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신 있게 화성이 좋은 도시라고 말할 수 없다

[100만 화성시에 바란다] 100만 대도시에 담아야할 생명의 가치

등록 2024.01.11 17:36수정 2024.01.11 17:37
0
원고료로 응원
경기도 화성시가 '100만 도시'가 됐다. 화성에서 100만이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높은 수치가 좋은 의미인가? 순위를 나타내는 숫자는 작은 숫자일수록 좋은 의미를 뜻한다.

비교 맥락이 같을 수는 없지만 불현듯 드는 생각이다. 화성시는 7년 연속 지방자치 종합 경쟁력 전국 1위를 고수하고 있다. 평가 지수 항목 중 지역경제와 행정, 재정을 평가하는 경영활동 경쟁력에서 탁월한 점수를 받았다.

1위라는 타이틀은 늘 듣기 좋고 은근슬쩍 어깨가 올라간다. 하지만 조금만 세심히 들여다보면 결코 만족할 만한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평균 80점으로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지만 한 과목 한 과목 점수를 살펴보면 국영수는 100점인데 나머지 과목은 평균 이하라면 균형이 맞지 않는 반쪽짜리 성적표가 아닐까?

화성시가 풀어야 할 갈등

화성 사람들은 화성은 경제자립도 1위, 부자 도시, 아직도 개발할 곳이 많고 발전할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곳 등으로 이야기들을 한다. 지역의 정치인과 행정공무원들도 경쟁이라도 하듯 개발과 발전만 말한다. 과연 그들이 말하는 개발과 발전은 어떤 의미의 개발이고 발전이며 누구를 위한 것인가? 

화성은 타 지자체에 비해 매우 짧은 기간에 급속도로 인구가 증가하고 있으며, 빠르게 도시화가 진행 중이다. 내가 화성을 알 즈음 30여 년 전에는 농업과 어업을 위주로 하는 수도권 근교의 농촌 도시 그리고 워크숍이나 주말에 놀러 가기 좋은 곳이었다. 시골 출신인 나에게는 수도권 근교에서 고향 내음을 맡을 수 있는 곳이기도 했다. 

IMF 금융위기 이후 화성의 곳곳에 공장이 난립하기 시작했고, 화성시는 여과 없이 도시화를 진행했다. 경부고속도 주변에 신도시가 들어서고 드넓은 논밭 사이로 그리고, 농촌 마을 곳곳에 공장이며 폐기물 창고들이 들어섰다.


그것도 안타까운데 화성의 브랜드인 송산포도밭 사이사이 공장들이 들어섰고, 제부도 궁평항 근처에도 산업단지가 조성되었다. 그나마 화성에서 시골 고향 내음을 맡을 수 있었던 나의 입장에서는 너무나 안타까운 일들이 벌어졌다. 

현재는 화성 어느 곳을 가더라도 공장형 건물들을 볼 수 있으며, 화성에서 땅을 소유하고 있는 주민 중 상당수는 농사 대신 공장 임대업으로 살아가고 있다. 물론 농사를 짓고 있는 분들이 더 많을 것이고 외부에서 귀농하시는 분들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농지(녹지)를 지키려는 분들이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런 이면에는 임대업자와 녹지를 사수하고자 하는 분들 간의 갈등도 존재한다는 안타까운 현실이 씁쓸할 뿐이다. 

화성의 갈등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주로 주거형 도시와 IT산업단지로 계획된 동부권과 중소형 규모의 낙후한 산업체 특히 화학물질 또는 폐기물 업체들이 계획되지 않고 난립하는 서남부권 간의 불균형 개발에 의한 동서 갈등, 여기에 머물지 않고 군 공항 이전이라는 타 지자체와의 갈등 등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갈등 들이 양산되고 있다. 

100만 인구 도시, 부자 도시, 과연 긍정적으로만 보아야 할 것인지 고민해 보아야 한다. 100만 특례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어떻게 가꾸어 갈 것인가? 고민하고 양적 확대가 아닌 살기 좋은 지속가능한 도시를 위한 대안을 만들어 가야 한다.

화성시를 소개할 때 특히 정치인과 공무원들이 첫머리에 하는 말이 화성은 우리나라를 닮은 삼면이 바다이고, 농촌이 있고 도시가 있는 도농 복합도시를 매우 강조하고 자랑스레 이야기들을 하기 좋아한다.

과연 그러한가? 무엇을 자랑 하지? 부자 도시이고 도농 복합도시고 맛있는 송산포도가 있고, 아름다운 휴식처인 제부도가 있고, 멋진 궁평항이 있고, 살기 좋은 동탄이 있다고? 나는 솔직히 자신 있게 화성이 좋은 도시라고 말할 수 없다.

차를 타고 화성을 다니다 보면 특히 서남부권을 이야기하자면 어느 곳에 눈 둘 곳이 없다. 곳곳에 공장 건물들이 들어서 있고 하물며 논밭 사이 포도밭 사이 없는 곳이 없다. 이런 광경을 접하면서 솔직히 우리 지역에서 재배된 농산물과 포도 한 송이조차 사 먹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타지인의 눈에는 어떻게 보여질지? 서남부권에 녹지가 많다고 하지만 그것이 보기 좋은 녹지인가? 오히려 도심권인 동부권의 녹지와 건물들의 조화가 보기 좋다. 산업단지도 물론 필요하다. 다만, 계획적으로 혐오스럽지 않게 또 녹지와 조화롭게 조성할 수 있지 않을까?

부정적인 시각으로 이야기하는 것 같지만, 화성을 그만큼 아끼고 사랑하기 때문이다. 내가 화성을 처음 접했을 때 그리고 화성이란 말을 들었을 때 아름다움이라 표현했던 기억이 이제 가물가물하다.

개발이란 말이 결코 나쁜 의미만은 아닐 것이다. 다만 무엇을 위한 개발이고 누구를 위한 개발인지 또 미래지향적인지 지속가능한 도시를 위한 개발인지 깊은 고민도 하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연구하고 사례를 검토하여 개발 계획을 마련하고 실행하여야 한다.

그래도 부족함이 있을 수 있다. 개발이란 용어에 한 마디 곁들이자면 도시화만이 개발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는 무심코 아파트와 빌딩을 짓고, 인구를 늘리며, 각양각색의 쇼핑몰들이 들어서고, 도로가 건설되는 것만 개발이고 발전되었다고 말한다. 이것만이 발전적 개발일까? 

자연, 인간, 생명, 평화의 철학이 필요하다

내가 생각하는 개발은 그 지역의 특성을 십분 살리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우리 화성시는 앞서 언급했던 도 농 복합도시이다. 농지의 비율이 매우 높은 지역이고, 여기에서 수확한 농산물을 전략적으로 홍보하고 판매하는 로컬푸드 매장을 권역별로 운영하고 있다.

또한 햇살드리라는 브랜드화를 통해 농산물을 적극 알리고 있다. 멋진 브랜드도 만들고 로컬푸드 매장을 통한 효과적인 판매 전략도 있지만, 생산지에 대한 지속가능한 발전 계획은 있는지? 궁금하다. 

좋은 농산물이 나오기 위해서는 생산지의 환경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생산자들에 대한 기술적 지원 등이 필요할 것이다. 물론 화성시에서 다양한 지원책이 있는 것으로 안다. 다만 농지(녹지)에 지속적으로 공장이 들어서고 있다는 것이 안타깝고 서남부권이 계속 도시화로 개발되고 있는 것이 이에 부합한가'라는 것이다.

산업체가 많을수록 지자체의 세수는 분명 늘어날 것이지만 그로 인해 양산되는 피해는 적지 않을 것이다. 이미 화성은 전국 산재 사망자 수 1위라는 오명을 앉고 있다. 

좋은 농산물이 나오기 위한 생산지를 만드는 것이 바로 농촌을 위한 좋은 개발이다. 농사를 짓기 편리한 토지 개량화, 건강한 토양 관리, 농법의 고도화, 농업인들의 삶의 질 향상, 쉽고 편리한 접근성, 무엇보다 녹지의 보전과 농촌다운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농업경쟁력을 높인다. 

100만 화성, 인구가 증가하고 도시화와 자본이 늘어난다고 좋은 도시라고 볼 수는 없다. 인구 1000만의 서울보다 면적이 넓다. 서울 같은 도시를 만들 것인가? 그렇다면 이미 화성이 아닐 것이다. 

100만 화성, 도시화가 아닌 개발이 아닌 진짜 화성에 어울리는 도시를 그려보자. 이제 개발이란 발전이란 말에 매몰되지 말자 더 이상 무엇을 개발하고 더 발전한단 말인가 개발할 때도 뭇 생명과 더불어  함께 하는 철학을 담아보자 어떻게 하면 농촌을 녹지를 보존하고 살리는 개발일까? 고민하자. 자본의 논리가 아닌 자연 인간 생명 평화의 철학을 담아보자! 

나는 시만 단체 활동가지 도시계획 전문가가 아니다. 부끄럽게도 멋진 대안을 제시하지는 못하지만 작은 힘을 보탤 수는 있다. 내가 그려보는 100만 도시 화성은 쾌적하고 인간미 넘치는 동부권의 스마트한 도시다. 사시사철 철새를 볼 수 있는 화성습지와 수많은 생명이 살아 숨 쉬는 건강한 매향리 갯벌 그리고 세계자연유산을 갖고 있는 도시다.

에너지자립을 통한 RE100 산업단지 기업하고 싶은 도시 화성, 가을이면 황금물결 넘실대는 농촌 뜰, 아름다운 추억을 쌓는 궁평항과 제부도 가는 길, 역사와 테마가 있는 시화호와 송산그린시티 등 나만의 꿈일지라도 그려보고 싶다.    
 
a

조재진 화성YMCA 사무총장 ⓒ 화성시민신문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화성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글쓴이는 화성YMCA 사무총장입니다.
#화성시민신문 #100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밑빠진 독 주변에 피는 꽃, 화성시민신문 http://www.hspublicpress.com/

AD

AD

AD

인기기사

  1. 1 샌디에이고에 부는 'K-아줌마' 돌풍, 심상치 않네
  2. 2 황석영 작가 "윤 대통령, 차라리 빨리 하야해야"
  3. 3 경찰서에서 고3 아들에 보낸 우편물의 전말
  4. 4 '25만원 지원' 효과? 이 나라에서 이미 효과가 검증되었다
  5. 5 하이브-민희진 사태, 결국 '이게' 문제였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