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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 만에 세대교체한 한독협, 백재호 이사장 선출

29일 정기총회 열고 만장일치 추대... 초기 세대 2선 후퇴

24.03.02 11:23최종업데이트24.03.0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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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9일 저녁 청년문화공간JU동교동에서 열린 한국독립영화협회 27차 총회에서 신임 이사장으로 선출된 백재호 감독 ⓒ 성하훈

 
한국독립영화협회(한독협)가 신임 이사장에 백재호 감독을 선출하며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1998년 출범한 이후 1980년, 1990년대 영화운동 세대들이 중심을 이뤘던 한독협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지난 29일 저녁 서울 동교동 청년문화공간 JU에서 열린 한독협 27차 정기총회에서 백재호 감독은 모든 회원의 박수 속에 만장일치로 새 이사장으로 추대됐다. 신임 이사장 선출 앞서 고영재 이사장은 "지난해 새 이사장을 세우겠다고 했는데, 백재호 감독이 흔쾌히 수락했다"며 "3년 임기 중 우선 남은 2년의 임기를 백재호 이사장이 맡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독협은 1998년 출범 당시 김동원 감독이 초대 이사장을 맡은 이후 황철민 감독, 임창재 감독 등 주로 80년~90년대 영화운동에 참여했던 인사들이 대표를 맡아 왔다. 2015년부터는 인디플러그 고영재 대표가 이사장이 돼 한독협을 이끌었다. 백재호 이사장이 한독협을 책임지게 되면서 초기 독립영화 진영을 이끌었던 영화운동 세대들이 2선으로 물러나게 됐다.
 
백재호 신임 이사장은 1982년생으로 2008년 유하 감독 <쌍화점>에서 무사 역할로 출연한 이후 배우로 활동해 왔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독립영화를 준비했고, 2015년 한독협에 가입했다. 2014년 데뷔작인 <그들이 죽었다>가 부산영화제에 초청됐고 <대관람차> <시민 노무현> <붉은 장미의 추억> 등을 연출했다. <최선의 삶> <역할들> <꿈의 제인> 등에서는 프로듀서 등의 역할을 맡아 제작을 담당했다.
 

2022년 이춘연영화인상 첫 수상자로 선정된 백재호 감독 ⓒ 부산영화제 제공

 
특히 프로듀서의 역량을 인정받으면서 지난 2022년 부산영화제 때 1회 이춘연영화인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배우와 감독, 제작자로서 역량을 발휘하면서 독립영화계에서 주목받는 위치에 올라섰고, 결국 한독협에 첫발을 들인지 9년 만에 이사장 자리에 오르게 됐다.
 
"독립영화 현안에 회원들과 적극 소통할 것"
 
다만 안팎의 여건이 녹록하지 않다는 점에서 40대 초반의 이사장이 이끌 한독협의 여정은 험난해 보인다. 특히 윤석열 정권 등장 이후 영화계가 영화예산 삭감 등으로 인해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한독협이 현실적으로 당면한 과제다.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사업 다수가 독립영화 관련 사업이라는 점에서 정부의 예산 삭감은 보수정권에서 되풀이되는 독립영화 죽이기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일부에서는 블랙리스트가 재가동되고 있는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예산이 줄어 축소된 영진위 지원사업 신청 과정이 매우 어렵게 바뀌었다며 불만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터져 나오는 중이다.
 
그럼에도 한독협이 존재감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데, 지난해 9월 지역영화 예산 삭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각 지역 독립영화협회를 중심으로 터져 나올 때 한독협은 약간 비켜 서 있는 모습이었다. 예산 삭감이 예고된 상태에서의 대응도 예전과 비교해 약해졌다는 지적들이 나왔다. 투쟁 의지가 약해졌다는 의미였다.
 
2010년 이명박 정권의 블랙리스트 당시 영진위 앞에서 연일 시위를 벌였던 이송희일 감독은 "요즘 독립영화판은 왜 예전과 달리 기운이 없는지 모르겠다"면서 "적극적인 행동이 필요하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백재호 이사장은 "영진위 지원사업 문제 등은 젊은 독립영화인들이 모르는 사안들이 많기에, 선배들의 적극적인 도움이 필요하다"며 "함께 의논해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한독협 회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독립영화인들 바라는 부분이 있으면 할 수 있는 일과 해야 하는 일을 최대한 해보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2017년 부산영화제가 열린 해운대 영화의 전당 앞에서 박근혜 정권 당시 부산영화제 탄압에 항의 시위를 하고 있는 백재호 감독 ⓒ 성하훈

한독협 백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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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독립영화, 다큐멘터리, 주요 영화제, 정책 등등) 분야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각종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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