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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발사주 검사 징역 1년' 판결, 앞으로가 더 걱정인 이유

[광장에 나온 판결] 손준성 검사에 징역 1년 선고한 1심 판결

등록 2024.02.29 14:05수정 2024.02.29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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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역 1년', 고발사주 사건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손준성 검사에게 선고된 형입니다. 징역형이 선고된 점은 공수처의 첫 성과로서 의미가 크지만, 아쉬움도 큽니다. 법원이 고발장을 전달한 행위 등은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1심 법원은 '검사로서 20년간 성실하게 복무한 점'도 고려해 형량을 정했는데, 이러한 법원의 태도가 타당한지 의문입니다.

이제 남은 것은 공수처의 공소 유지입니다. 하지만 수사권 남용 논란 등 공수처 수사 과정은 순탄치 않았고, 처장·차장의 임기 만료 후 직무대리였던 부장검사도 사직한 상황입니다. '권력자에 대한 독립적 수사·기소'라는 역할을 다 하기 위해 공수처에게 필요한 건 시민들의 지지와 감시가 아닐까요? 김효성(필명) 법학박사가 비평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제27형사부 김옥곤(재판장), 이서윤, 류의준 판사 2024.1.31. 선고 2022고합326

사건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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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발사주' 의혹, 징역 1년 선고 받은 손준성 검사 ‘고발사주' 의혹 사건으로 기소된 손준성 대구고등검찰청 차장검사(전 대검찰청 수사정보담당관)가 1월 31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 받은 후 법정을 나오고 있다. 법정구속 되지는 않았다. ⓒ 공동취재사진

 
이른바 '고발사주' 사건은 2020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손준성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아래 손 검사)이 당시 미래통합당 김웅 국회의원 후보에게 소위 일명 채널A 사건 제보자의 신원 정보가 담긴 캡처 사진, 실명이 담긴 판결문 3건, 범여권 인사를 피고발인으로 하는 고발장(두 차례)을 전송했다는 이유로 공수처에 의해 기소된 건이다. 김웅 의원의 경우에는 공수처법상 기소 대상이 아니라 검찰에 이첩됐고, 결국 증거불충분으로 인해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공수처는 손 검사가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했고(공직선거법 위반), 공무상 비밀을 취급하는 사람으로서 비밀을 누설했으며, 그밖에도 취득한 개인정보와 전자 형사사법정보를 누설했다고 봤다.

이 사건은 사회적 파장이 매우 컸다. 수사기관이 직접 정당 관계자에게 고발을 하도록 고발장을 작성하고, 이를 전달했다는 의혹이 불거졌으며 그래서 '고발사주'라고 불렸다. 여러 차례 기자회견이 있었고, 총선에 영향을 미쳤는지, 실제로 고발이 되어서 수사가 이뤄졌는지에 대한 관심도 이어졌다.

언론에서도 여러 차례 보도가 됐다. 최초 보도는 2021년 9월 2일에 있었다. 최초 보도 후 나흘이 지난 9월 6일에는 손 검사를 포함한 관련자들이 공수처에 고발됐다. 공수처는 다른 사건에서 보여준 모습과는 달리 이 사건에서는 고발이 이뤄진 지 사흘 만인 2월 9일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했고, 바로 다음날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 하였다. 서울중앙지검에서도 공수처와 발을 맞춰 수사를 진행했다. 공수처 차장검사를 팀장으로 하는 전담팀도 꾸려졌다.

공수처는 2022년 5월 4일 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손 검사를 기소했다. 김웅 의원의 혐의는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공수처 수사 대상이 아니라서 검찰로 이첩됐다. 손 검사는 기소가 됐음에도 대검찰청 감찰에서 무혐의를 받았고, 서울고검 송무부장을 거쳐 대구고검 차장검사로 승진했다.

'검찰권 남용'이지만 징역 1년


공수처는 2023년 11월 징역 5년을 구형했다. 2024년 1월 31일 손 검사는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세간의 관심에도 불구하고 형량은 다소 미약했다. 1심 법원은 '고발장 등 텔레그램 메시지를 타인에게 전달한 행위만으로는 공직선거법에서 정한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 이유는 객관적으로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는 객관적인 증거가 없다는 것이었다. 대검이 고발장을 접수했는지, 작성 경위가 어떤지도 밝혀지지 않았다. 결국 손 검사의 혐의 중 공직선거법 위반은 무죄가 선고됐다.

1심 법원은 제보자의 실명이 담긴 판결문 등의 정보를 전달한 행위의 경우 직무상 취득한 수사정보를 누설한 것으로 직무상 비밀누설죄에 해당한다고 봤지만, 정작 고발장을 전달한 행위는 직무상 비밀누설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한편, 개인정보와 형사사법정보를 누설한 행위도 범죄에 해당한다고 봤다.

1심 법원은 이들 범죄에 대하여 법률상으로는 징역 1개월에서 7년까지 선고할 수 있다고 봤으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죄를 기준으로 징역 6개월부터 1년 6개월 사이에서 형량을 산정했다.

징역형을 선고하면서 검사의 권한과 공익의 대표자로서의 역할에 비춰 볼 때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지위를 통해 수집한 정보를, 권한을 남용해 누설했으므로 중형을 선고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심 법원은 제보자의 행적과 전과 사실이 이미 알려져 있다는 점, 검사로서 20년간 성실하게 복무한 점 등을 고려해 행위에 비해 비교적 낮은 형인 징역 1년을 선고했다.

공수처에게 필요한 것은 시민의 힘

1심 법원의 판결은 징역형이 선고됐음에도 아쉬움이 크다. 세상에 미친 파장이나 영향력, 손 검사의 지위에 비해 선고된 형은 적게 느껴진다. 지위가 높고, 권한이 있다면 그 권한에 맞는 의무와 책임이 부여돼야 한다. 그럼에도 1심 법원은 단지 본인의 직무를 수년간 수행했다는 점 등을 형량을 산정함에 있어서 고려하고 있다.

이러한 1심 법원의 태도가 타당한지는 의문이 든다. 자신의 직무를 묵묵히 수행하다가 엇나간 것으로 보는 것은 타당할까. 형법에서는 공무원이 직권을 이용해 범죄를 한 경우에는 0.5배 가중하도록 하고 있다. 형법의 태도는 공무원이 권한을 남용하여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는 더 큰 책임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공수처는 대통령, 국회의원, 검사, 판사, 경찰고위직 등 소위 권력자들을 정치적인 영향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수사하고 기소하기 위해 설립된 기관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 고발사주 사건에 대한 유죄판결은 공수처가 직접 권력자들을 수사하고, 기소하여 첫 성과를 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이제 이 기세를 살려 권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그 권한을 남용하지 않도록 주어진 직무를 묵묵히 해 나가야 한다.

이 사건의 수사가 순탄치는 않았다. 수사 과정에서 공수처의 수사권 남용 등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법률전문가인 피의자가 어떠한 제도를 이용하는지 알려지기도 했다. 압수·수색영장 집행에 있어서 손 검사가 '준항고' 제도를 이용해 그 적법성을 다툰 것이다. '준항고'란 재판이나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처분에 대해 불복을 신청하는 제도인데, 그전까지만 해도 거의 사용되지 않았다. 이 사건에서 손 검사는 공수처의 압수·수색의 적법성을 다투기 위해 이를 이용했다. 공수처가 법률전문가를 상대하기 위해 보다 더 충실한 법적인 검토를 해야 한다는 점을 되새길 수 있었다.

이제 남은 것은 이 사건에 대한 공소를 유지하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공수처가 얼마나 동력이 있는지 의문이 든다. 지난 1월에 처장과 차장의 임기가 만료돼 공수처를 떠났고, 직무대리를 맡고 있던 부장검사마저 사직했다고 한다.

공소제기와 1심 판결만큼 중요한 것은 상소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공소유지인데, 공수처가 어떻게 대응할지 우려된다. 게다가 공수처를 무력화 하기 위한 시도는 공수처장 인선 등 여러 방면에서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어렵게 출범한 공수처가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 시민들의 지지는 물론 잘 하는지 지속적인 감시가 필요한 때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블로그와 인터넷언론 슬로우뉴스에도 중복게재됩니다.
#참여연대 #판결비평 #고발사주 #손준성 #공수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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