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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혐중 현상... 중국에 대한 객관적 이해 중요해"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심용환 역사N교육연구소 소장

등록 2024.01.15 10:35수정 2024.01.15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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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발한 방송 활동 하는 심용환 역사N교육연구소 소장이 최근 <단박에 중국사>를 출간했다. 심용환 표 세계사 시리즈의 첫 책인 <단박에 중국사>는 황허 문명부터 현재 중화인민공화국까지 일어난 역사적 사건을 10가지 키워드로 짚었다.

최근 우리나라엔 반중 혹은 혐중 정서가 팽배하다. 중국사 관련 책 출간에 고민이 없었을까? 이에 대한 답변과 함께 중국사에 대한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에서 심용환 역사N교육연구소 소장과 만났다. 다음은 심 소장과 나눈 일문일답 정리한 것이다.

"혐중 현상을 해소하고 중국에 대한 객관적 담론 만들어보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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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용환 역사N교육연구소 소장 ⓒ 이영광

 
- 지난 연말에 <단박에 중국사> 책을 출간하셨잖아요. '단박에' 시리즈는 <단박에 조선사> 이후 5년만인데 출간 소회가 어떠세요?

"제일 처음에 했었던 건 <단박에 한국사>였는데요. 국정교과서 사태 때 일자리를 잃고 할 일이 없을 때 팟캐스트를 하면서 썼던 책이었는데, 5년 만에 중국사가 나왔으니 뿌듯하죠. 얄팍한 역사책이 뜨는 시대잖아요. 아니면 미디어 셀러(미디어 노출 이후 흥행해 베스트셀러가 된 도서)가 뜨고. 이런 현상은 전반적으로 역사 공부를 비롯해서 지식의 수준을 낮추는 효과가 크거든요. 사실 제가 '365' 열풍의 주역이었기 때문에 얄팍한 형태의 출판 제안이 많이 들어왔어요. 근데 다 거절하고 오랫동안 준비해서 <단박에 중국사>로 돌아왔죠."

- <단박에 중국사>는 세계사 시리즈 첫 책으로 알거든요. 왜 중국사를 첫 책으로 선택하셨어요?

"한국사 연구자면 중국사에 도달할 수밖에 없어요. 제가 정약용의 <흠흠신서>라는 책을 읽다가 정말 충격 받았어요. 우리는 정약용 하면 정약용의 마지막 유언 같은 소프트한 글을 많이 접하는데 정약용은 조선시대 사람이잖아요. 정약용의 논법을 보면 '중국의 고서에서는 이 이슈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하고 중국의 송나라 명나라와 같은 유교 왕조에서는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우리나라에선 고려 조선 때 이렇게 이야기하고, 내 동료들이 이렇게 이야기하는데 내 생각은 이렇다'라고 써요.

불과 200년 전만 하더라도 한반도에 살았던 우리들은 중국의 문명을 우리 거로 여기면서 우리만의 독창적인 걸 발전시키려고 수천 년간 노력해 온 거죠. 그러니 한국사를 공부하다 보면 결국 부딪히는 게 중국이에요. 그러니 중국 문명에 관심을 갖게 된 게 첫 번째고요. 또 하나는 반중 감정의 실체가 궁금해서입니다. 우리가 어릴 때만 해도 '빨갱이, 종북 좌빨' 이랬는데 지금 그 얘기를 해도 별로 안 먹히는 것 같아요. 오히려 반중 혐중이 되게 심각하잖아요. 왜 이런 혐중 현상이 일어나는지, 그리고 중국에 대한 객관적 이해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혐중 현상을 해소하고 동북 중국에 대한 객관적 담론을 만들어보고 싶기도 했어요."


- 왜 우리나라에 반중 정서가 있을까요?

"저는 '종북 좌파' 프레임의 변형 판이라고 생각해요. 좌파 논리가 안 먹히니까요. 특히 최근에는 보수가 아니라 극우가 상황을 주도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극우 진영에서 종북 좌파 담론을 강화시키기 위해서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을 끌어들였다고 생각해요."

- 반중 또는 혐중 정서가 있으니, 책 출간이 고민되진 않았나요? 

"그런 두려움도 있었는데 문제가 있으면 뛰어들죠. 문제가 있다는 걸 알고 시장적으로 접근하면 책을 안 내는 게 맞을 수도 있어요. 근데 반대로 문제가 있으니까 이야기를 만들어내면 우리 안에 더 좋은 해답을 모색할 수 있잖아요. 한국 사람들이 욕하면서도 관심 많은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이걸 외면할 수 없는 게 반중 감정이 단순한 것이 아니라 반중을 이야기하면서 친일을 또 이야기해요. '조선까 현상' 알아요? 조선을 깐다는 뜻인데 이유가 식민지를 미화하기 위해서죠. 그러면서 마치 '반중이 맞고 친일이 맞다'는 식으로 프레임을 바꾼 거죠. 우리가 해방된 다음에 반공이라는 논리로 친일이라는 논리를 덮으려고 했잖아요. 저는 지금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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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박에 중국사> 책 표지 ⓒ 북플랫

 
- 중국도 우리만큼 역사가 오래된 나라여서 책 한 권에 중국사를 다 담는 건 불가능하잖아요. 10개 챕터로 구성했는데 기준이 있었을까요?

"맞아요. 제가 중국사에 대한 모든 얘기를 담았다고 볼 수는 없는데 역사의 맥이라는 게 있죠. 그 맥 위주로 담았고 중국 역사에 중요한 포인트들이 많잖아요. 그중에 일단 춘추전국 시대 이야기를 자세하게 하고 싶었어요."

- 왜요?

"춘추전국 시대라는 게 혼란기인데 역동적으로 성장하던 기간이었고 정치적으로 보면 혼란기가 진시황이라는 황제 지배 체제로 귀결되거든요. 그리고 그때부터 중국은 지금까지도 황제 지배 체제적인 리더십이 유지가 되는 거죠. 물론 중국의 국부 쑨원은 황제 지배 체제를 타도하는 게 중국의 미래라고 이야기했지만 잘 아시다시피 타이완도 그렇고 현재 중앙인민공화국도 그렇고 적어도 그 리더십적인 측면에서 여전하거든요.

덩샤오핑이 이런 얘기를 했어요. '중국은 당이 운영한다. 과거에는 당과 마오쩌둥 동지가 국가를 운영했고 이젠 당과 내가 그 역할을 한다'고요. 그리고 지금은 시진핑 중심의 지도 체제를 운영하는 거죠. 독자적인 황제 지배 체제를 이해하지 못하면 너무나 쉽게 독재 체제 정도로 이해할 수 밖에 없어요. 또 하나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공자 맹자, 노자 장자 그리고 법가 묵가 같은 인류의 지적 혁명분이 등장하니까요."

- 중국사에서 제자백가 시대가 중요한 거죠?

"제자백가는 중국 역사에서만 중요한 게 아니라 세계 인류 지성사의 사건이죠. 왜냐면 비슷한 시기 때 인도에서는 불교가 등장했고 조금 늦지만, 그리스에서는 철학이 등장했잖아요. 근데 인도의 불교라는 건 정신적이고 철학적 특징을 가졌고 그리스 철학이라는 건 논리적이고 추상적이라는 특징을 지닌다면 제자백가의 핵심은 경세 사상이죠. 세상을 어떻게 더 좋은 세상으로 바꾸냐예요.

또 하나는 수양론이에요. 나(我)라는 존재를 얼마나 훌륭한 존재로 만드느냐예요. 이러한 생각들이 지난 수천 년간 중국을 지배했고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잖아요. 조선만이 아니라 고려도 유교 국가였고 심지어 통일신라 같은 경우도 태종 무열왕이 유교를 진흥하기 위해 노력 많이 하거든요. 제자백가 통해서 중국 지성사의 원천을 자세히 얘기 해보고 싶었죠."

- 중국사 하면 <삼국지>를 빼놓을 수 없잖아요.

"그게 문제라는 거예요. <삼국지> 밖에 모르잖아요. 근데 <삼국지>는 한나라가 망하고 50년간 있었던 작은 사건이죠. 제가 '유비 조조 손권 중에 누가 통일했어'라고 물어봐요. 그러면 '유비 아니야', '조조 아니야'라고 하죠. 근데 결국은 통일한 사람이 없잖아요. 오히려 5호16국 시대로 가면서 중국 혼란기로 빠져들었죠. 사실 <삼국지>라는 건 80년대 우리 선배 세대들이 재미있게 읽던 모략서 같은 소설이고 중국 역사와 거리가 멀거든요. 왜냐면 그 기간이 50년밖에 안 되는데 중국 역사는 수천 년이거든요. 

예를 들면 중국의 한무제 들어보셨을 거예요. 그 전에 한문제와 한경제가 있었거든요. 한문제와 한경제는 최대한 근검절약하면서 백성을 편안하게 해주고 국가 권력으로 개입 잘 안 하고 이러면서 태평성대를 열었단 말이에요. 근데 태평성대를 열었더니 그걸 악용해서 귀족들이 권력을 강화하면서 농민들 찍어 누르는 사태가 일어나요. 그러니까 결국은 한무제가 등장해서 귀족들을 통제하라고 하면서 소위 강한 국가 개념이 등장하거든요. 요즘으로 이야기하면 자유주의와 수정주의의 대립으로 해석이 가능해요.

또 뒤로 가면 송나라 얘기가 자세히 나옵니다. 상업경제가 사실상 자본주의 직전 단계까지 갔던 게 송나라거든요. 경제가 고도로 발전하고 문제가 많이 생기니까 왕안석 같은 관료들이 개혁을 시도해요. 하지만 왕안석을 비롯한 신법파의 개혁은 실패하거든요. 지금 돌아보면 우리나라와 똑같지 않아요? 과거 박정희 전두환 때는 '경부고속도로 깔아'라고 하면 깔고 수출 1억 달러를 달성하던 때가 있었어요. 지금은 훨씬 더 사회가 고도화됐기 때문에 과거와 같이 투표 하나로 대통령을 잘 뽑는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죠. 이런 모습이 송나라 때 다 나온다는 거예요. 반면교사인 거죠."

- 책에 보니까 우리나라 삼국시대 이야기도 조금 나오더라고요.

"맞아요. 동아시아라는 전체 그림 속에서 우리를 보고 싶었어요. 사실 동아시아 전체 역사에서는 좀 작은 부분이고 또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았잖아요. 당나라 때 우리나라에 불교가 들어오고 한자 문화나 건축술 등이 소개가 되었잖아요. 그런데 당 태종을 비롯한 당나라의 고구려 침략이라는 게 결국은 한반도 지배에 실패했다는 것도 중요해요. 지정학적인 이유로 멸망은 시켰는데 지배하기가 쉽지 않고 발해 같은 새로운 나라가 등장하면서 끝내 독립을 유지했으니까요. 문화적으로 영향은 받지만 만주와 한반도는 독자적인 역사를 만들어간다는 원칙이 확인된 것이지요. 동아시아 안에서 우리가 어떤 위치에 있었는지를 객관적으로 볼 필요도 있잖아요. 그런 의도로 썼죠."

- 중국사 중 작가님이 주목한 장면 하나를 꼽으라면 언제일까요?

"덩샤오핑이 권력을 잡았던 순간이에요. 덩샤오핑이 보기에 극우도 있지만 극좌도 있다는 거예요. 우리 사회는 지금 극우 때문에 고통스럽잖아요. 덩샤오핑은 문화대혁명을 겪으면서 극좌 때문에 고통스럽다고 얘기해요. 더구나 극좌는 무분별하게 모든 걸 다 자본주의적이라고 공격해요. 덩샤오핑은 공산주의 체제 안에도 시장이 있고 자본이 있다고 해요. 개혁개방의 논리적 기초를 만든 거죠. 이게 단기적으로 개혁 개방이라는 효과를 내고 중국을 부자 국가로 만들죠. 

지금 우리가 중국을 보면 자본주의 국가 같잖아요. 근데 중국의 공산당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당이 주도하고 공산당이 자본가들을 통제할 수 있으면 공산주의 국가라는 거예요. 중국공산당이 생각하는 핵심은 뭐냐면 시장을 개방하되 시장을 공산당이 통제하면 된다는 거예요. 근데 지금 가만히 보면 중국을 우리는 되게 쉽게 생각하잖아요. '독재 국가다. 미국보다 더한 자본주의 국가다'라고 말하죠. 덩샤오핑이 설계한 핵심은 당이 시장을 통제하고 당이 부르주아 자본가를 통제하면 그건 공산국가라는 거예요. 중국은 여전히 덩샤오핑의 뒤를 이은 시진핑이라는 지도자가 있고 그 공산당의 힘이 막강하잖아요. 여전히 중국은 공산국가인 거예요. 이해가 잘 안 되지만 그건 그들의 세계관인 거예요. 그럼 이걸 무조건 틀렸다 욕하면서 문제 해결할 거예요? 아니죠. 이해하고 소통할 필요가 있는 거죠."

- 중국사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 있다면 뭐라고 보세요?

"굳이 하나를 꼽으라면 교양인들의 탄생이죠. 중국의 전통적인 지식인인 선비들은 시서화를 즐겨요. 책도 잘 읽고 붓글씨도 잘 쓰고 거문고도 잘 뜯고 지역사회에서 책임 있게 행동하려고 하고 친구들 간의 우정과 의리도 중요시 여기고 가족 관계도 잘 운영하려고 하고 공부 열심히 해서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도 할 수 있으면 하고요. 근데 저는 한국이 잃어버린 교양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책 안 보고 유튜브만 보고 정쟁을 일삼으면서 상대를 공격만 하고 하지만 실제로 별로 비전은 없고요. 그건 아닌 것 같아요. 그 부분에서 중국의 전통사회에서 보여줬던 선비 정신 같은 것들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 말씀 들어보면 조선시대 사대부와 이미지가 겹치는 것 같아요.

"맞아요. 조선시대 사대부들을 제가 무조건 좋다고 이야기하는 건 전혀 아니고요. 다만 최근 우리는 악마를 비판하면서 악마가 되지 않았는가 혹은 상대의 잘못된 모습을 보면서 욕하면서 나도 똑같은 짓을 하고 있지 않나 해요. 혹은 모든 걸 위로만 받고 심리학적으로만, 자기 계발로만 풀려고 하죠."

- 중국사를 공부하며 느낀 점도 있을까요?

"중국사만이 아니라 세계사 공부를 한다는 것은 우리를 상대적으로 보는 과정입니다. 그래야 새로운 상상을 할 수 있으니까요."
덧붙이는 글 '전북의소리에도 중복게재합니다.

단박에 중국사 - 지금 유용한, 쉽게 맥을 잡는

심용환 (지은이), 방상호 (그림),
북플랫, 2023


#심용환 #단박에중국사 #반중정서 #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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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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