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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107억 잭팟' 고영표, 편견 이긴 잠수함 에이스

[KBO리그] 25일 kt와 5년 총액 107억 원에 구단 최초 '비FA 다년계약' 체결

24.01.26 09:11최종업데이트24.01.26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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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가 전성기를 보내고 있는 토종 에이스를 2028년까지 붙잡는 데 성공했다.

kt 위즈 구단은 25일 보도자료를 통해 팀의 토종 에이스 고영표와 계약기간 5년, 총액 107억 원(보장액 95억+옵션12억)의 조건에 비FA 다년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고영표는 계약 후 "좋은 조건으로 계약을 해주신 구단에 감사하다"며 "kt 창단 맴버로 오랜 기간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어서 정말 기쁘다. 앞으로도 팀이 우승으로 팬들에게 즐거움을 드릴 수 있도록 책임감을 가지고 마운드에 오르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2014년 신인 드래프트 2차 1라운드(전체 10순위)로 kt에 입단한 고영표는 군복무기간 2년을 제외하고 7시즌 동안 통산 231경기에 등판해 55승 50패 7홀드 평균자책점 3.97의 성적을 기록했다. 특히 최근 3년 동안에는 3년 연속 160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36승을 챙겼고 63회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는 등 리그를 대표하는 잠수함 선발투수로 맹활약했다. kt는 고영표의 계약기간 동안 창단 두 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한다.
 

kt의 창단멤버였던 고영표는 이번 계약으로 오는 2028년까지 kt 유니폼을 입고 활약하게 됐다. ⓒ kt 위즈

 
최근 3년 QS만 63회, 리그 최고의 토종선발

사실 2000년대 중반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KBO리그는 '잠수함 투수=불펜투수'라는 공식이 강했다. 실제로 2003년 삼성 라이온즈에서 13승을 따낸 임창용과 2005년 SK와이번스에서 12승을 거둔 신승현을 끝으로 한동안 선발투수로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잠수함 투수는 나타나지 않았다. 2011년 LG 트윈스에서 13승을 따낸 박현준이 있었지만 박현준은 2012년 승부조작사건에 연루되면서 일찍 마운드를 떠났다.

지금은 리그 최고의 잠수함 선발로 활약하고 있는 고영표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동국대 시절 대학야구 최고의 잠수함 투수로 불리며 화려하게 프로의 문을 두드렸던 고영표는 프로 데뷔 후 2016년까지 1군에서 99경기에 등판하고도 한 번도 선발 기회를 얻지 못했다. 그렇게 평범한 잠수함 불펜투수로 시간을 보낸 고영표는 2016 시즌이 끝나고 현역시절 잠수함 선발로 활약했던 김진욱 감독이 부임하면서 선발 도전 기회를 얻었다.

2017년 kt의 5선발로 시즌을 시작한 고영표는 141.2이닝을 소화하며 8승 12패 5.08로 선발투수로서 가능성을 보였고 2018년에도 풀타임 선발로 활약하며 6승 9패 5.13의 성적을 기록했다. 그렇게 프로에서 5년을 보낸 고영표는 2018 시즌이 끝난 후 사회복무요원으로 입대했고 군복무를 마친 후 더욱 견고한 선발투수로 성장했다. 고영표는 2021년 26경기에 등판해 11승 6패 1홀드 2.92의 좋은 성적으로 kt의 첫 한국시리즈 우승에 크게 기여했다.

고영표는 2022년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와 윌리엄 쿠에바스 등 kt의 우승을 이끌었던 외국인 선수들이 부진과 부상에 시달리는 동안에도 182.1이닝을 책임지며 13승 8패 3.26이라는 뛰어난 성적을 올렸다. 어느덧 kt뿐 아니라 리그를 대표하는 최고의 선발투수 중 한 명으로 자리잡은 고영표는 2023년 시즌에도 12승 7패 2.78의 뛰어난 성적으로 kt를 한국시리즈 준우승으로 견인하는 눈부신 활약을 선보였다.

2023년까지 1군 무대에서 7년을 보낸 고영표는 2024 시즌이 끝나면 생애 첫 FA자격을 얻는다. 현재 고영표가 kt의 선발진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과 전성기 구간에 돌압한 실력, 그리고 창단멤버로 입단해 힘든 시절부터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팀의 희로애락을 함께 했던 상징성을 고려하면 절대 놓칠 수 없는 투수임에 분명했다. kt가 올해 만 32세 시즌을 맞는 베테랑 투수 고영표에게 5년 총액 107억 원이라는 '잭팟'을 안겨준 이유다.

비FA다년계약 선수들의 부진, 고영표는 어떨까

사실 KBO리그에서는 팀의 핵심선수가 FA자격을 얻기 전에 다년계약으로 묶어 두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실제로 SSG랜더스의 김광현(4년 총액 151억)과 롯데 자이언츠의 박세웅(5년 총액 90억), 삼성 라이온즈의 구자욱(5년 총액 120억) 등 각 구단을 대표하는 스타 선수들은 소속팀과 비FA다년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비FA다년계약을 체결한 선수들, 그중에서도 투수들은 계약 후 구단과 팬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선수가 KBO리그 최초의 비FA다년계약 선수인 SSG의 박종훈이다. 팔꿈치 수술 후 재활 중이던 2021년 12월 5년 총액 65억 원에 비FA다년계약을 체결한 박종훈은 2022년 3승 5패 6.00에 이어 2023년에도 18경기에서 2승 6패 6.19로 부진하며 선발투수로 제 몫을 해주지 못했다. 올 시즌 부활을 위해 1월 중순부터 추신수, 하재훈 등과 미국에서 개인훈련에 돌입한 박종훈은 오는 30일 플로리다에서 열리는 SSG의 스프링캠프에 합류할 예정이다.

비FA다년계약 후 실망스런 활약을 하고 있는 것은 박종훈과 같은 날 5년 총액 55억 원에 장기 계약을 맺었던 우완 문승원도 마찬가지. 박종훈과 비슷한 시기에 팔꿈치 수술을 받으며 재활 중이던 문승원은 장기계약 체결 후 2022년 7월 마운드에 복귀해 불펜투수로 활약하며 1승 1패 3세이브 3홀드 5.11의 성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문승원은 선발복귀를 노렸던 올 시즌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5승 8패 1세이브 9홀드 5.23에 그치며 반등에 실패했다.

NC다이노스는 2022년 12월 2020년 한국시리즈 우승의 주역이자 건강만 보장된다면 리그 최고의 좌완으로 활약할 수 있는 젊은 에이스 구창모와 7년 총액 132억 원의 비FA다년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구창모는 계약 첫해부터 우려했던 '건강'에서 문제가 발생했고 11경기에서 1승 3패 2.96을 기록한 후 시즌을 마감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출전이 끝내 무산된 구창모는 2023년 12월 병역의무를 마치기 위해 상무에 입대했다.

부상 재활 중 비FA다년계약을 체결한 박종훈과 문승원은 복귀 후 과거의 기량을 회복하지 못했고 구창모는 장기계약 후 또 다른 부상을 당하면서 팬들을 실망시켰다. 따라서 고영표 역시 계약기간 동안 가장 중요한 것은 부상 없이 '건강하게' 선발 마운드를 지키는 것이다. 최근 3년 동안 60번이 넘는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며 리그 최고의 토종 선발로 활약한 고영표가 만 36세 시즌까지 선발투수로서 건강을 유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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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KT위즈 고영표 5년107억원 비FA다년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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