흘러가던 프로그램에 새 바람을 불어 넣는 동시에 김태호, 나영석 두 예능계 거장을 등장시키는 성과도 거둘 수 있었다. 덕분에 우리는 몇 가지 프로그램 제작의 뒷 이야기도 들을 수 있는 부수적인 효과도 얻게 되었다.  

이날 출연 프로그램 개수 늘리기에 실패했지만 박명수는 국내 예능인 중에서도 여전히 손꼽히는 인물로 언급할 만하다. 유튜브와 라디오라는 틈새 시장에서 확실하게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킴과 동시에 스타들이 너도 나도 찾아가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점은 아직까지도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특히 BTS 진, 세븐틴,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블랙핑크 지수, 르세라핌, 뉴진스 같은 케이팝 스타들이 부담없이 그를 찾아 즐거운 시간을 마련할 수 있다는 사실은 50대 중반에 도달한 MC 박명수의 예능감이 젊은 세대에도 충분히 통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최근 박명수는 <할명수> <라디오쇼> 등을 통해 고척돔 단독 콘서트에 대한 야심을 농담반 진담반으로 언급해 팬들의 기대감을 자아내고 있다. 비록 상당수 가수들은 "하고 싶지만 소속사와 논의해봐야 한다"라며 극구 사양하고 있지만 이를 통해 프로그램 속 재미 마련 뿐만 아니라 팬들로 하여금 예능인 겸 가수 인생 32주년을 맞이한 '거성'의 공연 성사를 기대하게 만든다. 안타깝게도 박명수의 예능 개수 늘리기는 실패했지만 그의 좌충우돌 면담 덕분에 <사장님 귀>의 웃음은 더욱 배가되었다.
덧붙이는 글 김상화 칼럼니스트의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사장님귀는당나귀귀 박명수 나영석 김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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