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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기사에 악플이 달렸을 때 떠오른 말

글쓰기에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등록 2024.02.13 16:10수정 2024.02.13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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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대학교의 우수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기자들이 물었다. 
"어떤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까?"
가장 많은 대답은 놀랍게도 '돈을 잘 버는 사람'도 '유명한 사람'도 아닌 '지금보다 글을 좀 더 잘 쓰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였다. 
- <이젠 세계인으로 키워라> 중에

이 책이 2006년에 발간되었으니 무려 약 17년 전에 이미 글쓰기가 중요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은 글쓰기가 더욱 중요한 세상이 되었고 글쓰기를 돈이나 부와 연결하는 필수 기술로 인식하면서 글쓰기 열풍에 더욱 불을 지피고 있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를 꿈꾸고 도전하는 사람들도 자신의 글을 세상에 조금 더 알리고 그로 인해 얻어지는 부수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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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쓴 글을 어딘가에 공개할 때 누구나 두렵다 ⓒ Lasco.ai / 이지아

 

<오마이뉴스>에 처음 도전한 기사가 운이 좋고, 감사하게도 '오름(오마이뉴스 홈페이지 탑)'에 올랐다(관련기사 : <성적을 부탁해 티처스>가 끝나서 다행입니다 https://omn.kr/27ceu). 개인 블로그에 쓴 글과는 달리 천 단위가 금세 넘어가는 조회수를 보면서 신기함과 기쁨을 느낀 것도 잠시, 겨우 두 개의 댓글에도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일기니 뭐니. 이런 엄마가 제일 별로라니' 이런 내용을 보면서 강력하게 항의하는 대댓글을 달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당신들이 뭘 안다고...!' 그러다 다행히 곧 마음의 평안을 되찾았다. 나의 글쓰기 수업을 듣는 글동무들에게 내가 해주는 말, '독자는 작가를 오해할 권리가 있습니다'라는 말이 퍼뜩 떠올라서다. 

20년이 넘게 글을 쓰는 직업으로 살았다. 본업은 방송작가이고 몇 년 사이 두 권의 책을 낸 저자이며, 부업으로 글쓰기와 책쓰기를 가르치는 일을 한다. 그러면서 깨달았다. 많은 사람들이 오로지 자신의 입장과 시선으로만 글을 쓴다는 것을. 글을 잘 쓰고 싶다면, 먼저 거기에서부터 탈피해야 한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글은 그 속성상, 혼자 쓰고 혼자 읽는다. 말은 듣는 사람의 반응을 살피면서 즉흥적으로 수정해 갈 수 있지만 혼자 쓰는 글은 내 글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웬만해서는 파악하기 힘들다. 그렇게 공개한 글은 독자 입장에서는 잘 이해가 안 가는 경우도 있고, 'TMI'인 내용이 많아서 굉장한 인내심을 발휘해야만 끝까지 읽을 수 있는 글도 있다. 

특히 글쓰기 초심자의 경우, 구성의 중요성을 몰라서 의식의 흐름대로 이 얘기 저 얘기 하다 샛길로 빠져나가곤 한다. 그 샛길만 없어도 주제가 명확해지는데, '샛길'로 빠지는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가 '두려움'이다.

자신의 글을 막상 공개한다고 생각했을 때 '내가 어떤 사람으로 보일까'에 대해 누구나 두려워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글이 장황해진다. 잘 보이고 싶고, 자랑하고 싶은 마음에, 내가 그런 사람은 아니라고 얘기하고 싶은 마음에 자꾸 변명을 늘어놓아서 주제를 흐린다.

아이를 양육하는 어려움에 대해서 글을 쓴다고 하자. 너무 힘들어서 어쩔 수 없이 아이에게 한 번 체벌을 한 일이 있다. 그 일로 크게 반성하고 깨달았기에 빠질 수 없는 에피소드인데, 갑자기 걱정되는 것이다. '이 글이 공개되면 사람들이 날 보고 뭐라고 할까. 날 나쁜 엄마라고 욕하면 어떡하지?' 하는 노파심에 주제와는 상관없이 '내가 아이에게 얼마나 잘하는 엄마'인지를 글로 쓰고 있는 것이다. 

그 마음을 나라고 왜 모를까. 20년이 넘게 '평가 당하는 글'을 쓰고 살아온 사람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누군가의 평가나 댓글은 무섭고, 이왕이면 좋은 평가만 받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평가 앞에서 유독 긴장하고 신경 쓰는 나에게 스스로에게 해줬던 말이었다. 

'독자는 작가를 오해할 권리가 있다.' 

내가 어떤 사람으로 보일지에 집중해서 욕심과 변명을 쓰기보다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를 명확히 전달했는지에 더 중점을 두기로 했다. 아무리 글을 잘 쓴다고 해도 내 생각과 상황을 온전히 표현할 수 없다는 글의 한계를 인정하기로 했다.

내가 글을 써서 나의 의견을 말하는 것처럼 독자도 댓글로 자신의 의견을 쓰는 것을 당연히 여기기로 했다. 그렇게 조금씩 단련해 가는 중이다(<오마이뉴스>가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나는 여전히 많은 사람이 글을 쓰길 바란다. 특히 공개적인 글쓰기를 권한다. 글은, 쓴다는 행위 자체만으로도 힘든 인생을 사는 데 많은 도움이 되지만, 그런 치유의 효과를 넘어 글을 '잘' 쓰고 싶다면 반드시 공개해야 한다.

그래야만 내 글이 어떻게 읽히는지, 그 과정에서 내 설명이 어떻게 부족했는지 독자의 반응을 보고 깨달으면서 조금씩 수정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나의 시선, 나의 입장에만 갇힌 글이 아니라 읽는 사람이 이해할 수 있도록 명확하게 쓸 수 있게 된다. 

물론 아무리 글을 잘 써도 누군가는 나를 오해할 것이다. 그래도 괜찮다. 세상 사람들의 생각은 모두 다르고, 내가 살아온 삶은 내가 가장 잘 아니까. 

그러니 용기를 가져보길 바란다. 떨리고 두려운 것도 잠깐이다. 세상 사람들은 생각보다 내 글에 관심이 없다는 웃픈 현실도 알게 되면서 조금 더 용기가 생기고, 그 용기만큼 글쓰기 실력은 일취월장할 것이다. 

글을 참 읽지 않는 세상이다. 누가 내 글을 읽고 댓글을 달아줬다면 그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다. 나 역시 악플이라 여겼던 그 댓글 덕분에 이렇게 또 하나의 글을 쓰고 있지 않은가. 이 글에 담길 댓글도 소중히 받아들여야지. 오늘도 이렇게 글쓰기라는 험한 길을 간다.
덧붙이는 글 해당 기사는 개인의 블로그에도 게재될 예정입니다.
#글쓰기 #글잘쓰기 #오마이뉴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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