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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석 떠나는 LG, 새 마무리 누가 될까?

[KBO리그] '광속 사이드암' 정우영 유력한 가운데 새 얼굴 낙점할 수도

24.01.05 09:20최종업데이트24.01.05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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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석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알리는 LG 트윈스 ⓒ LG 트윈스

 
고우석이 '버저비터 계약'을 체결하며 메이저리그 진출에 성공했다. 2023년 11월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함께 포스팅 시스템을 통한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언한 고우석은 이정후가 1억 달러가 넘는 대형 계약을 따내는 동안 이렇다 할 제안이 들어오지 않아 메이저리그 진출이 무산되는 듯했다. 사실 고우석은 2023년 3승 8패 15세이브 평균자책점 3.68로 부진한 시즌을 보냈기에 메이저리그 진출은 쉽지 않을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고우석은 포스팅 마감일이었던 4일(이하 한국시각) 김하성의 소속팀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2+1년 최대 700만 달러의 계약을 체결했다. 사실 고우석의 계약금액은 소속팀 LG 트윈스가 기준으로 정한 금액보다 다소 부족했다. 하지만 LG 구단은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 지은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은 마무리 투수의 도전을 응원하기 위해 대승적인 차원에서 고우석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허락했다.

LG팬들은 고우석으로 인해 구단 역사상 최초로 빅리그에 직행한 선수를 보유하게 됐지만 LG구단은 고우석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마냥 반길 수는 없다. 당장 한국시리즈 2연패에 도전해야 하는 2024 시즌 팀의 뒷문을 지켜야 할 마무리 투수가 팀을 떠나게 됐기 때문이다. LG의 염경엽 감독은 다가올 스프링캠프를 통해 올 시즌 LG의 9회를 책임질 새로운 마무리 투수를 발굴해야 한다는 새로운 숙제를 떠안게 됐다. 

봉중근과 고우석 사이, 혼란했던 LG의 뒷문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 연속 두 자리 수 세이브를 기록한 고우석을 보유했던 시기엔 마무리 걱정이 없었지만 LG도 2010년대 중·후반엔 해마다 마무리가 바뀌던 혼란했던 시절이 있었다. LG가 마무리 문제로 고민하기 시작한 것은 2012년 마무리로 변신해 4년 동안 109세이브를 기록한 '봉의사' 봉중근이 허벅지 부상과 에이징 커브(나이에 따른 기량저하)로 인해 경쟁력이 떨어졌던 2016년부터였다.

봉중근이 2016년 선발 변신을 시도하자 LG를 이끌던 양상문 감독(여자 대표팀 감독)은 2015년까지 스윙맨으로 활약하던 임정우를 마무리로 기용했다. 임정우는 67경기에 등판해 3승 8패 28세이브 3.82의 성적으로 세이브 2위에 오르며 LG의 새로운 수호신으로 떠오르는 듯했다. 하지만 임정우는 2016년 이후 19경기에서 20이닝도 채 던지지 못했고 2023년 시즌이 끝나고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되며 아쉽게 선수생활을 마감했다.

2017년은 LG가 마무리 때문에 가장 고생한 시즌이었다. 임정우의 부상 이후 대체 마무리가 없었던 LG는 어쩔 수 없이 집단 마무리 체제로 시즌을 꾸렸다. 신정락(롯데 자이언츠)이 유일하게 두 자리 수 세이브(10개)를 올린 가운데 이동현(여자대표팀 투수코치)과 정찬헌(키움 히어로즈)이 나란히 7세이브를 기록했다. 2017년 LG 투수들이 기록한 세이브의 합(32개)은 세이브왕 손승락(KIA타이거즈 2군감독) 한 명이 기록한 세이브(37개)보다 적었다.

2018년에는 다행히 2017년 집단 마무리 중 한 명이었던 정찬헌이 붙박이 마무리로 활약했다. 루키 시즌부터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팀의 어려운 부분을 채우던 정찬헌은 마무리로 활약한 2018년 5승 3패 27세이브 4.85의 성적으로 세이브 부문 공동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정찬헌은 2019년에도 4월 중순까지 1승 6세이브를 기록하다가 5월말 허리부상으로 시즌아웃됐고 프로 3년 차 유망주 고우석이 마무리 자리를 물려 받았다.

프로 입단 후 2년 동안 81경기에 등판하고도 단 하나의 세이브도 기록하지 못했던 고우석은 2018년 8승 2패 35세이브 1홀드 1.52의 성적으로 세이브 2위에 오르며 혜성처럼 등장했다. 고우석은 2020년 평균자책점이 4.10으로 치솟으며 성장통을 겪었지만 2021년 30세이브 2.17, 2022년 42세이브 1.48의 성적을 올리며 리그 최고의 마무리로 자리잡았다. 그리고 2023년 LG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 짓는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은 마무리가 됐다.

경력자 2명 보유했지만 새 얼굴 찾아야 
 

LG 정우영 ⓒ LG트윈스

 
하지만 고우석은 올 시즌부터 서울의 잠실야구장이 아닌 샌디에이고의 펫코파크 마운드에 오를 예정이다. 물론 빠르면 오는 2026 시즌 LG로 돌아올 가능성도 있지만 이는 고우석이 메이저리그에 적응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따라서 LG 구단으로서는 공식적으로 고우석의 이른 복귀를 바랄 수는 없는 입장이다. LG가 고우석이 메이저리그에서 류현진만큼 장수해도 될 정도로 확실한 마무리 대안을 찾아야 하는 이유다.

현재 LG 불펜에는 고우석 외에도 마무리 경험이 있는 투수가 둘이나 있다. 각각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의 뒷문을 지켰던 김진성과 함덕주다. 김진성은 2014년 NC의 마무리로 활약하며 25세이브를 기록한 적이 있다. 하지만 마무리 보직을 떠난 지 무려 9년이라는 긴 세월이 흘렀고 LG 이적 후에는 중간계투 및 셋업맨으로 확실히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30대 후반의 김진성에게 마무리를 맡기는 것은 장기적으로 결코 좋은 선택이 아니다.

2023년 12월 LG와 4년 총액 38억 원에 FA계약을 체결한 좌완 함덕주도 두산 시절이던 2018년에 27세이브, 2019년 16세이브, 2020년 10세이브를 기록하는 등 마무리 경험이 비교적 풍부한 편이다. LG입장에서는 고우석의 대체 마무리로 가장 안정한 선택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진해수(롯데)가 트레이드, 최성훈(삼성 라이온즈)이 2차 드래프트로 팀을 떠난 LG에서 함덕주마저 마무리로 변신하면 팀의 왼쪽 허리가 너무 허전해진다.

김진성과 함덕주가 마무리로 활약하기에 다소 문제가 있는 가운데 LG팬들은 시속 150km 중반의 빠른 공을 던지는 '광속 사이드암' 정우영을 주목하고 있다. 비록 올 시즌엔 5승 6패 11홀드 4.70으로 다소 부진했지만 상대타자를 힘으로 누를 수 있는 위력적인 구위는 마무리 투수로 활약하기에 전혀 손색이 없다. 318경기에 등판해 통산 피홈런이 9개에 불과할 정도로 장타허용이 적은 투수라는 점도 정우영이 마무리에 적합한 이유 중 하나다.

염경엽 감독은 히어로즈 시절 야구팬들에게 크게 알려지지 않았던 김세현을 세이브왕으로 키워낸 바 있다. 따라서 올해도 2023년 2승 3세이브 11홀드 1.58로 확실한 성장을 보여준 백승현이나 1군 데뷔 첫 시즌에 12홀드를 기록한 유영찬, 4승 5세이브 9홀드로 인상적인 루키시즌을 보낸 박명근 등이 '깜짝 마무리'로 낙점될 수도 있다. 분명한 사실은 올해 LG가 고우석의 빈자리를 메우지 못하면 한국시리즈 2연패도 그만큼 힘들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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