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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으로 반도체 만들면 구글·애플이 안 사는데 뭔 소용인가"

[인터뷰] 윤석열 대통령의 '원전산업 지원' 정책 비판한 박종권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대표

등록 2024.03.02 17:59수정 2024.03.03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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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권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대표. ⓒ 윤성효

 
"'원전 외눈박이' 윤 대통령, 제발 공부 좀 하시라."

박종권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대표가 핵(원자력)발전소 산업에 다양한 지원을 하겠다고 밝힌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이같이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월 22일 '다시 뛰는 원전산업 활력 넘치는 창원, 경남'이라는 제목으로 경남도청 대회의실에서 연 민생토론회에서 원전산업 대규모 자금 지원을 제시했다. 또한 그는 대규모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군사보호구역 해제도 거론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은 "원전 대도약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정부의 원전산업 지원 정책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특히 환경단체와 야당은 윤 대통령이 "아직도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에 대해 모르느냐'고 비꼬기도 했다. 탈핵경남시민행동, 경남환경운동연합,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은 윤 대통령의 민생토론회 뒤인 지난 2월 26일 기자회견에서 "아직도 RE100을 이해 못하는 윤 대통령, 정신 차리세요"라며 "단 한번의 사고로 국가 경제는 파산이다. 원전 올인 정책을 폐기하고, RE100 캠페인에 동참하라. 재생에너지청을 설치하라"고  촉구했다.

<오마이뉴스>는 2월 29일 박종권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대표를 만나 '원전 지원'과 '개발제한구역 해제' 등 정책이 어떤 문제가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박 대표는 은행 지점장 출신이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윤 대통령의 '원전 지원' 발언... "사실 아니거나 과장 있다"

- 윤석열 대통령이 창원에서 '원전 지원' 발언을 했는데, 어떤 문제가 있나?


"한두 가지가 아니다. 사실이 아니거나 과장이 있다. 원전이 싸고 품질 좋은 전기를 공급함으로써 대한민국을 세계 10대 경제 대국으로 이끈 원동력이 됐다고 하나, 원전은 결코 싼 전기가 아니다. 원전 단가 계산에 많은 요소가 빠져 있다. 가령 원전사업자는 사고 보험을 들기 어려워 5000억 원을 한도로 12개 보험사에 나눠 보험을 든다. 대형 사고시 500조 원 피해로 가정하면 1/1000 정도만 보상받고 나머지는 국민들이 부담해야 한다. 자동차 사고 견적이 100만 원 나왔는데 1000원 보상해주는 꼴이다.

제대로 보험에 가입하면 보험료만 1kwh에 100원이다. 현 원전 단가의 2.5배가 된다. 또 10만 년을 보관해야 하는 핵폐기물 처분 비용은 계산도 하지 못한다. 일본에서는 원전 정지로 인한 전기요금 인상 문제를 주민의 생명권과 같은 수준으로 논의한다는 것을 수용할 수 없다면서 원전 재가동 소송에서 주민의 손을 들어 준 판결이 있었다. 우리나라가 10대 경제 대국이 된 것은 싼 전기요금 때문이 아니라 싼 임금에 열심히 일한 노동자들의 공이 더 크다."

- 윤 대통령은 "독일이 탈원전 후 후회한다"고 했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 독일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탈원전을 결정했고 그동안 태양광,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를 꾸준히 확대했다.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50%를 넘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가스 가격이 폭등하자 믿을 건 재생에너지 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재생에너지 목표를 2030년까지 80%, 2035년까지 100% 상향했다.

당연히 원전은 필요가 없게 되는 것이다. 국민들이 원전을 믿고 재생에너지 확대에 소홀할까 우려해 과감하게 2023년 4월에 마지막 원전 3기를 폐기했고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원래 2022년 말에 폐기하기로 했는데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가스 가격이 폭등하자 3개월 연장 운영한 후 4월 15일 폐기했다."

"'정권 바뀌면 사무관이 수사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해줬다"

- 윤 대통령은 3조 3000억 원 규모의 원전 일감과 1조 원의 특별금융을 공급하겠다고 했는데.

"신한울 3·4호기는 2023년 6월 12일 전원개발실시계획을 승인했다. 윤석열 정부가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발표한 후 11개월 만에 승인한 것이다. 통상 30개월 걸리는 일을 11개월 만에 초스피드로 승인했다. 더 황당한 일은 실시계획 승인일이 6월인데 3개월 전인 3월 29일에 주기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2조 9000억 원이다. 또 5월 15일에는 주기기 제작 착수식을 기자들 앞에서 거창하게 열었다. 아직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 건설 허가는 물론 전원개발실시계획 승인도 받기 전이다. 군사 독재시대에나 있을법한 일이다.

그리고 11월 30일에는 주설비 시공사로 현대건설과 계약했다. 3조 1000억 원이다. 원안위는 건설 허가권자이지만 아무런 권한이 없다. 무조건 허가해야 한다. 이것이 윤석열 정부의 공정과 상식이다. 승인 전에 주기기 계약과 제작을 이미 시작했으니 승인하지 않으면 어찌 되겠는가.

그래서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에 만약 원안위 승인이 나지 않으면 지급한 제작 대금은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더니 한수원이 '책임진다'고 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원전 담당 사무관에게 역시 같은 질문을 했더니 '승인 전에 기기 제작비용을 지급하면 안 된다는 규정이 없어서 불법이 아니'라고 대답했다.

너무나 당연한 일인데 왜 규정이 있겠느냐고 다그쳤더니 '한수원이 알아서 할 일이지 산자부는 관여할 일이 아니'라고 했다. 한수원에 물어보라고 말했다. 기가 막힐 일이다. 정권이 바뀌면 사무관이 수사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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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2월 22일 오전 경남도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민생토론회. ⓒ 경남도청

 
- 올해 정부 예산을 세울 때 연구개발(R&D) 예산을 삭감해서 과학자들의 항의를 받기도 했지만, 원전 연구개발 예산으로 4조 원이나 투입하겠다고 했는데.

"윤 대통령은 원전 마피아들의 말을 듣고 탈원전 폐기를 공약으로 내세워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믿는 것 같다. 원전 몰빵주의, 원전을 종교로 생각하고 있다.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을 개정해 원전 제조를 위한 시설 투자나 연구개발 비용도 세제 혜택 대상에 포함하고 4조 원 이상 연구개발에 투입해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개발을 뒷받침한다고 한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4조 원이 뚝딱 지원된다는 것이 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인가. 1조 원의 특별금융을 공급하고 저금리 융자를 약속했다. 관치금융이 다시 살아났다."

- 산자부에서도 원전 지원을 발표했다는데.

"2월 22일 대통령 민생토론회 하는 날 보도자료를 내 원전 지원책을 내놨다. 대통령의 주장을 반복한 내용들인데 신한울 3·4호기 부품 공급 중소기업들이 계약 즉시 30%를 선급금으로 받도록 선금 특례를 시행하고 있고 보증보험의 수수료도 최대 75%까지 지원할 계획이라고 했다.

물론 원전 기업을 지원할 수 있다. 그러면 태양광·풍력 업체들에게도 같은 지원을 해야 하는데 재생에너지 예산을 지난해 1조 원에서 6000억 원으로 삭감했다. 태양광 업계 카르텔을 없앤다면서 감사원·검찰·국세청·금융감독원 등을 동원해 태양광 기업을 전수 조사하듯이 탈탈 털었다. 1% 정도의 비리를 적발하면서 태양광업계를 초토화하고 금융기관의 대출을 막아버렸다.

지난해보다 태양광 매출액이 반으로 줄었고 한화큐셀은 국내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미국 공장을 증설하고 있다. 발전차액지원(FIT) 제도 폐지 등 국내 태양광 지원제도가 사라졌다. 재생에너지가 부족하니 삼성, 엘지 같은 대기업이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실현을 위해 미국·유럽으로 공장을 옮기고 있다. 중국 태양광 국내 점유율이 30%에서 60%로 늘어났다. 윤석열 정부가 국내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

- 원전 건설에 거쳐야 할 절차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졸속으로 하면 안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지 않는지?

"당연히 문제가 된다. 2022년 6월 22일 윤석열 대통령이 창원의 원전업체 방문에 동행한 정부 관료들에게 원전업계는 '탈원전 폭탄이 터져 폐허가 된 전쟁터다. 비상한 각오로 일감과 선 발주를 과감하게 해달라. 전시에 안전을 중시하는 관료적인 사고는 버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런 대통령의 밑에서 안전 점검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이며 원안위는 건설 허가를 서두르지 않을 수 있겠는가.

원전은 1년 6개월마다 연료를 교체하는데 이때 2개월 내외에서 가동을 멈추고 계획예방정비를 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이것을 없애 버리고 이상 유무가 확인될 때 점검을 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고장이 없으면 2개월 점검할 필요 없이 가동하여 수익을 높이겠다는 것인데 위험천만한 일이다. 이상이 발견되어 점검을 할 경우 경미한 이상은 문제가 없지만 중대한 이상일 경우에는 이미 대형 사고로 이어진 이후일 수 있다. 자동차는 고장이 없어도 일정 기간마다 정기검사를 받아야 한다. 단 한 번 사고로 국가 경제가 파산하고 국민 생명이 위험하게 되는데 2개월의 점검 기간을 없애고 계속 가동하겠다는 발상은 안전불감증의 극치다."

- 신한울 3·4호기까지 건설하면 울진에 너무 많은 원전이 몰리는 것 아닌가.

"울진에는 모두 10기의 원전이 한 지역에 있게 돼 세계 최대의 원전 밀집단지가 될 것이다. 당연히 위험이 가중된다. 전 세계 원전 단지 중에서 한두 기 있는 원전이 70%이고 많아야 서너 기 있을 뿐이다. 우리처럼 한 곳에 10기 있는 원전 단지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다수호기 위험성은 설비를 공유하면서 동시 사고 위험이 있고 2022년 3월 '울진 산불' 같은 자연재난에 취약하다. 다수호기 운영하는 국가가 별로 없어 다수호기 안전성 평가 기준도 없다."

- 또 다른 안전의 문제는 없나.

"원전 존재 자체가 위험이다. 기후위기 때문에 자연재난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프랑스 원전은 2019년에 강물 수온 상승으로 원전 냉각을 하지 못하여 가동을 멈췄고 가뭄으로 강물이 부족해 냉각기능을 잃은 적도 있었다. 테러에 취약한 것도 원전이고 원전 내부의 비리도 안전을 위협한다.

원전 부품을 중고품으로 사용하거나 비상케이블을 불량품으로 사용하여 10기의 원전을 멈추고 케이블을 교체한 사건도 있었다. 고리1호기에서 5개의 전원이 모두 고장나 블랙아웃이 되어 폭발 일보 직전까지 간 경우도 있었다. 지진은 언제나 위험요소이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지진 전수조사가 끝나지 않아 언제 큰 지진이 발생할지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다. 최첨단의 과학으로도 알 수 없는 분야가 지진이라고 한다."

- 윤 대통령은 반도체 생산 라인에 엄청난 전기가 필요하다면서 원전이 없으면 첨단산업 발전도 불가능하다고 했다.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발언이다. 원전으로 반도체를 만들면 구글이나 애플에서 사 주지 않는데 무슨 소용인가. 팀 쿡 애플 CEO는 2030년까지 RE100 100% 달성을 발표했고 애플의 협력사도 포함된다고 주장했다. 대만의 TSMC는 RE100 100% 실현을 2050년에서 2040년으로 앞당겼다. 삼성은 아직 2050년이 목표다.

구글과 애플은 삼성과 TSMC의 RE100 실현을 지켜보고 있다. '슈퍼을' 세계 1위 반도체 장비 기업인 ASML은 고객사에 '재생에너지로만 탄소중립 달성'을 요구하면서 국내 반도체 기업을 압박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러한 다국적 기업의 압박을 결코 지켜줄 수 없다."

- 윤 대통령은 2030년까지 10기의 원전을 수출하겠다고 하고 4조 원의 원전 수출 실적을 자랑한다.

"거짓이다. 한수원이 이집트 엘다바 원전의 기자재 공급과 일부 구조물 건설 사업을 3조 3000억 원에 수주했다. 러시아 원전 기업(ASE JSC사)이 원전 4기 건설 프로젝트를 이집트로부터 300억 달러(약 40조 원)에 따냈고 한국은 일부 프로젝트를 하청받은 것인데 원전 수출로 볼 수 없다. 2009년 아랍에미리트 원전 4기 수출 이후 13년 동안 단 한 기도 수출하지 못했다. 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정부가 총력을 기울였지만 단 한기도 수출하지 못했다.

우리의 노력 부족이 아니라 국제 여건 때문이다. 그동안 중국과 러시아 외 원전을 건설하는 국가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간 2~3개의 원전 시장을 두고 미국·프랑스·일본·중국·러시아가 경쟁할 뿐 아니라 핵무기 개발 우려 등 국제 정치적인 문제까지 얽혀 있어 원전 수출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다. 13년 동안 단 한기도 수출하지 못하는 산업에 국력을 낭비할 필요는 없다. 원전보다 10배 이상 큰 태양광 시장과 풍력 시장이 있다. 한국의 태양광, 풍력 기술은 원전 못지않게 매우 경쟁력이 높다."

"노르웨이는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100% 달성"

- 재생에너지를 확대해야 하는 것은 맞는데 간헐성·경제성 때문에 원전이 아직 필요하다는 견해도 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간헐성을 보완하는 에너지저장시스템(ESS, Energy storage system) 기술이 있다. 풍력은 밤낮 구분 없이 발전이 가능하다. 재생에너지로 100%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확인되었기 때문에 모든 나라가 그길로 가고 있다. 태양·풍력뿐 아니라 지열·수력·양수댐 발전·바이오·수소에너지 등등 수많은 재생에너지 기술이 이미 개발됐다.

노르웨이는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100%를 달성했고 아이슬란드 88%, 오스트리아 70%, 제조업 비중이 높은 독일도 50%를 넘었다. 미국은 22%로 원전의 19%를 추월했고 중국도 31%를 넘었다. 한국은 겨우 8% 내외로 OECD 국가 중 꼴찌이면서 간헐성·경제성 이야기를 하는 건 핑계다. 며칠 전 해외 보도를 보면 아랍에미리트 태양광 발전 단가는 20원에 불과해 원자력 발전 단가 140원의 7분의 1수준이었다. 반면 한국은 주요 선진국과 달리 태양광 발전 단가가 원전보다 비싼 나라다."

- 윤 대통령은 60년 동안 원전 1기를 가동하면 가스 발전보다 64조 원 이익이 생긴다고 했는데, 원전이 그만큼 싼가?

"거짓이고 과장이다. 우리 단체에서 계산을 한 결과 64조 원이 아니고 34조 원 이익으로 나왔다. 윤 대통령은 원전 1400MW짜리 24시간 전체 가동에 가스 발전 단가를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폭등한 가스 가격을 포함해서 계산하여 원전과 가스 단가 차이를 1kwh에 88원으로 계산한 결과다.

지금 가스 가격이 안정을 찾아가는 중이라 평상시 가스 발전 단가와 원전 단가 차이 58원으로 계산하고 가동율 80%로 계산하면 34조 원이 나온다. 60년 동안. 그리고 전문가들의 미래 예측 발전 단가를 적용하면 거꾸로 태양광 발전이 수십조 원의 이익을 줄 것이다. 아랍에미리트 태양광 발전 단가는 20원이다. 원전 60원과의 차이 40원을 적용하면 태양광이 23조 원의 이익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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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권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대표. ⓒ 윤성효

 
- 한국의 태양광 발전 단가가 비싼 이유는 뭘까.

"한국은 태양광 발전 시설 설치 절차가 복잡하고 주민 민원이 많아 건설 기간이 길다. 선진국의 경우 법과 제도가 태양광을 장려하는 방향인데 한국은 억제하는 방향이다. 주택지나 도로에서 500m, 1km 떨어져야 태양광 발전 설비 허가를 해주는 이격거리 조례를 지자체들이 만들었다. 설치할 곳이 별로 없으니 민원은 사라졌지만, 태양광 설치까지 사라졌다.

함양군·함평군·구미시의 경우는 이격거리 조례 때문에 태양광 설치할 수 있는 곳이 1% 미만이다. 또 각종 민원을 해결하는 데도 수천만 원의 비용이 든다. 브라질, 인도, 미국 등 기업 전력구매계약(PPA) 제도가 활성화된 국가에서는 국내 산업용 전기요금의 1/4 수준밖에 안 되는 가격에 태양광 전기가 거래되고 있다(REN21, 2019). 제도와 지원이 뒷받침되면 우리나라 태양광 발전단가는 석탄 발전 단가보다 훨씬 더 싸질 것이다. 연료비가 공짜다."

- 원전은 기후위기 해결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데.

"원전이 탄소 배출을 적게 하는 것은 맞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전을 기후위기 대응의 방안으로 수용하지 못하는 것은 방사능의 위험이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또 기후위기 대응의 시간이 별로 없다는 것이 문제다. 기후변화에관한정부간패널(IPCC)은 향후 30개월이 기후위기를 막을 골든타임이라고 하고 1.5℃ 상승하는 데 남은 시간이 5년 5개월이라고 한다. 이미 2023년에 1.52℃가 상승했다고 하는데 이것은 1년 평균이고 향후 계속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시간이 없다. 원전은 건설하는데 10년 이상 걸린다. 그리고 지역 주민의 반대 때문에 새로운 원전을 건설할 부지를 구하기 매우 어렵다. 50년 수조에 보관 중인 사용후핵연료를 처분할 장소를 구하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원전을 또 건설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화장실 없는 펜션을 짓는 것과 같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13년이 지난 지금까지 사고 현장을 수습하지도 못하고 녹아버린 핵연료는 수습할 엄두도 내지 못한다. 핵 오염수 바다 방류 문제는 앞으로 100년 동안 계속되고 주변국들의 반대에 부딪힐 것이다. 핵발전소는 가동 중일 때나 폐기 후에나 골치 덩어리다. 그래서 선진국들이 원전을 기후위기 대안으로 수용하지 않고 태양광·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를 기후위기 대안으로 삼는다."

- 지난해 태양광 설치 실적이 사상 최대치라고 하는데.

"태양광 발전 설비 설치량은 해마다 사상 최대치다. 지난해 전 세계 신규 설치량은 410기가와트로 원전 410기에 해당하는 규모다. 2022년 신규 설치량이 243기가와트, 70% 폭풍 성장이다. 원전은 2022년 393기가와트에서 2023년 371기가와트로 5.5% 마이너스 성장이다."

- 소형 모듈원전(SMR) 개발을 한다는데 문제는 없는지?

"SMR은 40년 전부터 미국·유럽에서 개발을 시도한 원전이다. 웨스팅하우스는 2017년 미국 보글 원전 건설에 시도하다 잦은 설계 변경과 건설 지연으로 7조 원의 손실을 입고 파산하고 말았다. SMR 상용화 가능성이 가장 높았던 미국 뉴스케일파워는 아이다호주에 SMR 건설 계획을 세웠으나 투자 유치 실패로 무산됐다. 예상 발전 단가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뉴스케일파워 주가는 1/4로 추락했고 국내 삼성·두산 등 대기업들이 2조 원 넘게 투자했다. 

원전을 대형으로 건설하는 이유는 경제성 때문이다. 미국 IEEFA(미국에너지재무경제연구소)는 SMR에 관한 보고서를 냈는데 제목이 이렇다. '너무 오래 걸리고 너무 비싸고 너무 위험하고 불확실하다'(IEEFA U.S. : Small modular reactor "too late, too expensive, too risky and too uncertain)이다.

SMR 역시 핵발전소이기 때문에 위험한 것은 마찬가지다. 창원에 SMR 실증로를 건설한다면 장소는 북면 원전 단지일까? 주변에 사는 수많은 아파트 주민들이 수용할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괜한 헛돈을 쓰지 말아야 한다. 미국과 유럽이 지난 40년간 SMR 상용화를 위해 수십 조 원을 투자하고도 뼈아픈 실패를 경험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경제성이었다는 걸 윤 대통령 뿐만 아니라 정부, 경상남도, 창원특례시가 명심하기를 바란다."

- 윤석열 대통령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우선 재생에너지 100% 사용(RE100)에 대하여 공부를 더 하라고 당부하고 싶다. 세계가 인정하지 않는 CF100(무탄소에너지 100% 사용)을 빨리 포기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원전에 대한 신앙에 가까운 생각을 버리고 원전을 반대하는 원전학자들의 말을 들어보라. 대통령은 중립적인 생각을 가지고 찬반 의견을 경청해야 한다. 전 세계의 재생에너지 동향을 공부해야 할 것이다.

에너지 전환은 우리나라와 전 인류의 운명을 가르는 중요한 문제이고 지금 갈림길에 서 있다. 냉철하게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봐야 한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넘어 에너지 절약 정책을 함께 실시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전기 소비가 영국·독일의 2배 수준인 점을 직시하고 전기요금을 현실화해 전기 소비를 줄인다면 무역 수지 개선에 기여하고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어 훌륭한 대통령으로 기억될 것이다.

기후위기에 대해 진정성을 가지고 공부 좀 하시라고 말씀 드리고 싶다. 미래세대의 삶이 걸린 문제이고 향후 2~3년이 중요한 고비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기후 과학자들의 주장을 들어봐야 한다. 머지않은 장래에 지금 이 문명사적 대전환기에 한국 대통령의 자리에서 대통령으로서 할 일을 다 하지 못하면 엄청난 후회를 하게 될 것이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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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공사 진주지사 건물 외벽에 붙어 있는 '전기요금' 관련 펼침막. ⓒ 윤성효

 
#원전산업 #윤석열 #박종권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탈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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