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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팅이 안 된다" 배우들이 솔직하게 밝힌 '연기 공백' 이유

초대형 자본 투입, '영화 분야 인력' 중심 제작... TV 중심 중견 배우 활동 영역 축소

24.02.28 14:51최종업데이트24.02.28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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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자신의 개인 유튜브 채널을 통해 캐스팅 어려움을 고백한 한예슬, 이장우 ⓒ 한예슬 is, 장금이장우

 
그야말로 콘텐츠 홍수의 시대다. 유튜브를 비롯한 각종 OTT 서비스들은 신작 시리즈물과 영화들로 시청자들을 유혹하면서 가입, 재생을 유도하고 있다. 기존 지상파와 케이블TV까지 포함하면 매일, 매주 각양각색 신작들이 쏟아지면서 미처 챙겨보지 못할 만큼 예전에 비해 사람들이 체감하는 작품 수는 상당히 늘어난 것처럼 여겨진다.  

​그런데 막상 현업 종사자들인 배우 입장에선 그렇지 못한 모양이다. "작품 하고 싶은데 섭외가 없다. 캐스팅이 안된다"라고 최근 솔직하게 고백하는 유명 스타들이 적지 않게 목격되고 있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만한 인물들인데 왜 작품을 하지 못하는 걸까?라는 궁금증을 가졌던 팬들 입장에선 제법 충격에 가까운 답을 내놓은 것이다.  

​개인 유튜브 채널 운영, 사업 개시, 예능 출연 등으로 나름의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지만 연기에 대한 갈증을 100% 채우지 못하고 있는 그들의 속사정은 드라마 시장 상황이 우리가 알고 있던 것과 달리 녹록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인지도 있는 배우들, 왜 작품 활동 쉬고 있을까?​
 

최근 자신의 개인 유튜브 채널을 통해 캐스팅 어려움을 고백한 이장우, 오윤아 ⓒ 장금이장우, Oh!윤아

 
MBC <나 혼자 산다>와 tvN <장사천재 백사장> 시리즈를 통해 '예능인'으로 맹활약중인 배우 이장우는 현재 요식업 사업을 확장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이름을 내건 유튜브 채널 '장금이장우'도 개설했다. 과거 주말 드라마 속 실장님, 혹은 부잣집 도련님 캐릭터에서 벗어나 푸근하고 친근한 이미지를 시청자들에게 선사하는 등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지만 활동 공백기에 대한 아쉬움을 피력하는 팬들도 적지 않다.  

첫 공개 영상으로 Q&A 형식의 프롤로그를 마련한 이장우는 직설적으로 "드라마 시장이 개X"이다라는 말로 최근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너무 힘들다. 카메라 감독님들 다 놀고 있다. 우리나라 황금기에 있던 자본들 다 어디 갔냐"라고 언급할 정도였다.  

​또 다른 배우 오윤아, 한예슬 등도 역시 비슷한 상황을 자신의 개인 채널에서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작품에서 보고 싶다는 어느 구독자의 댓글을 소개하면서 오윤아는 "지금 작품을 해야 하는데... 요즘 진짜 작품이 없다. 드라마가 반으로 줄어서 이미 찍어놓은 드라마도 편성을 못 잡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아쉬움을 피력했다. 다행히 4월부터 새 예능 고정 MC로 출연하게 되었다면서 이에 대한 고마움을 덧붙이기도 했다. 

드라마 환경의 변화... 몇 배우들의 활동 가뭄 초래​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OTT는 2024년 유명 톱스타 중심으로 각종 시리즈물 및 영화 캐스팅을 완료했다. ⓒ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다양한 활동을 해왔던 배우들인데 왜 작품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것일까? 드라마의 축이 지상파를 벗어나 tvN으로 대표되는 케이블 TV, 그리고 넷플릭스와 티빙, 디즈니플러스 중심의 OTT로 이동하면서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제작 환경의 변화가 캐스팅의 부익부 빈익빈을 야기하고 있다.  

​8부작 내지 10부작 이내로 마무리되는 넷플릭스식 시리즈물이 정착하면서 자주 목격되는 현상은 다름 아닌 영화 쪽 인력의 대거 참여다. 기존 TV 드라마를 찍어왔던 PD들 대신 영화 감독이 연출을 담당하는 작품들이 대거 급등했다. 엔딩크레딧만 보더라도 촬영을 비롯한 각종 기술 파트 또한 영화 중심으로 움직였던 인력과 업체 위주로 꾸려지고 있음을 손쉽게 목격할 수 있다. 이장우가 언급한 "카메라 감독님들 놀고 있다"라는 다소 과격한 표현에는 나름의 이유가 존재한다.  

​이 과정에서 배우들의 캐스팅 역시 변화가 찾아왔다. 수백억원 이상의 제작비가 투입되는 만큼 극장 관객 1000만 명급 작품 속 핵심 배우 위주로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OTT 시리즈물의 캐스팅이 빈번해진 요즘인 것이다. 초대형 자본을 등에 업은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의 2024 신작 목록만 보더라도 이와 같은 분위기를 곧바로 체감할 수 있다.  

중견 배우 및 무명 연기자들의 어려움
 

'놀면 뭐하니?'에 등장한 무명 배우 유일한 (사진 맨위), KBS'살림하는 남자들'에 출연중인 배우 이효정 ⓒ MBC, KBS

 
반대로 과거 주중 방영되던 미니시리즈 혹은 50부작 이상의 주말연속극, 150회 이상 일일극 등 TV 위주 중견 배우들은 좀처럼 모습을 보기 어려워졌다. 젊은 구독자 취향의 작품 증가는 자연스럽게 해당 배우들의 캐스팅 우선 순위를 낮추는 요소로 작용한다. 오윤아의 언급처럼 때론 찍어둔 작품의 편성이 밀리면서 자연스럽게 출연 기회가 예전 대비 줄어드는 데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확실한 대표작이나 인지도를 지닌 배우들의 사정이 이러하다보니 오디션을 거쳐 캐스팅 관문을 뚫어야 하는 신인급 내지 무명 배우들은 더욱 쉽지 않은 상황을 맞이하기도 한다. 몇 주 전  MBC <놀면 뭐하니?> 배우 김석훈 출연분에선 생계를 위해 남대문 시장에서 커피 배달 알바를 하는 유일한 등 무명 배우들이 잠시 소개되는가 하면 아이돌 출신 모 신인 배우는 여건이 여의치 않다보니 아프리카TV 채널 개설 등 다른 활동을 병행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그래도 나름의 돌파구를 찾으려는 이들 또한 적지 않게 존재한다. 28일 KBS <살림하는 남자들>에 출연하는 배우 이효정은 연기 공백을 극복하고자 아들이자 후배 배우 이유진의 도움을 받아 새로 프로필 사진도 촬영하는 등 복귀를 위한 노력을 보여준다. 누군가에겐 기회의 시기인 동시에 또 다른 이에겐 위기의 시대가 된 것이 2024년 드라마 시장이다. 
덧붙이는 글 김상화 칼럼니스트의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배우 드라마 캐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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