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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동원 피해자 외면했던 '김양호 판결'... 2심 "문제 있다"

서울고법, '대법원 판례와 배치' 1심 판결 파기환송... 피해자 유족들 "재판부에 감사"

등록 2024.02.01 17:53수정 2024.02.01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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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해방되지 않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 미쓰비시 중공업과 스미세끼 주식회사 등 일본 전범기업과 관련,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과 유족들이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두 전범기업에 대한 임금 소송 2심 선고 뒤 기자회견에서 파기 환송에 대한 입장을 밝힌 뒤 서울고법 앞으로 이동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이정민


"1심 판결에 문제가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환송한다."

1일 서울고등법원 민사합의33부(구회근·황성미·허익수 부장판사)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송아무개씨 등 20여 명이 일본 전범기업 스미세키 마테리아루즈, 홋카이도탄광기선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선고기일에 내놓은 판결 주문이다. 1심 판결이 잘못됐으니, 다시 판단하라는 뜻이다. 

2021년 6월 당시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34부(재판장 김양호 부장판사)는 '한일 청구권 협정에 따라 피해자들의 배상 청구권이 제한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소송을 낼 권한이 없어 부적법하다는 각하 결정을 내렸다.

문제는 이 같은 1심 판단은 2018년 10월 30일 이춘식씨 등 강제동원 피해자 4명이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하고 1인당 1억 원씩 지급하라고 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결론과 배치된다는 것이었다.

당시 1심 재판장인 김양호 부장판사는 선고 과정에서 "대한민국이 한일협정으로 얻은 외화는 이른바 한강의 기적이라고 평가되는 세계 경제사에 기록되는 눈부신 경제 성장에 큰 기여를 했다"라고 언급해 더욱 논란이 됐다. 이는 식민사관을 가진 뉴라이트 계열 학자들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은 논리다. 

"재판부 결론 존중... 굉장히 감사하다"

선고 후 법정 밖에서 기자들을 만난 장덕환 대일민간청구권소송단 대표는 "1심에서 재판부의 부실 재판으로 모두 각하를 당했는데 3년 정도 항소심을 이어오다 오늘 파기환송 결과가 나왔다. 재판부의 결론을 존중하며 굉장히 감사하다"라고 심경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장 대표는 "피해자들이 돌아가시기 전에 구술 채록을 현재 20분씩 지금 남기고 있지만 솔직히 대화를 하다 보면 대화가 안 된다. 나이가 많고 아파서 기억력도 떨어져서"라고 말하며 "정부가 하는 일을 민간단체가 하고 있다. 굉장히 어려움이 큰데 정부가 이런 데 좀 협조를 해줬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피해자들의 법률대리인 강길 변호사도 "청구권의 정당성에 관한 실질적 내용을 판단하도록 환송한 것으로 정당한 판결"이라면서 "1심인 서울중앙법원에서 실체적인 판단을 하기 위해 속행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항소심의 파기환송에 따라, 1심 법원인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다시 판단이 이뤄질 예정이다.

"우리는 아직도 해방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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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해방되지 않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 미쓰비시 중공업과 스미세끼 주식회사 등 일본 전범기업과 관련,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과 유족들이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두 전범기업에 대한 임금 소송 2심 선고 뒤 기자회견에서 파기 환송에 대한 입장을 표하고 있다. ⓒ 이정민

 
이날 서울고법 민사합의33부는 김아무개씨 등 또 다른 강제동원 피해자와 유족 60여 명이 미쓰비시중공업을 비롯한 일본 기업 3곳을 상대로 낸 다른 소송의 항소심에서는 원고와 피고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며 다른 결론을 내렸다.

2013년 처음 제기된 이 소송은 피해자와 유족이 일제 시절 일본 군함도 등에 끌려가 강제노역을 당했다며 낸 소송이다. 1심 재판부는 '김아무개씨 등 1인을 제외한 다른 피해자들은 소송 위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청구를 각하하거나, '미쓰비시가 강제노역을 시켰다는 사실이 제대로 증명되지 않았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미쓰비시중공업의 김아무개씨에 대한 1000만 원 배상 책임만 인정했다. 

강길 변호사는 "입증 책임을 지는 피해자들이 입증을 할 수 없기 때문에 패소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피해자 측에서 증거 제출을 하지 않는다면 (재판부가) 소송법상 인정된 입증 책임의 전환이나 증거 제출 의무 등에 관한 적극적인 소송지휘권 행사를 구하면 되는데 재판부는 강제성이 없는 근무사실 확인 정도만 요구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 사건의 본질적인 문제가 강제 노역 자체는 재판부도 인정하고 있다. 다만 강제 노역자들이 어느 회사에서 근무를 했는지 여부는 일본 회사나 정부의 자료들이 대부분 있다. 그 자료를 우리가 열어볼 수가 없다. 일본 정부가 협조를 안하기 때문이다. 일본 증거가 일본에 편제가 있어서 저희가 입증을 할 수가 없다."

선고 후 유족들은 '우리는 아직도 해방되지 않았다'라고 새겨진 현수막을 들고 법원을 빠져나갔다.

한편, 최근 대법원은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계속해 피해자 승소로 판결을 내리고 있다. 지난달 25일 대법원은 강제동원 피해자들과 유족이 후지코시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3건의 상고심에서 원심의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각각 확정했다. 2013년 첫 소송 제기 후 11년 만이다.  

[관련 기사]
- [2021년 6월 7일 서울중앙지법 1심 판결] "강제징용 손배소 각하, 대법 판결과 정반대... 말문 막히고 황당" https://omn.kr/1trc4
- [2024년 1월 25일 대법 판결] "이복실, 이자순, 최희순..." 강제동원 할머니가 울먹이며 부른 이름 https://omn.kr/277c0
#강제동원 #2심 #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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