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의 경계를 넘어 지식의 융합으로

세상의 이해를 위한 물리학자 김상욱의 시선 <하늘과 바람과 별과 인간>

등록 2024.02.13 17:07수정 2024.02.14 08:18
1
원고료로 응원
스티븐 호킹은 1988년에 <시간의 역사>를 쓸 때, "과학에 대한 지식이 없는 사람들이 이해할 만한 형태로 설명"한다고 했다. 특히 책의 대중화를 위해 "이 책에서 방정식을 전혀 쓰지 않기로 결심했다"고도 했다. 예외적으로 아인슈타인의 E=mc2은 어쩔 수 없었다는 사실도 고백했다('감사의 말', 13쪽). 교양과학서적의 기본 스탠스다.

물리학자 김상욱 교수의 신간 <하늘과 바람과 별과 인간>은 세상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한 저자의 지적 노력인 동시에 대중을 상대로 한 교양과학서적이다. 교양과학서적은 주로 인문사회계열 전공자들을 주요 타깃으로 한다.


저자가 이 책을 쓰게 된 취지다. "세상을 이해하려면 물리학을 넘어 다양한 학문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과학의 영역도 이럴진대 인문학은 말할 것도 없다. …… 세상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물리학의 경계를 넘어서야 한다." 그리고 "세상 모든 것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을 위한 지도책"이라고 했다.(8쪽) 저자는 호킹이 그랬듯이 딱 한 번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 중력장 방정식을 소개했다.(179쪽)

경계를 넘은 선각자들
 
a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이해하고자 했던 한 물리학자의 아름다운 노력 ⓒ 바다출판사

 
세상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물리학의 경계를 넘어서야 한다고 했다. 아이폰을 개발한 잡스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늘 우리는 과학기술과 인문학의 교차점에 위치해 있었다. 우리가 아이패드와 같은 창조적인 제품들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이 두 가지 요소들의 결합 덕분이었다(이남훈 지음, <CEO 스티브 잡스가 인문학자 스티브 잡스를 말하다>, 44쪽).

잡스가 그랬다면 인문학자들은 반대로 인문학의 경계를 넘어서 과학기술과 결합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창의성이 고도화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스티브 잡스가 이런 말들을 한 이후 대한민국에는 인문학 열풍이 불었다.

저자의 말이다. "온전한 '이해'는 한 사람의 뇌에서만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13쪽) 융합은 학제간 공동연구가 아니라 한 사람의 작업이란 얘기다. 제레드 다이아몬드도 <총, 균, 쇠>에서 똑같은 얘기를 했다. "그러므로 비록 어려움이 따르더라도 저자는 단 한 명이어야 한다"(김진준 옮김, 36쪽).

<하늘과 바람과 별과 인간>은 원자의 이야기(물리학)로 시작해서, 원자들의 결합으로 분자가 되고 물질이 되는 화학, 그것이 '창발'에 의해 생명이 되는 이야기, 마지막으로 인간에 대한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저자는 이 책에서 '세상은 원자로 되어 있다'는 말을 수없이 반복한다.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다.


이 말은 영화 <오펜하이머>에서도 나오는 물리학자 파인만이 한 말이다. 파인만은 "양자역학을 이해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는 말도 했다. 양자역학의 최고권위자도 모른단 말인가? 그렇다는 의미다. 포인트는 '이해'라는 말에 있다. 양자도약이니 중첩이니 하는 양자의 세계는 그렇게 알고 있을 뿐 이해의 대상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래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인간>에서 양자역학은 최소한으로 언급했다. 

지구에 생명체가 존재하고, 예외 없이 원자로 이루어진 우리 인간이 한 세상을 산다는 것은 기적이고 축복이다. 적당한 크기의 태양이 적당한 거리에서 빛 에너지를 공급해줌으로써 지구의 뭍 생명이 건강한 생태계를 이루며 살아간다는 것은 정말이지 기적이다. 더구나 지구 외핵에서는 액체 상태의 철이 빙글빙글 돌며 자기장을 만들어줌으로써 태양에서 오는 유해한 우주선을 막아준다. 그 덕에 오로라를 감상할 수 있는 보너스까지 준다.

지구가 태양을 좇아서 한 바퀴 도는 데 2억 2500만 년이 걸리는 우리 은하에는 물경 1000억 개의 별이 있고, 그만한 규모의 은하가 우주에는 1000억 개나 있는 중에 우리는 살고 있다. 우리 인류는 이런 기적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나뿐인 지구를 지키며 화평하게 살고 있는가? 불행하게도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지식(과학)이 힘이다

대한민국 정부는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2018년(19조 7천억) 이후 2023년(31조 1천억)까지 매년 증가해오던 것을 26조 5천억 원으로 2023년 대비 4조 6천억 원이 삭감되었다.

사실상 진행 중인 장기 연구를 포기하고 신규 과제로 갈아타라는 것이라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를 두고 이권 카르텔을 언급했다. 그래놓고 과학 대통령으로 기억되기를 바란다고 했다(중앙일보 1월 29일자). 과학입국의 앞날이 위기를 맞고 있는 중이다.

외국에는 과학자 출신의 정치 지도자들이 적지 않다. 물리학 박사인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16년 동안 역임하면서 독일 경제를 반석 위에 올려놓았다. 지금 루소포비아의 숄츠 총리는 메르켈이 이루어놓은 경제를 소진시키고 있는 중이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인간>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인문학을 전공한 개인으로서도 그렇고 특히 정치 지도자들에게 교양 수준의 과학 지식의 습득이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과학 지식에 무지한 상태에서는 인간과 세상에 대한 사유가 반쪽일 수밖에 없으며, 문과 출신들이 장악하고 있는 국가의 현재 및 미래의 설계도 불안할 수밖에 없다.

인류는 언어를 사용하면서 신과 같은 상상의 존재와 추상적 개념을 만들어 관념적 사유를 넓혀왔지만, 근대 이후 과학의 발견으로 이제 인간은 자신이 만든 상상의 굴레를 벗어나 실재(진실)를 보기 시작했다(379쪽). 원자에서 인간까지, 전공영역의 경계를 넘어 과학의 지식으로 무장할 때라야 개인도 국가도 건강해질 수 있는 법이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인간 - 원자에서 인간까지

김상욱 (지은이),
바다출판사, 2023


#김상욱 #원자 #생명 #인간 #교양과학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한국언론정보학회 회장, 한일장신대 교수, 전북민언련 공동대표, 민언련 공동대표, 방송콘텐츠진흥재단 이사장 등 역임, 리영희기념사업회 운영위원. 리버럴아츠 미디어연구회 회장, MBC 저널리즘스쿨 강사, 한국미디어리터러시스쿨 강사

AD

AD

AD

인기기사

  1. 1 샌디에이고에 부는 'K-아줌마' 돌풍, 심상치 않네
  2. 2 황석영 작가 "윤 대통령, 차라리 빨리 하야해야"
  3. 3 경찰서에서 고3 아들에 보낸 우편물의 전말
  4. 4 '25만원 지원' 효과? 이 나라에서 이미 효과가 검증되었다
  5. 5 "윤 대통령, 류희림 해촉하고 영수회담 때 언론탄압 사과해야"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